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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꽃피는 5월, 소양강을 걷다춘천 즐기기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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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아름다운 춘천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자 ‘춘천 즐기기’를 기획했다. 두 번째 순서로 학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소양강으로 떠나보자. /편집자주
나뭇가지마다 찍혀있던 연초록 점들이 점점 짙어져간다. 벚꽃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철쭉과 유채꽃 메웠다. 봄이 제법 성숙해진 까닭이다. 이 풍경을 오래 감상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춘천엔 여름이 빨리 찾아온다. 봄이 사라지기 전,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떠나봄은 어떨까.
춘천 소방서에서 호반 동부로를 따라 100m가량 걷다보면 소양강이 나타난다. 모든 산과 들이 신록으로 단장하는 5월, 소양강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가 주변의 나무들 마다 새싹이 피어나고 옆자리의 봉의산도 연녹색으로 짙어지고 있었다. 산책로는 소양강과 봉의산 사이부터 소양강을 따라 길게 놓여있다. 봄의 산책코스로는 그만인 곳이다.
5월, 소양강의 바람은 부드러웠다. 덥지도 차갑지도 않은 바람은 산책하는 이들의 땀을 훔쳐 주었다. 소양산책로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아마 소양정이 아닌가 싶다. 봉의산의 조그만 언덕에 있는 소양정은 옛날 배를 타고 북한강을 여행했던 이들이 많이 들렀던 곳이다. 지금은 여행자들이 아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다. 봄날 오후, 소양정 언덕에서 보이는 의암호의 모습은 소양강 산책의 백미였다.
소양정 언덕을 내려와 일반 가정집 같은 카페 ‘봉의산 가는 길’에 들렀다. 조용한 음악이 흘렀고 중년의 남성 일곱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음악이 멈추더니 한 남성이 통기타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노래 소리가 실내에 퍼져나갔다. “우리 카페는 춘천 시인이나 화가들이 많이 찾아와요”라는 주인장의 말에 실내 분위기가 한층 더 멋스럽게 느껴졌다.
카페를 나와 다시 길가로 들어서자 소양2교의 아치형 조형물 뒤로, 한 여인의 동상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보니 왼손엔 갈대를 꺾어 들고 오른손으론 치마 걷어 올린 모습이었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스피커에서 익숙한 노래가 들려왔다. 옆에 있던 중년의 부부가 노래를 따라 불렀고 그 노랫소리가 듣는 이로 하여금 동상이 ‘소양강 처녀상’ 임을 알게 했다.
소양강 처녀상의 슬픔을 뒤로하고 조금 더 걸었다. 산책길 옆으로 보이는 의암호는 여전히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 사시사철 물이 많은 까닭이다. 연휴여서 그런지 의암호엔 오리배를 타는 가족들과 연인들로 붐볐다.
의암호의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상중도 배터 옆, 조용한 산책로에 이르게 된다. 여태껏 산책로와 나란히 오던 차도는 도심으로 들어가고 산책로만이 의암호 옆을 지키고 있었다. 산책로에 들어서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조깅, 산책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아마 ‘물가 옆 조용한 산책로’라는 타이틀 때문이리라. 산책로 옆으론 고만고만한 가로수들이 있었고 언덕 아래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였다.
시계바늘이 5시를 넘자 새로운 장관이 연출됐다. 노을이 지면서 햇살이 의암호 물결에 반사됐다. 그 광경은 마치 금가루들이 들판에 뿌려져 있는 듯했다. 만약 정신이 몽롱해 그 금가루를 주우러 갔다면 이 글을 쓸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문득 ‘소양강은 노을과 물안개의 풍광이 아름답다’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소양강의 노을을 더 감상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물안개를 보러 오리라고 다짐한 뒤, 아쉬운 소양강 산책을 끝 마쳤다. 아직, 소양강을 걸어보지 않은 이들에겐 봄이 끝나기 전 산책을 해보시라 권한다.
/ 류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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