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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처럼 생명을 노래하자김병종, <생명의 노래>
신혜경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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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12.27  1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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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어
                                      장만호

그대가 사랑을 잃었다 한다. 후두둑
바람이 들창을 넘는가 모퉁이 술집
빗방울 밀려와 어깨를 치는데
그대 웃음이 흠집 많은 탁자 같다. 이슬 맺힌
술잔을 매만지거나 청어의 살을 바르며,
그대를 가려줄 우산이 나에겐 없다
처음, 그대가 청어를 제일 좋아한다 했다
깊은 바다의 푸른 지느러미...
그러나 푸르던 추억 지나간 자리, 드러나니
이 남루한 등뼈
창 아래 바랜 벽지 젖어
오랜 이름들 잉크 자국으로 번지는 것을 본다
흔적이 상처가 되는 것을 본다
흐린 불빛들이 몸을 뒤척이는 이 저녁,
이운 하늘 아래로는 물의 그물들,
그대와 나에겐 푸른 지느러미가 없다
한세상 유영할 추억의 힘이 없다
그러나 그대 우리가 산다는 것이 이렇듯 가시 많아
제 몸 찔러오는 것이라도
때로 상처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억만 장 깊은 물속 아픔을 헤치며
맨살의 힘, 남루한 등뼈나마
한 길 가야만 하리라

저기,
물 밀어 가는 청어 두 마리

어느새 12월, 올 해의 마지막 원고이다. 오늘 쓸 얘기는 두 남자에 대한 작은 인연에서 시작된다. 예전에 대학생 시절 우리 집은 부암동 산비탈에 있었는데, 김병종 선생님은 부모님과는 친하게 지내는 이웃사촌이었다. 물론 이십여 년도 훨씬 전 일이니, 그는 당시엔 소탈하고 예의바른 청년화가 지망생일 따름이었다. 내가 그를 기억하는 것은 언젠가 전해 받은 신년카드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시국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나를 격려하는 뜻에서 보내신 그 카드에는 세상의 온갖 시련과 고통을 묵묵히 함께 하는 예수의 얼굴이 수묵과 채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높은 데서 내려다보며 훈계하는 신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와 함께 임하는 그런 바보 같은 신의 모습이었다. 동양화로 그려진 “바보 예수”라니, 소박한 그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김병종의 그림을 다시 보았다. 푸른 물살을 헤치며 유영하는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최근에 읽었던 <청어>가 떠올랐다.

얼마 전 후배 하나가 내 차를 탔다가 선물이라면서 슬그머니 내밀고 간 시집이 있었다. 이 나이에 시집 선물도 흔치 않은 일이거니와, 오래전 춘천 강사시절 제자와의 연애를 끝으로 독신의 삶을 굳힌 듯한 후배가 권한 시집이 어떤 것일지도 궁금했다. 그 가운데 나는 <청어>가 좋았다. 우리의 삶은 때론 푸르나, 그 푸름이 지난 자리에는 남루한 등뼈가 드러나고 흔적은 상처로 남기도 한다. 빗방울 날리는 오늘도, 저마다의 깊은 가시더미를 헤집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 더러는 사랑을 잃었고, 더러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또 누군가는 조금씩 빗겨가는 운명의 화살을 탓하기도 한다. 그래도 시인은 상처가 힘이 될 수 있음을, 물속의 아픔을 헤치며 맨살의 힘으로라도 한길 가야만 한다고 노래한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 함께 가는 청어를 보라. 산다는 것이 이렇듯 가시 많아 내 몸을 찔러 와도 누군가와 함께 가는 길이라서, 오늘도 힘차게 물밀어 갈 수 있는 그대가 되길 바란다.  

/ 신혜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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