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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랑 그리고 시간이라는 이름의 용기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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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베스트셀러로 맹위를 떨치다 영화화 된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부담 없이 볼만한 멜로 영화다. 지금껏 시간여행을 다뤄온 영화들은 로맨틱할 순 있어도 ‘시간’이라는 주제가 가진 어두운 매력을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이 사랑이라는 막연한 개념에 개입하면서 이뤄지는 긍정적 시너지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이 영화, 사랑으로 충만하다.
이들에게 사랑은 공포다. 사랑, 그것만으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인데 만남과 헤어짐의 조절조차 의지대로 할 수 없으니 사랑하는 것도, 그만두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들의 만남은 헨리의 유전적 이상(으로 추측되는)으로 발생되는 시간 여행만큼, 딱 그만큼 운명적이다. 뒤죽박죽이 된 시간 속에서, 일관성이라고는 일찌감치 포기한 헨리의 삶 속에서 클레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유일무이한 일관성이다. 헨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요한 시간에 자주가긴 하지만...’ 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클레어가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클레어가 존재하는 시간에서만 헨리의 심장은 평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여행이라는 기이한 현상 속의 유일한 안식처 혹은 그의 존재감을 느끼는 최후의 존재. 매순간이 불안과 긴장의 연속인 헨리에게 클레어의 사랑은 언제나 그 같은 곳에 자리하는 하나의 종교와도 같다.
만남은 짧지만, 기다림의 크기와 사랑은 깊이는 정비례한다. 이들에게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닌, 매번 짧게 붙잡고 오래 음미해야하는 것이다. 세월이 가는 만큼 확신은 단단해지고, 기다림은 결코 괴롭지 않다. 이것이야말로 사랑이 전하는 득도의 순간이다. 시간여행이라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소재가 사랑이라는 형이상학적 소재와 만났을 때 가지는 시너지는 꽤 생각해볼만 하다. 흔히 내뱉어 지는 ‘언제까지나 날 사랑해 줄 거야?’ 라는 커플들의 정량적 질문에 이 영화는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는 감성적 대답을 건넨다.
재미있는 설정을 가진 멜로 영화로 괜찮은 이야기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아쉬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헨리가 가진 ‘시간여행 병’이 유전적인 것이며, 유전공학박사 켄드릭 박사에 의해 어느 정도 파악이 돼가는 것 같은 단서를 주는데 그것이 활용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과정이 흥미진진하다면 결과가 뻔해지는 것은 오히려 즐길만하다. ‘켄드릭 박사가 우여곡절 끝에 헨리의 병을 고치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예쁘게 살았답니다’ 는 식으로 영화가 끝난다 한들 누가 뭐라고 할까. ‘흔한 결말’을 지나치게 배척해 괜찮은 가지를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오히려 존재함으로써 영화의 집중력을 흩트리고 있으니, 켄드릭 박사 나올 시간에 시간 여행 에피소드나 더 보여주는 게 나을 뻔 했다.
최근 날씨에 어울리는 갈색 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즐기기 좋은 상업 영화다. 오후 5시에 극장에 들어가서 가장 가까운 시간의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에게 적극 권장할만하다. 그러나 평행우주, 타임 패러독스 등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길 즐기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멜로 영화에 학을 띄는 사람이라면 피해 가는 것이 좋을성싶다. <시간여행자의 아내>의 세계는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긴 뭐, 사랑이라는 게 그런 것이기도 하더라마는.
/ 김영은(심리·4년) 중앙 동아리 영상틀 2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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