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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랑은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이중주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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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유시어터가 제작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에는 청순한 백설공주·악독한 새엄마·일곱 난장이가 등장하고 말하는 거울·독이 든 사과가 나온다. ‘백설공주’ 이야기를 패러디한 인터넷 소설(서광현)이 원작이다. 제목은 작품 내용을 간단히 알리고 있다. 안개숲에 사는 막내 반달이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서사의 중심이다. 벙어리인 '반달이'는 새엄마 왕비의 계략 때문에 세 번이나 위험에 처한 백설공주를 구해내지만, 결국 공주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쓸쓸히 죽어간다는 내용이다. 박승걸 연출가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때 친숙한 고전 동화를 난장이의 시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을 발견하고, 2001년 5월에 짝사랑의 아픔과 순수한 연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아동극 한 편을 만든다. 그 해 <백사난>(약칭)은 ‘서울국제아동청소년연극제’에서 연기상(최인경), 극본상, 연출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애초 아동극으로 출발한 이 작품이 오래잖아 '어른을 위한 동화연극'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완소’ 가족극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연극 텍스트 역시 잘 알려진 고전에 대한 친숙함과 원작이 가진 권위를 비틀면서 느끼는 쾌감을 교차시킴으로써 관객을 끌어당긴다. 극에서 백설공주와 새엄마는 원작 동화에서의 역할을 그대로 반복한다. 그러나 백설공주를 사랑하는 막내 난장이의 시점에서 각색된 이 작품에서 난장이 역의 배우들은 원전에서 미처 보여주지 않았던 사건과 반달이의 내면을 전달한다. 그래서 극은 난장이들이 조상들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고 장면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돼, 일종의 극중극 형식을 취한다. 극중 해설과 극적 재현이 반복･교차되는 이런 방식은 어린 관객들에게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손쉽게 전달한다. 무대 위에서 단 7명의 배우들이 1인 다역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반달이를 제외한 6명이 장면의 진행을 설명하는 해설자부터 백설공주와 나머지 난장이들, 이웃나라 왕자와 여러 다른 인물들을 연기한다. 예컨대, 연기자들이 이웃나라 백성 같은 인물들을 연기할 때는 발에 굽 높은 기구를 묶어 그들이 맡았던 난장이들과 같은 인물이 아님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는 동시에 난장이의 왜소함을 강조한다. 배우들은 때로 나무 배경 등의 장치가 되기도 하고 간단한 소품들을 옮겨 극중의 장면 분위기를 조성한다. 연기자들은 간간히 해설자의 입장에서 무대 양쪽에 설치된 마이크를 사용해 대사나 극적 내용을 대신 전달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음악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미세한 감정들을 표현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극을 진행시킨다. 극의 소품이나 무대장치 또한 단순하면서 친근하다. 형광 물질로 나무 등을 표현한 바퀴달린 기본 장치[flat], 종이로 싼 나무상자, 커다란 파란 천, 여러 가지 색의 탱탱볼 등 아기자기한 소품과 장치들이 무대를 채운다. 연기자들이 조종하는 커다란 왕비 인형은 극의 동화적 분위기를 강조하고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폭풍우치는 호수 장면이나 위험한 숲 장면 등에서 배우들의 신체와 단순한 도구, 몽환적인 조명으로 묘사한 장면설계는 정교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참신하고 아름답다. 무대장치의 압권은 작은 안개꽃 무리에 휩싸인 채 누운 반달이를 표현한 마지막 풍경이다. 반투명의 막에 가려져 있던 거울 속 장면의 서정성은 관객들이 반달이에게 가지게 되는 연민의 감정[pathos]을 한 순간에 집약시킴으로써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선다.
이 연극의 인기 비결은 참신한 이야기 재구성과 몸과 오브제의 유희를 활성화하는 연극적 상상력, 이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배우들의 힘이 크다. 하지만 고전을 색다르게 재해석하는 수사학과 연극적 표현력은 기실 현대연극에서 많이 발견되는 바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심신이 지친 어른들도 <백사난>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키 작은 루저(loser)'가 몸짓만으로 구현하는 조건 없는 사랑과 헌신, 그리고 희생이 관객들의 기억과 감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 유인경 (고려대 BK21 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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