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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래된 참신성 혹은 참신한 낡은 것의 매력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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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틱 커뮤니케이션즈'의 <내 마음의 풍금>은 1999년에 상영한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다시 만든 '무비컬'이다. 영화의 원작은 하근찬의 소설 <여제자>다. 2008년 초연된 이 작품은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잘 만든 창작뮤지컬'이란 찬사를 받으며 순항 중이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23세 총각선생님 강동수와 그를 짝사랑하는 16세 '국민학생' 최홍연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여기에 세련된 연상의 여교사 양수정을 향한 강동수의 짝사랑이 더해져 사랑의 삼각관계가 전개된다. 스토리텔링에 있어 홍연이의 시각이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홍연의 첫사랑과 성장통이 더욱 섬세하고 애틋하게 전달된다. 강동수 선생에게 '아가씨'라고 처음 불린 날, 팝송을 처음 듣던 날, 커피를 처음 마셔본 날 등에서 음악과 율동은 순수한 소녀가 느끼는 정서를 유쾌하고 생기 있게 살린다. 홍연이 결석한 날, 상상 속에 펼쳐지는 교실에서의 탱고 장면도 뮤지컬 무대 특유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여기에 소풍으로 표현된 봄과 야외 영화 상영으로 묘사된 여름, 운동회로 상징되는 가을과 눈 내리는 겨울로의 시간 변화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남녀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변하는 시간의 흐름은 여타 '로맨틱 뮤지컬'과 구분되는 극적 비유이기도 하다. 결국 짝사랑하는 소녀와 짝사랑에 빠진 청년교사는 풋사랑과 이별의 상처를 통해 성숙해진다. 이 뮤지컬은 극적인 사건이 없는 단순한 이야기와 에피소드 나열의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감동은 줄지 않는다. 주인공의 갈등과 변화를 보여주는 한 장면의 완결성, 장면과 장면이 자연스레 연결되는 유기성, 홍연의 급우들을 비롯해 주변 캐릭터들이 갖춘 전형성,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의 환기성이 지루할 틈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언어를 무대 언어로 짜임새 있게 바꾼 이희준의 대본은 물론, 배우들의 유쾌한 연기도 밀도 있는 극 진행을 돕는다. 동료 교사 박봉대, 홍연을 좋아하는 지적장애인 정복이, 선생님을 흠모하는 진구 엄마 등 조연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캐릭터가 원작과는 다른 유머 코드다. 성인 배우들과 아름다운 하모니를 형성한 아역배우들의 활약도 뛰어나다. 연극의 코러스 같은 존재인 아역들은 안정적인 음색과 앙증맞은 율동으로 활력소 역할을 해낸다.
게다가 배경부터 소품까지 '살구빛 세트'로 꾸며진 무대그림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동화 같은 내용에 안성맞춤이다. 1960년대 시골의 풍경이 찰흙 질감의 벽, 풍금과 나무 책걸상이 있는 교실, 다락방과 하숙방, 작은 정류장 등의 아기자기한 무대장치로 표현돼 화사하고 아늑한 느낌을 발산한다. 홍연이가 나비와 같은 존재임을 일깨워줄 때 깜빡이며 내려오는 불빛, 푸른 밤하늘의 별, 흩날리는 눈과 꽃잎은 추억의 공간에 또렷한 색감을 지닌 환타지를 조성한다.
김문정과 최주영의 극음악 또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현대인의 감각에 호응하는 작곡이다. 서정적인 발라드곡인 '나비의 꿈'에서 고음을 넘나드는 락풍의 '때려쳐!'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넘버는 은근한 매력을 지닌다. 특히 극 전반에 깔린 ‘내 마음의 풍금(springtime)’은 뮤지컬 넘버의 기능과 복선이 치밀하게 엮어진 테마곡이다. 홍연이와 동수의 가슴 아픈 짝사랑은 이 창작 포크송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극 전개의 중심축인 음악은 입에 착 달라붙는 가사와 어울려 '뻔한 줄거리'를 압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 석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2개 부문 수상이란 영광이 그 우수성을 담보한다. <내 마음의 풍금>은 사춘기의 성장통과 짝사랑의 감정을 잔잔한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내어 모든 세대에게 호소력 있는 가족 뮤지컬이다. 특히 자신이 나비인줄 모르는 애벌레들에게 권하고 싶은 성장 뮤지컬이다.
/ 유인경 (고려대 BK21 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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