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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어머니, 오랜 친구의 뒤늦은 발견영화 <애자>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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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극장가의 최고 화제작 <애자>는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영화다. 장면장면 짓궂은 유머로 관객들에게 자잘한 웃음거리를 던져주다가도 제대로 울려보겠다고 작심한 장면에서는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눈물을 짜낸다. 한국인들의 격렬한 감정적 분출을 몹시 신기해하는 외국인들이 본다면 상당히 독특한 영화적 시도라며 신기해하겠지만 희노애락의 풍부한 정서적 자극을 언제나 갈구해 마지않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딱이다 싶을 정도로 간이 배인 최류성 가족 드라마이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한 정기훈 감독은 비록 신인이지만 소위 “한국적 흥행코드”라는 것을 제대로 체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한 명의 재능 있는 이야기꾼이 등장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또 다른 최류성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의 관계자들이 김명민과 하지원이라는 두 스타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은근히 긴장하고 있다는 풍문도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가을 극장가에서 두 영화가 벌일 흥행 대결의 결과가 여러 면에서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영화 <애자>의 스토리는 정말 지독하게 말 안 듣는 꼴통 딸내미 최강희와 못지않게 고집 쌔고 성깔 괄괄한 어머니 김영애 두 사람 사이의 오랜 애증의 드라마를 그 중심축으로 한다. 때문에 영화적 흥미를 위해 다소 희화화된 내용이나 두 주인공이 작가 지망생과 수의사라는 조금은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나면, 영화 속의 모든 상황들과 대사들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가정에서 어머니와 딸 사이에 벌어지는 일상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이 “일상성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 보인다. 관객들의 일상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로 버무려 낸 진솔한 “공감의 성찬”이 어떤 블록버스터 못지않게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애자>의 가장 큰 감동의 근원은 결국 평범한 개개인의 삶 하나하나 속에 존재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의 더 큰 메시지는 죽음으로 인한 어머니와의 극적인 이별보다도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다시 찾아 온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장례식장에서 주인공 애자를 찾아온 환상 속의 어머니가 애자를 부둥켜안고 “오늘까지만 슬퍼하라”며 타이르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영화 <애자>의 관객들이 발견한 것은 주인공 애자가 영화 속에서 그녀 스스로 발견한 것과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존재지만, 또한 가장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인생의 동료이자 친구로서의 “어머니”일 것이다. 영화 <애자> 속의 어머니는 무조건적인 희생의 상징으로서 신성시되고 숭배의 대상이 돼버린 어머니 이전에 우리들과 매일매일 악다구니 치며 싸우고 또 함께 기뻐하며 긴 세월을 함께 한 오랜 친구로서의 어머니가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때문에 영화 <애자>가 주는 커다란 공감은 영화 속의 구구절절한 과거사 설정을 설사 배제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성립하고도 남는 것이다. 세월이란 돌이킬 수 없으므로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모두 떼어 낼 수 없는 자기 자신의 일부가 된다. 때문에 그 세월을 함께한 누군가는 어떻게 함께 했는가를 떠나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결국 모두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는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가장 소중한 친구였던 셈이다.
/ 권재현(한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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