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쉬 인베이젼의 두 번째 주자 Oasis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Oasis는 팀의 프론트맨(밴드에서 작곡을 담당하는 멤버)이자 리드기타리스트 노엘 겔러거, 노엘의 동생이며 보컬을 맡은 리암 갤러거, 베이시스트 앤디 벨, 기타리스트 겜 아처로 구성되어있다. 사실 멤버가 누구냐고 말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다. 노엘-리암 형제를 제외하곤 계속 변화해왔고, 저 두 형제가 Oasis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1994년, 1집 [Definitely Maybe]는 영국 록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 이였다. 이 앨범에서 총 11곡 중 무려 6곡의 히트곡이 나왔다.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에서 인기의 척도는 싱글 음반이 얼마나 나왔느냐다. 메인 앨범을 발매한 후에 인기의 정도에 따라 싱글 앨범의 숫자가 달라진다. 인기 있는 뮤지션의 경우 2~3장의 싱글음반을 발매한다. 그 당시 신인이었던 Oasis가 데뷔 앨범에서 4장을 발매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였던 것이다. ‘Super sonic' 'Cigarettes and Alcohol' 'Rock N Roll Star' 등 흡사 데뷔 10년차 이상의 가수가 남긴 히트곡을 헤아리는 듯하다. 

이들이 이 데뷔 앨범을 발매하고서의 일이다. 싱글 곡 'Cigarettes and Alcohol'이 표절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이에 대한 팀의 리더 노엘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래서 곡이 안 좋아? 좋으면 된 거야. 우린 오로지 음악으로만 승부하니까.” 신인밴드의 미덕은 겸손이라고 했던가? 이들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만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들이 1995년,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을 발표했다. 1집의 막강한 히트에 이어서 발매한 2집 또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다. 'Wonder wall' 'Don't look back in anger' ' Some Might Say' ' Roll with it'등이 히트했다. 특히 ‘Don't look back in anger'의 경우 그들의 공연장에서 언제나 불리는 곡으로, ’So sally can wait~' 부분을 1만여 명의 관객이 합창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허나 이렇게 조용할 Oasis가 아니다.

이번엔 동생이 문제였다. 보컬 리암은 마약 소지 혐의로 긴급 체포되어 경찰서로 이송된다. 그런데 리암이 경찰서에 들어서는 순간 믿지 못할 장면이 펼쳐진다. 경찰서의 모든 직원들이 다함께 그들의 히트곡 ‘Roll with it'을 합창한 것이다. 정말이지 그들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반증하는 일이었다. 또한 노엘의 엄청난 재능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만들어 낸 곡은 단순히 Oasis의 곡이 히트한 것이 아니라, 영국의 자존심을 세워놓은 것이었다. 특히 'Wonder wall'이 빌보드 Top10을 이루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Don't look back in anger’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Oasis의 이름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이렇게 최고의 커리어를 기록하던 Oasis는 형제의 내분으로 팀이 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1997년 3집 [Be here now]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음반에선 'D'you know what I mean' ‘Stand by me' 정도가 Oasis라는 이름값을 했다. 워낙 Oasis라는 명성 때문에 음반은 많은 양이 팔려나갔다. 그러나 확실히 제 값을 못한 음반이긴 했다. 다들 이들에게 멜로디 좋은 브릿팝만을 강요해서 생긴 문제인 것도 같다. 넓은 마음으로 성공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좋은 자세 정도로 봐주어야 하겠다. 하지만 보컬 리암의 생각은 달랐다. “이건 누가 뭐래도 좋은 음반이야. 단지 좀 길었을 뿐이라고.” 음반에 수록된 곡들이 대다수 5분을 넘는 런닝 타임을 보유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그들의 B-side 음반을 짚고 넘어가자.(B-side는 보통 싱글음반을 냈을 때 싱글음반의 타이틀곡 외의 트랙을 칭한다.) 그들의 B-side 앨범 [The Masterplan]은 의외의 명반이다.

노엘마저도 한 인터뷰에서 이 음반을 고집 부려가면서 B-side 음반이라고 한 걸 후회한다고 할 정도였다. ‘Acquiesce'과 'The Masterplan'의 경우 정규 음반에 있었더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곡들이었다. 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단지 B-side 음반이니 말이다!

새 천년 Oasis의 첫 음반은 4집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다. 타이틀 곡이였던 ‘Go let it out'은 노엘이 작곡했지만, 노엘의 스타일을 좀 벗어난 곡이었다. 좀 더 몽환적이고 거친 기타리프는 이전의 곡들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Little James‘를 맞이하는 순간에야 정말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 곡을 작곡한 이가 바로 노엘의 동생 리암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그냥 수록한 일에만 놀랄게 아니었다. 리암의 작곡능력은 그가 그렇게도 따라하려고 했던 존 레논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집은 호불호가 갈리면서 이전만큼의 히트를 기록하진 못했다. 

그렇게 2년 후. 2002년 Oasis는 5집 [Heathen Chemistry]를 발표한다. 이 음반을 발표하면서 노엘은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 Oasis는 발전이 없다고 했다. 발전을 원한다면 가서 Radiohead나 들어라. 하지만 진정한 삶의 향기를 맡고 싶다면 우리의 쇼를 봐라. 1994년에도 그랬고 우리는 사기꾼이 아니다.” 그의 말처럼 Oasis는 엄청난 쇠심줄 로큰롤 고집쟁이들이다. 그래서일까? 한결같은 로큰롤에 질린 팬들의 선택은 ‘Stop Crying your heart out’, ‘Songbird’, ‘Little by little’처럼 좀 더 부드러운 스타일의 곡들이었다. 특히 이번에도 작곡에 참여한 리암의 ‘Songbird’는 이 음반에도 단연 빛나는 곡 중 하나였다. 그러나 리암의 발전과 다른 멤버들의 곡을 수록했다는 점을 제외하곤 이 음반은 지겨웠다. 

2005년. 6집 [Don’t believe the Truth]가 발매되었다. 늘 그렇듯 이 음반이 발매되기 전 영국의 전 언론사는 기대에 부푼 기사를 연신 송출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본 6집은 미지근했다. 팬들이 기대했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는 조금이나마 살아났지만 귀를 사로잡을 만한 곡이 부족했다. ‘Turn Up The Sun’, ‘Lyla’, ‘The Importance Of Being Idle’, ‘Part Of The Queue’ 등은 좋았지만 좋은데서 끝났다. 그럼에도 늘 공연장은 매진을 기록했다. 그들을 믿는 팬들이 아직 많다는 뜻이었다. 그런 믿음을 안고 그렇게 또 3년이 지나. 사자가 귀환했다.

2008년 Oasis의 7집 [Dig out your Soul]은 ‘드디어!’라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첫 싱글로 선 공개한 ‘The shock of the lightning’부터 까끌까끌한 느낌이 예전 1집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Bag it up’, ‘I'm outta time’, ‘To be where there’s life’, ‘The Turning’까지. 거친 로큰롤 리듬은 거침없이 행진했고 까칠한 기타음이 귀를 찔렀다. 이렇게 좋은 와중에도 태클을 거는 이들이 있었다. 그래봐야 1-2집보다 좋은 음반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노엘은 자화자찬 식의 대답으로 보기 좋게 받아쳤다. “그래? 근데 우린 좀 억울하다고. 우리가 새롭게 낸 음반들은 항상 좋잖아? 단지, 우리가 예전에 낸 음반보다 못 한 거잖아? 늘 이런 식이라고. 요즘에 누가 우리 1-2집보다 좋은 음반을 냈는데? 우리는 우리의 천재성에 대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한마디로 내가 너무 음악을 잘 만들어서 이번 음악이 좀 안 좋게 들릴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되돌아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그런 평가를 해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예전 3-4-5-6집을 되짚어 들어보면 확실히 그렇게 나쁜 음반들은 없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단지 1-2집이 너무 대단했던 것뿐이었다. 7집을 내고나서야 재평가를 받기 시작하는 그간의 음반들. Oasis의 진정 자신들의 천재성의 피해자인가보다. 어쨌건, 로큰롤 이라는 한 우물을 진득하게 파고 판 Oasis는 브리티쉬 인베이젼을 이뤄낸 제2의 비틀즈였다. 아니 전 세계에 자신들을 알린 Oasis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제 좀 김빠지는 소리를 해야겠다. Oasis는 2009년 8월 노엘의 탈퇴와 함께 해체되었다. 탈퇴의 원인은 두 형제의 다툼 때문이었다. 말다툼 끝에 리암은 노엘이 가장 아끼는 기타를 박살내버렸다. 그걸로 끝났다. 1994년부터 2009년까지 영국 록계를 호령하던 사자는 그렇게 잠들었다. 향후의 계획에 관해서 리암은 Oasis의 이름을 유지한 채 음반을 계속 낼 것이라고 했다. 형 노엘은 자신의 솔로 앨범을 내겠다고 했다. 헤어진 두 형제가 다시 손잡고 새 앨범 낼 날을 손꼽아 기다려보자. 

다음 호엔 서정적인 록 밴드 Travis를 만나보자.

/ 길태우 (언론∙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