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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리뷰소통을 통한 상처의 치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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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뚝심 있게 창작극만을 고집해온 극단 연우무대가 처음 제작한 성인 대상의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은 2005년 12월 한달간 연우소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2009년 2월 천회 공연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오! 당신…>은 ‘2006 한국연극 Best-7’, 12회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 작품상․극본상 등을 수상한 ‘웰메이드 뮤지컬’이기도 하다. <오! 당신…>은 오픈 런 공연 중인 <김종욱 찾기>와 더불어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쌍두마차’로 불린다. 두 작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장유정이 극본․작사․연출까지 도맡고, 학교시절부터 장유정과 호흡을 맞춰온 김혜성이 작곡했다. ‘흥행 제조기’로 떠오른 신예 장유정과 김혜성은 특유의 재치와 발랄한 감성, 젊은 여성의 섬세한 창의력으로 무장한 채 뮤지컬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극의 중심 내용은 성탄절 전날 카톨릭재단이 운영하는 무료병원에서 고집불통 환자 한 명이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다. ‘크리스마스 자선 프로그램’ 생방송이 코 앞에 다가온 때, 반신불수인 최병호는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에 신임 병원장 베드로 신부는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같은 병실의 환자들, 담당의사와 자원봉사자를 차례로 만나 최병호의 행적을 추적한다. 행방불명된 환자를 찾는 과정에서 젊은 신부는 치매 노인 이길례, 전직 고급 콜걸인 알코올 중독자 정숙자의 녹록치 않은 과거사를 들어야한다. 극중극 형태로 재연되는 과거사를 통해 무례하기 짝이 없는 입원환자들이 기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거나 버림받았던, 상처 입은 영혼임이 드러난다. 순진한 자원봉사자 김정연 역시 닥터 리에게 실연의 아픔을 토로한다. 물론 전달 내용에 따라 인물의 심경 고백이나 극의 상황 설명은 주로 노래로써 표현된다. 이들 각자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으로 인한 상처를 공유한 셈이며, 타인에게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는 것이다. 극의 구성을 보면, 최병호 실종사건이라는 중심 사건 외에 등장인물의 부수적인 사연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돼 있는 형태이다. 결국 관객들은 최병호와 같은 날 밤에 사라진 봉사자 민희의 사연을 통해 최병호의 실종에 대한 전모(全貌)를 알게 되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최병호 실종에 대한 공모(共謀)의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런데 가장 밑바닥에 떨어진 낙오자의 사연은 독한 신파성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며 관객의 열띤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낸 요인이다. 또한 뮤지컬의 특성상 마음속의 깊은 감정이 인물들의 테마송 등에서 내밀하게 표현돼 대사보다 호소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가령, 사업 실패로 폐인이 된 최병호와 신분을 감춰온 그의 딸 민희의 상봉 장면에서 관객들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아울러 주변에 있을 법한 사연을 간직한 등장인물은 모두 인간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들은 서로 소통하고 의지하면서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나간다는 점에서 감동을 자아낸다. 이는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결국 사람을 통해서 치유될 수밖에 없다는 주제의식과도 연결된다. 캐롤송 ‘울면 안 돼’의 네 마디가 차용된 마지막 합창곡에서 ‘살다보면 별일 다 있다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잖아’라는 가사는 이러한 극의 의도를 전달한다. <오! 당신…>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짜임새 있는 구성은 영화처럼 빠른 템포로 전개되면서 긴장과 흥미를 주고, 개연성 있는 인물 설정이나 곱씹어보게 만드는 대사/가사는 공감의 폭을 확장시키며, 결말에서의 극적 반전은 감동까지 안겨준다. 한마디로 미스터리 추리물의 재미와 인간애, 유머와 감동이 버무려진 탄탄한 구조의 작품인 것이다.
이외에 드라마와 매끄럽게 연결되는 14곡의 뮤지컬 넘버, 가사 전달에 용이한 선율 위주 음악의 실연(實演), 1인 다역을 소화해 내면서 보여준 7명 배우진의 활기, 접이식 가벽 설치로 작은 무대를 십이분 활용한 공간 연출력 또한 이 뮤지컬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한몫 한다. 무대 변화가 잦고, 등장인물의 수가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이 시간에 배우를 객석으로 보내 꽃 배달에 편지 이벤트를 하는 재치를 끼워 넣은 것도 재관람객의 증가를 불러일으킨 전략이다. 웃고 울고 가슴 따뜻하게 만드는 이 뮤지컬은 과중한 업무와 학업에 심신이 지친 환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 유인경 (고려대 BK21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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