지난 시간에 비판 못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하지만, 분량이 넘쳤던 관계로 이번 호에 후속 게재하게 됐다. 다음은 ‘탐사보도 기사작성’이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들고 왔던 ‘유명무실한 강의평가제’에 관해 본인들과 학생들과 나눴던 대화다.  

“이 기사에서 현실 묘사만 있고 해결책은 없는데,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가?”
“학교 교무과에 물어봤더니 현재로선 딱히 방법이 없다네요.”
“왜?”
“교수강의제의 평가 결과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교수들에게 자신의 평가를 개별 통보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으로 조치를 치할 수는 없다네요. 예상되는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래요.”
“그럼, 이 기사가 의미하는 바는 뭔가?”
“·····.”
“강의평가제가 유명무실한 이유가 뭘까?”
“선생님들이 강의를 성의 없이 하셔서요.”
“그럼, 선생님들은 왜 강의를 성의 없이 하실까?”
“학교에서 별 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왜 ‘제재’를 통해서만 강의의 수준을 높여야 할까? 이를 테면, 여러 ‘인센티브’를 주면 선생님들의 강의 준비에 더욱 많은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겠네요.”
“학생들에게도 전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
“?”
“민주주의란 자신의 권리를 자신이 획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인데, 학생들은 언제까지 학교 탓만 할 텐가? 혹시, 다른 학교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강의평가제에 대해 대처하는지 알아 본 적은 없나?”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관련 분야를 취재해서 기사에 첨가하도록 하게. 그러면 이 기사의 의의가 살 테고, 무엇보다 학교 측에서는 유명무실한 강의평가제를 탈피하기 위한 구체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답안을 얻게 될 테니.”

앞 장(章)에서 평생평사(評生評死)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날카로운 평으로 차별화된 글을 쓰라는 의미에서. 마찬가지로, 보고서와 리포트, 작문, 기획서 등 모든 종류의 글에는 자신만의 비평과 해결책 제시가 어우러져야 예리하면서 실용적인 글로 평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해결책 제시가 말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닐 터. 해서, 남들보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며 많이 적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릇, 차별화된 글쓰기란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교육—특히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진중한 생각 끝에 내놓을 수 있는 여러분만의 해결책은?

/ 심훈(언론 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