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독>은 중앙대 영상대학원과 투자사 KM컬쳐의 산학협동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저예산 공포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와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의 호평을 등에 업고 공식 극장 개봉했다. 예산규모와 배급방식 등에서 독립영화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독립영화라고 소개하고 싶지 않다. 창작자의 동기 자체가 독립영화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본격 상업영화로 가기 위한 과정적 의미가 더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재능 있는 신인감독이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 제한된 공간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스토리텔링과 프로덕션의 효율성을 창출하는 영민함이나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연출력 모두 돋보인다. 영화는 붕괴하는 가족의 모습을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섬뜩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공포라는 외양을 걷어내고 나면 기저에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깔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자극을 통한 공포감 유발에만 매달리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장면 장면 오싹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연출자의 장르적 감각 역시 훌륭하다. 예산을 감안할 때 프로덕션 퀄리티 역시 결코 낮다 할 수 없다.

  또한 영화의 전반적 성취는 신인감독의 작품답지 않게 비범하다. 수년 전 윤종찬감독이 <소름>이라는 음산하기 그지없는 영화를 들고 나타나 충무로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최근 기획되고 만들어진 숱한 저예산, 혹은 독립 장편들 중에서 단연 이목을 집중시키는 영화라 할만하다. 올해 개봉한 공포 영화들 중에 최고라는 주위의 평가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만약 지금 연출자가 내 앞에 있다면 시나리오를 조금 더 다듬었어야 하지 않냐고 말해 주고 싶다. 아마 감독 스스로도 상당 부분 공감하리라고 생각한다. 작품은 많은 서브플롯과 은유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 의미의 요소들 하나하나가 서로 유기적으로 맞닿아 있지는 못하다. 어찌 보면 애초에 욕심이 과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공을 들여 시나리오를 다듬었다면 스토리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글 쓰는 이의 재능보다는 결국 끝까지 물음표를 던지며 포기하지 않고 반복해서 고치기를 마다하지 않는 노고 속에 구축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편집만은 꼭 다시 손을 봤어야 하지 않냐는 지적도 덧붙이고 싶다. 분명히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들이 눈에 보이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하고 넘어간 느낌이다. 찍을 때의 의도를 잠시 잊고, 화면 속에 남아 있는 결과만을 두고 편집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유나 냉정함을 신인감독에게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지난 주 개봉한 이 영화는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소수의 상영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단순히 영화 한편 보는 차원이 아니라, “변변히 가진 것도 없는데 과연 무엇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젊음의 보편적 명제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람을 권하고 싶다. 영화 <독>은 시작이 미미했기 때문에 결과로서의 성취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성공의 아이러니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며 한국 저예산 장르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수작이다.

/ 권재현(한림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