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사회에 만약 신문이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신문이 없어지면 신문기자는 직장을 잃게 될 것이고 지하철역에서는 신문 가판대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오늘 저녁 무슨 TV프로그램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따로 잡지를 사 보든지 아니면 프로그램 목록을 일일이 써두거나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프로야구 소식을 알려주는 것도 TV와 라디오, 혹은 PC통신뿐일테니 야구광들은 PC통신에 가입하거나 방송시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제적 혹은 사회적 문제는 또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도 TV나 라디오, 통신 등을 통하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게 될 것이다. 요컨대 3백원만 주고도 세상돌아가는 소식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훑어볼 수 있는 편리함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개인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사회체계의 정상적 기능에도 심대한 지장을 주게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다니는 대학에서 지금 대학신문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학교에 대한 정보, 학교 주변에 대한 정보,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 대한 정보, 학과에 대한 정보 등을 알 수 없게 됨으로 인해 대학생활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답은 ‘아니요’일 것 같다. 대학신문이 없어도 대학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신문의 역할이 그만큼 미약하다는 말로 풀이될 수도 있다. 일간지이거나 대학신문이거나 간에 신문의 본원적 기능은 독자가 필요로하는 정보의 전달에 있다.

  문민정부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대학신문들은 기성 일간지에 대한 일종의 대항언론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기성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통제로 말미암아 정보의 편향성이 고조되고 이에 반발해 대학신문들이 작으나마 독자적인 소리를 내었던 셈이다. 또한 과거의 대학신문들은 고급 교양매체가 충분히 발전되지 않은 사회 풍토에서 아카데미즘을 지향하는 문화매체의 기능에 비중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사회의 민주화 경향에 따라 언론의 자유가 신장되고 대학신문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잡지와 책들을 접할 수 있게 됨으로 인해 대학신문의 일차적 기능은 원론으로 돌아올 필요성이 커진 것이 지금의 형편이다. 다시말해 대학구성원이 놓치면 안될 정보의 전달에 충실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대학사회의 구성원은 학생과 교수와 교직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들 모두가 대학신문의 독자이다. 교수들이 대학신문을 보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그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대학신문 없이도 대학생활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신문이 매력적인 정보를 생산해내지 못한다는 데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민감하게 파악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그것을 파악해낸다 하더라도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가지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제공해주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대학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신문으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간단히 몇 가지를 지적해 보기로 한다.

  첫째, 작은 것에 살아있는 기사가 있다. 커다랗고 추상적인 소재보다는 작지만 생활에 밀착된 소재가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둘째, 독자가 곧 기사다. 대학신문의 독자들, 즉 학생과 교수와 직원이 뉴스의 주인이 돼야한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보다 많이 취급될수록 독자는 신문을 가까이 느낀다. 최근 일간지들이 여론독자란을 확대하는 이유는 이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셋째, 대학신문의 취재영역에는 학교 주변도 포함된다. 대학의 영역은 학교의 담장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주변은 모두 대학 구성원의 생활공간이고 따라서 이들의 이익과 관심에 연관되어 있다. 뉴스를 담장 밖에서도 찾을 필요가 있다. 넷째, 기자교육의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 신문은 결국 기자가 만든다. 기자의 수준은 신문의 수준이기도 하다. 계속적인 기자교육이야말로 대학신문이 변화를 거듭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본 토대이다.

/ 김신동(언론정보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