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세림 기자

제목 - 밤하늘에는 별이 없다

"자! 나가서 각자들 식사나 하고 오지!" 점심시간을 알리는 상사의 시계종 같은 목소리. 감옥 같은 울타리 속에 갇혀 하루 종일 네모난 상자 하나 쳐다보며, 하루에 마시는 커피도 몇 잔인지 모를 만큼 재미도 없고 웃음도 없는... 오늘도 밥이라는 숟가락을 뜨기 위해 기계처럼 행동하는 나... 그게 바로 이시대의 공통분모. 바로 남자라는 생물인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다들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때론 오늘같이 무더운 여름에 입맛이 없을 때면 각자 생각나는 것을 찾아 나서지만 나는 조용히 도시락을 들고 휴게실로 향한다. 나도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아직 신혼인 만큼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도시락 속엔 고이 접은 쪽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확인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내용은 항상 똑같으니까. 하지만 아내가 정성들여 싸준 도시락은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야만 한다. 집에 도착해서 변명을 늘어놓기가 더 힘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점심을 먹고 난 뒤 항상 건물 옥상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피는 담배 맛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이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나를 과거로 돌아가게 한다. 왜 인간은 자기가 편안할 때 자비로워지고 한순간 모든 게 평화롭게 느껴질까? 배가 불러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곳은 나만을 위한 공간이자 무대이다. 공상에 젖어있을때면 항상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다음 달이면 승진시험이 있으니 열심히 해야 한다. 점심시간이 끝날 즈음 나는 커피를 한잔 뽑아 과장님 자리에 놓는다. 하지만 과장은 고맙다는 말은 커녕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제는 너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 걸까. 잠깐 아무 말 없이 서있던 나는 자리에 가서 앉는다. 밀린 업무에 상사 심부름에 시간은 잘 가지만 가끔 이게 내 적성에 맞는지 미래를 위해 잘하고 있는지 하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른한 오후의 시간은 참 더디게 흘러간다. 이렇게 나른한데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아님 상사 앞에서 바쁜 척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 달에 승진의 기회가 있긴 하지만 그 승진을 위해서 상사 앞에서 아양 떨거나 굴비 한 상자 바칠 생각은 더더욱 없다. 오로지 내 실력만으로 해내고 싶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한 경쟁에 어디를 가든 그렇듯 샛길로 빠지는 이들이 꼭 있다. 그게 바로 내 입사동기 녀석이다. 출근과 동시에 과장 책상 치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두 닦는 건 기본, 수시로 커피를 뽑으며 각종 경조사에 빠지질 않는다. 여기까진 괜찮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키지 않는건 밤에 술접대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청렴하지 못한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에 돈이면 다되는 물질만능주의에 젖어있는 것이다. 돈 때문에 사람이 죽고 돈 때문에 사람이 사는 그런 개 같은 사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인상한번 못 펴고 담배에 쪄들어 소주 한 병으로 모든 고난과 시련의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다.

퇴근길은 언제나 마음이 허하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출근해서 줄곧 인공햇빛만 쬐다가 나왔는데 바깥세상도 어둠이라니... 서류가방을 들고 횡단보도 앞에 우둑하니 서서 신호를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지나간다. 팔짱낀 다정한 커플들. 가방을 메고 어딘가 바삐 걸어가는 학생과 큰 짐 보따리를 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저씨... 모두 제갈 길이 있고 바쁘다. 하지만 그들의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다. 어느 누구의 얼굴에서도 환한 웃음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멍하니 내 머릿속에 메아리쳐 들어오는 건 시끄러운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시끄러운 클락션소리뿐... 늘 지나는 횡단보도가 갑자기 낯설어 진다. 외딴곳에 떨어진 그런 꿈을 꾸는 듯한...

나는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아직 자동차가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동차를 장만할 여력이 없다. 시끄러운 지하철 속에서 주머니에서 뭔가 느껴진다. 핸드폰 진동이다. 들어오면서 간식거리를 사오라는 아내의 문자... 코를 한번 훌쩍이며 핸드폰을 닫았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특별한일도 단한순간의 설레임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여보, 일어나! 맛있는 찌개 끓여 놨으니까 빨리~~" 오늘도 지겨운 아침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침을 꼬박 꼬박 챙겨주는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는 대학교 시절 동아리 M.T에서 만나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때부터 줄곧 내 옆엔 그가 있었고 우리 커플은 학교에서 꽤나 유명했었다. 하지만 좋았던 시절도 그때뿐, 너무 일찍 만나 연애를 한 탓일까 요즘은 이게 신혼인건지, 결혼한 지 십년이 넘은 건지 모르게 잠자리도 뜸하다.

"여보 요즘 무슨 고민 있어요? 잠을 통 못 자는 것 같던데..."

어제 잠을 설쳤는데 그 때문에 아내도 잠을 이루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그냥 이상하게 잠이 안오더라구..."

나는 숟가락을 들자마자 밥을 국에 말아 넣는다. 이것도 이젠 익숙하다. 아내가 솜씨가 없는 건지 아니면 처음이라 그런지 내 입맛엔 영 아니다. 그래도 맛있게 먹어줘야 나중에 고생 안한단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고등학교 동창인 제열이다.

"어 그래, 제열아 오랜만이다. 근데 무슨 일이야? " 제열이가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 우리 동창회 인거 몰랐어?"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아... 동창회였구나... 그때 보자는 말을 뒤로한 채 수화기를 뗀다. 아내가 넌지시 물어본다.

"여보~ 무슨 전화야?"

"응.. 친군데 요번 주가 고등학교 동창회라네..."

정말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내가 먼저 동창회를 챙기느라 전화통에 불이 났었는데... 하마터면 동창회를 놓칠 뻔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술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 무엇인가가 다 잊을 수 있고 마음을 터놓고 진솔된 이야기를 두려움 없이 꺼낼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그 힘이 좋았던 것 같다.

오늘도 난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아침 발걸음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누군가가 아니 무엇인가가 쫓아오지도 않는데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그에 반해 항상 자기자리를 지키는 정직하고 초심을 지키는 것. 바로 지하철시간이다. 늦지도 조금 빠르지도 않다. 항상 정해진 시간에 그는 내 앞에 와 있을 뿐. 하지만 결코 기다려주진 않는다. 아련히 기억나는 첫사랑의 느낌처럼.

아침 출근길이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없다. 늦게까지 공부를 했는지 등굣길에 졸고 있는 학생과 아침부터 어디 멀리 가는지 한 짐 보따리를 꾸리고 있는 할머니. 누가 훔쳐 갈새라 아기 돌보듯 꽉 움켜쥐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관심과 시선을 주어서는 안 된다. 왜냐면 괜한 오해를 사귀 쉬우니까 그렇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떤 물건이 없어졌을 경우, 누군가 돈을 잃어버렸을 경우에 그 사건 자리에 있으면 내가 그렇지 않았어도 괜히 내가 의심받을 것 같고 상대방이 의심하고 있을 것 같은... 내가 범인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지 않는가? 이건 어떠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는지 평범한 회사원인 나로선 알수 없는 일이다. 오늘도 할 일없이 이렇게 공상에 젖고 만다. 다른 사람들도 매일매일 길거리를 걷거나 식사를 할 때, 무엇을 하던 간에 무슨 생각을 할까? 공상이 많은 사람은 집중력이 낮고 머리가 나쁘다는데 이 말은 누가 밝혀낸 진실일까? 하지만 결코 믿고 싶지 않은 애기다. 다 개인마다 나름대로 개인차가 존재할 뿐이다.

회사 앞은 항상 잘 정리되어 있는 엄마의 옷장처럼 가지런하고 깨끗하다. 가로수도 많아서 떨어지는 낙엽이 많을 텐데 출근길이면 항상 깨끗하다. 그게 다 청소부아저씨의 부지런함 때문인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한 번도 청소부 아저씨를 본 기억이 없다. 이건 왠지 누군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은 듯 한 부담감을 안은 채 거리를 걷는 기분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기분이 아침부터 나를 어지럽게 만든다. 회사 문을 들고 들어가면 예전 어머니께서 항상 부엌에 준비해놓은 케익처럼 늘 찾을 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안내데스크 여직원이 있다. 이름은 정미옥. 항상 상냥하게 보이려고 애써 웃음 짓고 있지만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티가 난다. 어딜 봐도 입 꼬리가 그대로이지 않은가. 정말이지 아침부터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이내 도착한 사무실 안은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다. 김과장은 어제 술접대를 무리하게 했는지 아침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행이다. 괜한 트집을 잡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 책상엔 어김없이 오늘 해야 할 업무와 각종 결제 자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더군다나 오늘은 여느 때와는 달리 모든 일을 신속히 처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저녁 8시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창회 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저녁 8시. 장소는 신촌역 앞 숯불갈비집이다. 들어가기 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입구에 들어서니 신발장이 구두로 꽉 차 있다. 때마침 제시간에들 와주었나 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낯에 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멀리보이는 사내 한명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어이! 여기야~ 정말 오래만이다." 형근이다. 이 친구는 어려서부터 한동네에서 같이 자라온 십년지기다. 현재 잘나가는 건축회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미 예전에 결혼을 해서 젊은 나이에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소신 있는 친구다. 시간이 갈수록 어느새 친구들은 한자리에 모두 모였고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도 있고 자주 소식을 접하며 지내온 친구들도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친구가 있다. 바로 내 첫사랑 윤희다. 눈이 마주치자 서로 가볍게 눈인사를 한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 세월도 윤희 앞에선 수그러드나 보다.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변해가는것 같았다. 윤희는 내가 고등학교때 내 첫사랑 이였다. 그 시절 윤희도 내게 마음이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친구들의 놀림을 받을까 하는 어리석은 걱정으로 우리는 터놓고 마음껏 사랑할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면 사물함에 몰래 편지가 있었을 뿐이고 밤에 몰래 동네 놀이터에서 은밀한 만남을 가지는 것이 우리들만의 시간이었다. 그러다 윤희는 군인인 아버지의 생활 때문에 수시로 전학을 다녔고 그렇게 우리는 원치 않던 이별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는 헤어져 있어도 늘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어느덧 답장이 오는 기간이 더뎌지고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그렇게 사랑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라 믿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이 현실로 나를 일깨워 주었다. 그동안 친구들에게 소식은 간간히 들었지만 이렇게 마주하고 앉은 자리는 처음이다. 왠지 모를 설레임. 오늘은 아무생각없이 그냥 옛 기억의 향수를 술로 대신해 그려내고 싶다.

"야~ 정말 반갑다. 이게 얼마만이냐? 자 한잔하자."

현재 신문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상현이다. 이 친구는 호주로 유학을 다녀왔고 현재 동종업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키가 작은 게 흠이지만 기자라는 신분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젊은 여자 연예인들과도 연락을 하며 지내는 아주 부러운 친구다.

"그래 정말 오랜만이네. 하는 일은 잘되고?"

술잔을 건네며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죽을 맛이다. 편집장이 아주 잔소리가 많아서 죽겠어~" 라며 푸념이다. 그리고 또 한 친구. 경진이다. 친구들의 애기엔 영 관심이 없이 이내 갈비만 우구장창 뜯고 있는 사람. 바로 3년째 사시에 매달리고 있는 친구다. 경진이는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알아주는 영재였고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법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줄곧 사시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생활이 어려웠는지 갈비를 허겁지겁 뜯는 모습을 보면 알만하다. 매끼를 컵라면으로 때우는가 하면 집에서 보내주던 생활비도 점점 줄어들어 방세를 내기에도 급급하다는 것이다. 정말 사람의 미래는 알수 없다는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 사람 앞길은 알수 없듯이 과거에 촉망받던 인재가 이렇게 한심한 존재가 되어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있는 것이다.

우리의 길고 긴 동창회는 단란주점을 끝으로 그렇게 막을 내렸고 씁쓸한 아쉬움과 미련을 남긴 채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게 집에 도착해있었다. 타는듯한 갈증과 후끈 달아오른 몸이 나를 깨운다. 힘겹게 한쪽 눈을 치켜뜨고 힘겹게 고개를 돌린다. 시계바늘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머리는 터질듯이 조여 온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다. 어제 너무 무리해서 술을 마신게 문제였다. 이내 지친 몸을 이끌고 한손엔 물을 들고 전원이 꺼진 핸드폰을 충전시킨다. 늘 주말에 하던 습관대로 TV를 켜놓고 냉장고에 붙어 있는 쪽지를 확인한다.

'밥 차려놨으니까 점심 먹고 있어요. 목욕갔다올테니...'

아내가 붙여놓은 쪽지다. 일요일의 오후 햇살은 늘 평화롭기만 하다. 텅 빈 거실에 혼자 있다 보면 벽에 걸린 액자들의 주인공들이 나를 주시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내가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항상 지켜보고 있으며 비웃을 것만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 행동도 조심해야 되고 괜한 눈치를 보게 된다. 그 반대로 사진속의 주인공들은 때론 나의 관객이 된다. 내가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할 때 언제나 지켜봐준다. 하지만 그들은 관객으로서의 매너가 없다. 공연이 끝났으면 박수를 치거나 꽃다발을 안겨주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당분간 공연도 없고 쳐다봐 주지도 않을 테니까...

'드르르르륵!'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누군지 알수 없는 번호의 메시지다.

"어제 조심히 잘 들어갔니? 나야 윤희 ^^"

내 첫사랑동창생 윤희다. 갑작스레 찾아온 반가움을 뒤로한 채 전화를 거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다. 나는 전화를 황급히 핸드폰의 폴더를 닫는다.

"어머. 일어났네? 여보 밥은 잘 챙겨먹었구?"

"아니, 입맛이 없어서 아직 안 먹었어.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왜 난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끊은 것일까? 잘못한 것도 없고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아내는 목욕을 다녀온 후 밀려오는 아늑함을 이기지 못했던 모양인지 이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그런 아내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날씨좋은 일요일의 하루는 TV소리만 거실에 울려퍼질뿐 너무나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밤하늘에 별도 없고 자동차 클락션 소리만 가득한 베란다 창문 앞에서 아무생각없이 바깥 경치를 보고 있다가 문득 윤희 생각이 났다. 핸드폰을 들고 한참을 망설인다. 이내 통화버튼을 꾹 눌렀다.

"여보세요?"

윤희다. 밝지도 않고 들뜨지도 않은 차분한 목소리다.

"여보세요? 어... 나 민수야."

조심스럽게 첫마디를 땠다. 그렇게 한참을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서울 어디에 살고 있으며 무슨 일을 하는지... 우리는 나중에 차 한 잔을 하기로 약속하고 전화기를 내렸다. 갑자기 나의 가슴 한쪽구석이 아려왔다. 주체할 수 없는 이 기분은 뭐지? 이상하리 만큼 오랜만의 설레임이였다. 참 유치하기도 하지... 오랜만에 옛사랑이던 친구를 만나서 기뻐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나는 잠자리에 누웠다. 누가 그랬던가 첫사랑은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거라고...

오늘도 역시나 커피 심부름을 마치고서야 내 여유를 찾을 시간이 왔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는 과장도 날 찾을 이유가 없을 테니까...가끔 업무에 집중하다가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기 위해 기지개를 펴다가 무의식적으로 주의를 두리번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항상 회사 직원들은 저마다 소위 딴짓거리들을 하고 있다. 건너편 김대리는 여자 친구와 네이트온에서 수다를 떨지 않나 미스김은 아예 네일아트중이다. 손톱에 온갖 낙서들을 하고서는 잘됐는지 몇 번을 다시 확인을 한다.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우리의 김과장은 내가 뽑아온 커피를 마시며 대놓고 고스톱 삼매경이다. 회사가 이지경인데도 실적하난 죽여주는 우리부서를 보면 참 신기할 따름이다.

'위~잉!' 나른한 오후를 깨워주는 핸드폰 진동소리. 수신자... 윤희다!

「민수야!... 시간 있으면 저녁이나 같이 할래?」

윤희의 뜻밖의 문자다. 현재 결혼한 유부남으로써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학교동창이랑 저녁 밥한 끼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나는 자신을 정당화 시키며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힐튼호텔 지하 레스토랑.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윤희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 출입문을 들어서자마자 나는 한눈에 윤희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서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나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응! 민수야 여기야!"

"어. 미리 와있었네? 온지 오래됐어?"

"아냐, 나도 금방 도착했는걸 뭐~"

"배고프지? 내가 먼저 도착해서 내 취향대로 주문했는데... 스테이크 괜찮지?"

"응. 괜찮아. 나야 워낙 이런 곳에 익숙지 않아서.. ^^;;"

나는 몇 일전 친구 제열이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간단한 안부전화였지만 그 대화 속에 윤희의 소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윤희는 1년 전에 불행히도 아이를 유산하고 그 일을 빌미로 남편과 이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일까 내가 지금 윤희에게 느끼는 감정은 연민일까 아니면 무엇일까 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참.. 너 결혼했다며? 진심으로 축하해~ 결혼식도 못가고 미안하다야... 워낙 사는 게 바빠서.."

"아니야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뭐."

"와이프하곤 어때? 이거 참기름 냄새가 솔솔 나겠는걸?"

"^^ 그렇지 뭐..."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와인 병의 술은 점점 줄어만 갔고 우리는 기분이 어느 정도 좋아질 만큼 취해있었다. 감미로운 음악은 아득히 먼 깊은 곳으로 흘러갔고 레스토랑 안은 시계 바늘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내 앞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보석가루가 날리고 황금물결이 흐르듯 눈앞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아내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도 무시할 만큼... 우리는 그렇게 결국 와인을 다 비우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겨우 걸음을 뗄 수 있을 정도로 취해있었고 나도 기분이 좋아질 때로 좋아져 있었지만 이성을 찾아야만 했다. 그녀를 택시에 태우고 나서야 급하게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응 여보. 김과장 때문에 한잔 하느라 전화 못 받았어."

"아... 그래? 그럼 집엔 언제 들어오는데?"

"응, 지금 곧 들어갈 거야 택시 탔어."

"조심해서 들어와 여보."

나는 그렇게 허겁지겁 택시에 올라탔고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샀다. 현관문을 열자 아내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나를 배웅했고 나는 멋쩍게 아이스크림 봉지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웬 아이스크림?"

"응. 자기 좋아하잖아 왜?"

"자기 아이스크림은 항상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사오더니..."

"응? 아니 그냥 먹고 싶길래... 같이 먹으려고 사왔지, 당신이 좋아하는걸루..."

아내의 별 뜻 없이 한 말 한마디가 내 심장에 비수를 꽂는다. 등골 사이로 식은땀이 흐르는게 느껴진다. 당황하지 말자. 여기서 당황하면 최소한 2박3일은 굶어야 한다. 역시 아내는 예전부터 그랬지만 눈치9단이다. 나는 옷을 벗는 핑계로 얼른 방에 들어가 버렸고 아내는 아이스크림을 식탁위에 올려 놓은 채 보고 있던 드라마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술을 조금 마셔서 인지 금세 졸음이 쏟아졌다. 나는 곧장 침대에 누워 잠시 윤희 생각을 하다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오랜만에 아내와 단둘이 근사한 곳에 가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하고 집 앞을 나섰다. 아내는 오랜만의 외출인지라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회사일이 마무리 될때쯤 나는 아내에게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부재중전화와 메시지가 도착해 있던 것이다. 수신자는 윤희... 급한 일이 있다면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내와 저녁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나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곧장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갑자기 회사에 야근이 생겨 저녁 약속은 다음으로 미루자고 말하고선 윤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커피숍. 창가 쪽에 앉은 윤희는 무언가 굉장히 시무룩한 표정이었고 세상의 고민은 자신이 떠안은 것처럼 보여졌다.

"어 윤희야. 대체 무슨일이야?"

"응...민수야.. 미안해 바쁜데 불러낸 건 아니지?"

"그래. 아니야 근데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민수야... 정말 미안한데 단도직입적으로 애기할게 내가 너무 급해서 그래..."

주문한 커피를 다 마시고 두세 잔 리필할때까지 윤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말을 하자면 남편과 이혼 후 받은 위자료로 간단한 가게를 오픈했는데 장사가 잘 안되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빚은 점점 불어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사채에 손을 대게 되었는데 그마저 다 빚갚는데 급급했을 뿐이고 사채란 것이 이자가 눈덩이만큼 불어나 지금은 거의 손도 못댈정도로 불어난 상태라고... 지금은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날 찾은 것은 도움을 청할 때가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정말 고민하고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전화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도 그만한 돈은 당장 구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차마 눈뜨고는 지켜볼 수 없었다. 윤희에게는 어떻게든 구해볼테니 당분간 참고 기다리라고 위안을 했다.

나는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돈을 구하기 시작했다. 친구며 선배며 가릴 것 없이 급히 돈이 필요했다.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나에게 여유 있던 돈과 빌린 돈으로 사채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윤희는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고 그 일을 계기로 우리 사이는 더욱 가까워졌다. 윤희 일에 신경 쓰느라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었다. 밥을 먹고 있던 아내가 나를 반겼다. 식탁 위에는 된장국에 대충 말은 밥그릇 하나와 김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내는 혼자 그렇게 대충 하루 끼니를 때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갑자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못본척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저녁은 먹었냐는 말에 밖에서 먹고 들어왔다고 대충 둘러댔다. 화려한 옷에 예쁘게 화장한 윤희와 달리 매일 집안에서 맨얼굴에 머리는 언제 감았을지 모르게 뒤로 묶은, 남은 식은 밥과 씨름하는 아내는 나를 밖으로 떠돌게 하는 이유였다. 아내가 예전부터 내게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아니였다. 결혼하기 전에는 선배나 후배할것없이 인기가 많았으며 남자친구인 나는 항상 부럼 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현실 속에 부딪쳐 살고 있는 것일까 예전의 단아하고 청순했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갈수록 아내와 윤희를 비교했고 아내에게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윤희에게서 찾고 있었다.

나는 아내 몰래 월차를 내서 윤희와 바닷가 여행을 떠났다. 윤희는 손수 싼 도시락을 준비해서 나를 감동시켰다. 우리는 즐거웠고 그 기분을 유지한 채 월미도로 출발했다. 한 시간을 달려와 도착한 바다는 우리를 반겨주었고 이 한없이 행복한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우선 바닷가를 산책한 뒤에 배가 고파진 우리는 부둣가 옆에 있는 조개구이 집으로 들어갔다. 활활 타오르는 참숯이 추운 바닷바람에 지친 우리를 달래주었다. 우리는 모둠조개와 소주 한 병을 시켰다. 매콤한 고추장양념에 갖은 양념이 버무려진 키조개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너랑 이렇게 마주 앉아서 먹으니까 정말 맛있다."

"그래...정말 맛있네 ^^"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호주머니 안에서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아무렇지 않았다. 윤희와의 함께 있는 시간을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윤희도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아이고~ 부부가 다정히 먹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줗구려~" 주인집 아주머니다.

"이것은 둘이 너무 금술이 좋아보여서 나가 서비스로 주는 거여~"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 눈치를 보며 입가에 미소만 지을 뿐...

우리는 자정이 다되서야 차를 몰고 서울로 돌아왔다. 윤희는 피곤했던지 서울로 오는 내내 잠을 자고 있다.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내 말을 정중히 거절한 채 윤희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이내 윤희를 내려주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왠지 무겁기만 했다. 핸드폰을 켜보니 부재중전화가 열통이 넘는다. 무슨 핑계를 대야할까 현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 부딪쳐보자는 심정으로 이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 1시가 다되어가지만 아내는 소파에 앉아 아무 표정 없이 텔레비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여보 아직 안자고 있었네? 미안해 저기... 회사일이 너무 많아서..."

"전화는 왜 안 받았어?"

"아... 저기 배터리가 없어서 꺼졌었어... 미안해 여보"

더 이상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두 눈에 이미 붉어져 있었고 끝내 두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여보... 왜 그래? 정말 회사일 때문에..."

"그만해!! 알았어... 그렇게 믿을게 더 이상 말하지마!" 아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이다. 더 이상 나도 변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우둑하니 서있을뿐...더 이상 아무 말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출근준비를 하는데 아내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조용히 있었다. 오늘은 매일 싸주던 도시락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대충 냉장고에 있는 우유로 배를 채운다음에 집을 나섰다. 마음이 허전했다. 무엇인가 하나 빠진 듯이 불편했고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오늘도 지하철역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옆을 걷고 있던 한 아주머니께서 들고 있던 유리화분이 내 옆에 떨어졌다. 다리에 흙이 좀 튀긴 했지만 다친데 는 없어 보였다. 아주머니는 내게 미안하다며 다친데 는 없냐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 위험한 순간은 아니었지만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아내와도 사이가 안좋은데 정말 무엇인가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회사는 언제나 고요했다. 다들 자기업무들을 처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고 모든 게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을 다스릴 겸 커피한잔을 뽑아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언제나 이곳은 나를 반겨주었다. 길게 심호흡을 하고 한숨도 쉬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때쯤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현이였다.

"응 상현아. 갑자기 어쩐일이야?"

"어... 민수야.. 내가 시간이 없으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할게"

나는 힘없이 전화기를 떨구었다.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상현 이는 내게 무슨 말을 한 것일까. 그 말은 윤희가 자기에게 사업명목으로 돈을 빌려갔는데 오늘까지 갚기로 하고선 연락이 두절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기뿐만 아닌 친구 제열이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빌렸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의 사정으로 당분간 통화하실 수 없습니다....' 혼란스러웠다.

"아니.. 무슨 다른 사정이 있겠지... 그래... 별일 아닐 거야." 그녀가 나에게 그럴 순 없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녀에 대한 나의 믿음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참담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도 나는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상사의 우렁찬 목소리도 내 귓가엔 들리지 않았다. 공허했다.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려고 했으나 주소를 알지 못했다. 내가 항상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려고 하면 항상 거절하곤 했었다. 처음부터 모든 게 계획되었단 말인가. 아니다 나는 그녀를 믿고 싶었다. 단순히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간절히 원하고 바랐던 첫사랑의 기억을 이렇게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그녀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고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어둠이 드리워진 복도에서 조심히 현관문을 열었다. 집안은 따듯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단하나 변한 것은 아내였다. 늘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던 아내는 온데간데없고 싸늘한 표정의 한 사람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 자그마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 바보같이 버려졌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 전봇대의 그림자처럼 나 홀로 쓸쓸히 이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아무도 날 찾지 않았고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공허한 시간들은 나의 마음을 폐허로 만들었고 나의 몸은 점점 나약해져 갔다.

창밖으로 낙엽이 떨어진다. 장롱에 넣어두었던 두툼한 옷들을 아내가 하나씩 꺼내어 정리를 한다. 그때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

2008년 12월 23일. 나리타공항으로 출국하려던 윤희는 잠복 중이던 형사들에게 현장에서 검거되었고 현재 수감 중이라는 전화내용이었다. 그게 그녀의 마지막 소식이었다.

나는 가끔 과거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언제나 그곳에 도착하면 항상 같은 자리에서 날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한없이 맑고 순수했던 그 시절의 아이들. 꿈속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웃으며 뛰어논다.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밝기만 했던 밤하늘의 별처럼 여린 추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