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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상을 낯설게 하는 잔혹함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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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영화다. 고르게 호평 받은 영화는 공통감각에 호소하기 마련인 반면 이 영화는 관객의 기대 혹은 사회적 관습을 배반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잔혹함이 주는 미학적 효과는 지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지평을 넓혔다는 사실만큼은 이 영화의 변하지 않는 미덕이다.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가족>으로 상업영화에 데뷔한 이래 공포, 누아르, 서부 영화 등을 거치며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장르영화 감독으로 부상했다. 일정한 틀 안에서 그 형식이 보여줄 수 있는 묘미를 극대화했으며 동시에 전에 없던 독특한 파격을 선사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영화의 흥행과 관계없이 ‘김지운’ 자체를 선호하는 팬 층이 두텁다.
그러나 그의 11번째 연출작인 ‘악마를 보았다’는 예전 작품들과 달리 하나의 장르로 규정짓기가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고어영화쯤으로 불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틀 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서 표현된 물리적 잔혹함은 잔혹함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현(이병헌)의 잔혹함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있고 경철(최민식)의 잔혹함에는 인간다움을 잊어버린 인간의 잔혹함이 있다. 영화는 두 인물의 뜨겁고 차가운 에너지가 부딪히면서 생성되는 파열음을 들려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의 신체적 잔인함에 담론을 집중시킨다면 우리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관객을 몸서리치게 하는 이유는 외려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영화가 보여주는 ‘악마’가 우리의 일상에 무서우리만치 가깝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내가 동선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그 공간, 그 발치에, 나를 해칠 수 있는 누군가가 공존하고 있다는 상상. 우리는 그 현상을 언론을 통해 접하며 아주 쉽게 거리를 만들어 왔으나 영화는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이야기 일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너도 악마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관객이 영화를 보며 느끼는 두려움은 기실 여기에 있다고 본다.
살인마 장경철은 타인에게 무감각해진 개인들에 대한 메타포(비유)이기도 하다. 아니 차라리 그는 냉소화된 사회 전반에 대한 직유다. 생명 없는 ‘사회’라는 괴물이 어떻게 개인들을 대상화시키고 비인간화해 다루는지 경철을 보면 알 수 있다. 타인과 공감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혹은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둘은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았다. 그리고 세상을 욕하던 자가 오히려 세상을 쉽게 닮아간다고 했던가. 어느새 수현은 경철을 닮아간다. 경철에게 행해지는 복수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천천히 경철을 복제하고 있는 수현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살인마 경철이 수현을 두고 ‘이 개사이코 같은 새끼’라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관객이 공감하며 실소를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분명 이 영화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영화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문제작이었으며 감독은 애초에 이번 영화를 통해 극단의 끝을 가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극단이라는 것은 언제나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람은 극단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는 사실이다.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예술은 그런 것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존엄이 훼손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한다면 이 정도의 잔혹성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는 것이 관객의 몫이다.
/ 박주환(언론·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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