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앞 둔 4학년 2학기가 돼서야 처음으로 이력서를 작성한다. 입사용 이력서를 아무런 준비 없이 급하게 작성하려다 보니 가장 먼저 막히는 것이 이력서 양식이다. 그래서 인터넷 포털에서 이력서를 검색하여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맘에 드는 이력서 양식을 다운 받아 그 틀에 자신의 이력을 채워 넣는다.

  잘 썼다고 소문난 이력서들을 읽어보고 스타일 좋은 이력서 양식을 찾았지만 막상 빈 칸에 본인의 이력을 써넣으려고 하면 ‘난 뭘 했을까?’라는 자괴감과 함께 망망대해에 던져진 느낌이 들 것이다. 마치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입고 나온 옷이 멋지다고 해서 내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사놓았다가 중요한 자리에 나가기 직전에서야 입어보고 낭패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잘 쓴 이력서란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본인이 적합하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는 자료를 토대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력서를 잘 쓰기 위해선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 다음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과 역량들을 다 끄집어내어 펼쳐 본다. 기업이 원하는 핵심역량을 기준으로 삼아 본인이 꺼내놓은 각종 역량들을 계열별로 묶어낸다. 예를 들어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핵심역량을 관련분야의 전문성,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서비스정신과 봉사정신, 적극성, 어학능력 등으로 도출했다면 각각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본인의 역량들을 집어넣는다. -이 부분은 자기소개서 작성법에서 자세히 설명하고자한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핵심역량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자원에 대한 효율성의 문제가 대두된다. A4라는 한정 된 공간을 내게 할당 된 기회라고 생각하고, 본인이 갖고 있는 이력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가장 값어치 있게 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학부 졸업생이 학력란에 대학원란을 만들거나 어학성적이 형편없음에도 굳이 어학성적 기입란을 만드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그만큼 날려버리는 것과 같다.   경쟁력이 있는 역량을 중심으로 이력서의 형식을 구성한다. 학력이 우수한 사람은 학력을 강조하고, 사회활동이 풍부한 사람은 사회경험을 강조하고, 관련 업무 경력이 많은 사람은 업무경력을 강조할 수 있도록 이력서 양식을 구성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등 입사서류를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자사가 원하는 기준에 따라 이력을 기입해야 하므로 위의 내용이 적용되기 힘들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자사양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은 대기업 이력서 양식이나 포털에서 제시하는 이력서 양식을 기준으로 본인의 입사서류를 작성하면서 이력서를 반성문처럼 자기소개서를 참회록처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력서는 ‘나’라는 제품을 시장에 내어놓기 위해 만드는 광고전단이다.  어떻게 하면 구매자가 ‘나’라는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할 마음이 생길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된다. 취업을 앞 둔 상황에서 이력서를 작성해야 한다면 내가 갖추지 못한 이력에는 더 이상 미련도 후회도 가져서는 안된다. 현재까지 가지고 있는 내 이력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을 상대도 인정 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이다.

  만약 취업을 준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사람이라면 지금 미리 졸업시점을 가정해서 가상의 이력서를 작성해 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본인이 갖고 싶은 이력을 미리 작성하고 그것을 하나씩 성취해서 현실화 시키는 것 만큼 확실한 취업준비는 없기 때문이다.

/ 이석각(취업지원센터 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