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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빈민가 청년을 통해 행복의 진실을 말하다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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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오스카상을 휩쓸었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잦은 호평과 적은 비판을 받으며 많은 이들에게 ‘2008년의 영화’라는 찬사를 들었다. 질주하는 카메라와 ‘엣지’있는 연출로 포장된 빈민촌은 관객들이 부담 없이 동정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 스포팅>의 폭발 이후, 그만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대니 보일 감독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다시 똘똘이 반열에 복귀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간단히 말해 거지 소년 자말 말릭의 인생 역전기다. 빈민촌에서 태어나 종교 분쟁으로 어머니를 잃고, 구걸을 하고, 쓰레기를 뒤지고, 아무튼 최악의 상황에서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소년이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하는 자는 누구인가!? (Who want to be millionare)>라는 쇼에 출연하게 되고 준비된 문제를 다 맞혀버린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포커스는 ‘문제의 답을 알게 된 경위’다. 그는 시궁창에서 굴러먹으며 슬픔과 절망의 한 점을 찍을 때마다 한 문제씩 알게 됐다. 삼총사의 마지막 총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인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서 타지마할을 호텔로 착각하던 이 소년은 운명의 손에 이끌려 퀴즈쇼의 우승자가 된다. 그리고 퀴즈쇼에 나간 목적이었던 사랑 역시 그에게 돌아온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 결국 모두를 손에 넣은 남자, 자말 말릭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영화 공개 후 제작진은 빈민촌에 약 10억 원을 기부하고, 인도 정부는 실제 빈민촌에 살고 있던 아이들에게 집을 두 채씩 제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영화에 등장한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라티카의 아역이었던 루비나 알리는 아버지에 의해 팔려갈 뻔 했고, 다른 아역배우 아자루딘 이스마일은 노숙자가 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인도 빈민촌의 문제가 단순히 ‘돈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2009년 현재 국가 행복도 1,2,3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자마이카는 부자 나라인 것일까?
개봉한 지 1년도 지난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영화 자체보다는 그 뒷이야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물질적인 성공을 위해 살인도 마다치 않았던 살림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끝까지 사랑을 추구했던 자말은 둘 다를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돈’으로 도우려 했지만 ‘의식’의 변화는 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아역 배우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2009년 겨울. 기온은 분명 예년에 비해 높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해 보다 싸늘한 지금 우리가 더욱 욕심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1년 만에 다시 보면서, 나는 조금 슬퍼진다. 이 영화를 통해 더욱 불행해진 아이들, 그리고 완벽하게 행복해진 제작자와 주연배우들이 ‘빈민굴’에 엉켜있었기 때문이다. 오스카 8관왕의 영광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신나게 노래하며 춤추던 마지막 시퀀스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Jamal Malik is one question away from winning 20 million rupees. How did he do it?
(자말 말릭은 퀴즈쇼에서 6억원이 걸려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올라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A : He Cheated
B : He’s Lucky
C : He’s a genius
D : It is Written
이것은 영화의 가장 처음 부분에 등장하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감독이 던지는 질문이다. 속임수를 써서, 운이 좋아서, 천재라서 같은 보기가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든 이야기가 다 끝난 마지막에 제시된다. Answer is …… D : It is Written. ‘지어낸 이야기니까.’ 이것이 정답이다. 이것이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전하는 섬뜩한 진실이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신나는 춤과 인생역전이 아니라, 바로 이 질문과 답일 것이다.
/ 문솔(경영·2년) 중앙 동아리 영상틀 21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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