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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얼룩진 삶을 씻어내는 희망의 노래뮤지컬 <빨래>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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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의 붐으로 대학로 소극장까지 뮤지컬이 상당 부분 잠식한 가운데, 일부 창작 뮤지컬들은 아예 전용극장에서 관객들이 계속 찾을 때 까지 공연하는 오픈 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근래 몇 년 동안 중소극장용 뮤지컬들은 20대〜30대 초반의 젊은 창작진들이 참여한 작품이라는 점,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이 증가한다는 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뮤지컬의 주요 관객이 20∼30대 여성이기 때문에 제작사들이 이들 취향에 맞는 로맨틱 코미디 또는 코믹 멜로 성격의 작품을 앞다퉈 내놓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몇몇 소극장 뮤지컬은 동시대 풍경을 담은 현실감 있는 소재, 정감 있는 가사, 참신한 구성, 속도감 있는 장면전환, 밝고 경쾌한 음악, 일인 다역을 바탕으로 한 배우들의 앙상블로 공연의 재미와 감동을 극대화하면서 관객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다.
이런 대표적인 경우가 명랑씨어터 수박이 제작한 <빨래>다. 젊은 여성연극인 추민주가 쓰고 연출한 <빨래>는 2005년 4월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선보인 2주간의 공연만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작사․극본상을 받았다. 초연 직후 단박에 소극장용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서울 ‘국제수퍼’ 주변의 변두리 달동네가 극중 배경이다. 등장인물들도 사회의 중심부에서 소외된 비주류다. ‘서울의 꿈’을 안고 상경한 강원도 출신의 비정규직 직장여성, 몽골 출신의 불법 체류 노동자, 세입자들에게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는 욕쟁이 할매 등 달동네 서민들의 고단한 서울살이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 변두리 이웃들은 부당한 서점 사장의 처사에 대들다가 창고로 쫓겨나고, 악덕 사장한테 월급을 떼이고, 홀로 40년째 장애인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지지리 궁상맞고 구질구질한 삶’을 살아간다. 외국인 노동자 불법 체류, 여성 노동자의 부당해고, 장애인 소외 등 우리 사회 안에서의 편견과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상처 입은 사연이 조명되고 있지만, 달동네 주민들은 결국 서로를 위안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건강한 삶을 노래한다.
‘빨래를 하면서 힘든 삶을 즐겁게 씻는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이 작품에서 ‘빨래’는 고된 일상에 찌든 삶을 말끔히 씻는 비법이 된다.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등의 가사가 작품의 주제를 말해준다. 맑은 하늘 사이로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는 희망의 상징이다. 일인다역 행인들을 등장시켜 시공간의 리얼리티를 섬세하게 세공해나가는 연출력 또한 돋보인다. 특히 이동식 세트를 활용해 반지하 방에서 골목길로, 번듯한 서점으로 변하는 무대장치(여신동 무대디자인)가 인상 깊다. ‘연극의 유희정신과 진지한 메시지가 잘 버무려지고 뮤지컬이 제공하는 위안과 판타지, 그리고 동시대를 사는 현실감이 건강한 균형을 이루’었다는 한 연극평론가의 호평이 괜한 ‘주례사 비평’이 아니다.
무대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대형 공연이 아닌, 독특한 아이디어와 섬세한 연출력, 정감 어린 내용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뮤지컬은 우리 창작 뮤지컬계에 활로를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자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소규모의 공연에서 창작진은 보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공동작업이 가능하다. 또한 작품성이나 실험성에 근간을 둔 소형 창작 뮤지컬 시장의 개발을 통해 건전한 뮤지컬 인구의 저변확대가 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중소극장 뮤지컬은 제작층-배우층-관객층을 양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
/ 유인경(한림대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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