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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문화개방 해야할 것인가?일본 문화개방, 문화자본 논리 무시한 섣부른 정책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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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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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지난 13일 ‘한·일 문화교류 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켜 일본 대중문화를 본격적으로 개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문화부는 일본문화 개방 여부의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각각 나눠 싣는다.

  문화에 대한 거대한 착각이 우리 시대를 짓누르고 있다. 그 하나는 문화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식의 이른바 ‘문화상품론’이 그것이다. 김영삼 정부 초기에 화제가 됐던 ‘쥬라기 공원의 신화’가 지금까지도 정부 당국자들의 지배적인 담론이 되고 있다. 영화 『쥬라기 공원』 한 편이 벌어들인 수익이 현대자동차 1년 수익을 뛰어넘는다는 어마어마한 단순공식이 청와대에 보고된 뒤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주요 문화 정책은 모두 ‘문화는 돈이다’는 환금성에 기초해 작성되고 있다. 또 다른 거대한 착각은 우리의 소박한 문화적 자긍심에 기초한 것으로 외세문화, 특히 미국과 일본의 대중문화에 대한 응전력에 대한 과대평가에 있다. 이를테면 지구촌 시대에 무조건 문을 닫아걸고 살 수는 없는 일인데 우리도 알고 보면 문화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니 일본 대중문화 등을 개방해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는 식이다.

  어느쪽이냐 하면, 나는, 위 두가지의 착각이 실로 거대한 착각일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는 독소 조항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문화상품화 논리에 대해 말해 보자. 물론 우리 시대의 문화가, 특히 어마어마한 물량 투입과 수입 산출에 근거해 진행되는 대중문화의 대부분이 상품의 요소를 갖추었다는 대목은 부정할 수 없다. 오히려 얼마나 더 세련된 상품으로 내실을 더하고 포장을 잘 할 것이냐가 문화의 명줄을 쥐고 있는 일이 그야말로 투입 대 산출이라는 경제적 논리로 진행될 경우 그 해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윤이 남지 않는 문화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결과밖에 남지 않는 것이다. 대기업이 앞다투어 영화산업에 진출한 뒤로 우리 영화계는 그렇고 그런 아류작의 시대를 걷고 있지 않은가. 타사의 라면이나 냉장고를 약간 변형해서 뒤따라가던 경쟁 논리에 익숙한 대기업이 어떤 히트작의 아류작을 양산해 손익분기점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문화의 거의 모든 부분이 이같은 대기업 경쟁 논리로 일관된다면 그 해악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우리 문화는 예술성과 건강성이란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맥락이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연관되면서 대단히 기묘한 논리로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요즘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상투어, 즉 ‘21세기 무한경쟁’, ‘문화의 시대’, ‘문화상품으로 국제화를 선도하자’ 따위의 낯간지러운 말들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손쉽게 간통한다. 우리의 문을 열어야 다른 나라의 문도 열 수 있다거나, 우리의 문화 경쟁력을 높히기 위해서는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거나, 일본의 우수한 작품과 우리의 그것을 서로 교류해 한·일 양국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등의 모든 논리는 경영이나 마케팅의 몇몇 이론으로는 쉽게 재단할 수 없는 두 나라의 내밀한 문화적 성장과 그 표정을 깡그리 무시한 발상이라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80년대에 미국 영화 산업에 진출하려다가 실패한 일본 문화자본이 90년대 들어 동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사실, 미국 영화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방식으로는 미국 영화인의 마인드와 기술을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는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화적 내면으로 스며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 그나마 동남아 권역은 화교자본의 단단한 결속력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동북아, 특히 한국 시장은 너무나 느슨하고 방만한 산업구조때문에 손쉽게 장악할 수 있으리라는 그들의 속셈 등등을 고려해 볼 때 문화상품화 논리에 따른 일본 대중문화 개방 방침은 현실을 도외시한 섣부른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의 대기업이 어떤 생리를 갖고 있는가. 그들은 해외에 자동차 수출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회사를 세워 외제차 수입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한국의 문화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이 오로지 이윤을 위해 일본의 문화자본과 결합하리라는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닌가.

  상당히 유보적인 결론이지만, 언젠가 문을 열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한·일 두 나라의 민족 감정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준비 마케팅의 수준, 보다 과학적인 시스템에 의한 문화산업 구조의 개혁 등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조차 없는 지금 이 상태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섣부른 일이다.

/ 정윤수(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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