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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신화가 돼버린 최고의 무기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골든슬럼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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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는 이사카 코타로가 비틀즈의 노래 ‘골든슬럼버’에서 영감을 받아 쓴 동명의 스릴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피쉬 스토리’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화된 작품이자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과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숲의 도시 센다이의 택배기사 아오야기는 어느 날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대학친구 모리타로부터 낚시가자는 연락을 받고 약속장소로 향한다. 오랜만의 재회 후, 차 안에서 모리타는 갑자기 아오야기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넌 오스왈드가 될 거야. 도망쳐!” 그때 약속장소 근처에서 진행되던 신임 총리의 퍼레이드 중 헬기폭탄이 폭발하고 폭발 직후에 경찰들은 아오야기를 향해 총구를 겨누기 시작한다. 아오야기는 암살범으로 지목되고 그는 무작정 총을 쏘는 경찰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주한다.
오스왈드는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범으로 지목된 용의자다. 영화는 갑자기 오스왈드처럼 암살범이 된 아오야기의 도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흔히 도주나 암살이라는 소재를 가진 영화라면 쫓고 쫓기는 긴장감으로 영화적 재미를 높이고 그를 둘러싼 치밀하고 무거운 음모로 관객을 압도하기 마련이다. 원작도 스릴러 소설이다. 원작에서 아오야기를 위협하는 존재들은 치밀하고 악하며 무자비하다. 하지만 영화는 암살범의 누명과 무고한 한 남자라는 두 가지 커다랗고 무거운 줄기 아래 그를 위협하는 존재를 한없이 간단하게 처리한다. 또한 누가 아오야기에게 누명을 씌었는지 아님 그 누명을 벗기 위해 아오야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따위를 잘 설명해 주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정치적 음모론은 스쳐가는 날씨 이야기처럼 간단하고 그의 누명을 벗기 위한 시도도 긴박감이 넘치기보다는 감동적이고 잔잔하다.
대신 영화는 도망치는 아오야기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욱더 따뜻하게 풀어낸다. 연쇄살인범 키우로, 어두운 인생을 살았다던 병원에 한 아저씨, 아오야기가 구해준 아이돌 연예인, 직장 동료, 그리고 그의 첫사랑까지. 아오야기를 둘러싼 사람들은 모두 비현실적이다. 그들은 TV에서 아오야기가 암살범이라고 떠들어 대는 것을 처음부터 믿지 않는다. 그들은 무작정 아오야기가 누명을 쓴 거라고 믿고 아오야기를 돕는다. 아오야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비행기 폭탄을 조종하는 화면이 TV에서 수없이 흘러나와도 그들은 모두 ‘아오야기 일리가 없어’라고 확신한다. 아오야기도 마찬가지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목숨이 위태로운 극단의 상황에서 불신이 깊어지기 마련이지만 그도 여전히 모두를 믿는다. 누군가 자신에게 잠 오는 약을 탄 물을 건네더라도 아오야기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것을 마신다. 그는 인생에서 최대의 무기는 바로 ‘신뢰’라고 믿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 최대의 무기를 단단히 장전하고 아오야기는 든든하게 여행 같은 도망을 떠난다.
이 따뜻하고 잔잔한 도주극은 비틀즈의 자장가 ‘골든 슬럼버’처럼 나른하고 노곤하다. 나른함 취해 그의 도주를 지켜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아오야기가 암살범 누명을 썼다는 엄청난 사실이 조금씩 흐려지기도 한다. 영화가 도망이나 누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단지 무조건적인 ‘신뢰’가 비현실적이 돼버린 이 사회에서 살아가며 영화 속 그런 무차별적인 믿음이 많이 낯설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사회에서 ‘신뢰’라는 최고의 무기는 이미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신화가 돼버린 것일 지도 모른다. 메마르고 삭막한 현대사회의 끊임없이 양산되는 무분별하고 왜곡된 이미지 속에서 진실과 믿음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영화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신뢰’가 신화 같은 상념이 돼버리긴 아직 이르다. 아오야기처럼 우리는 조금 바보 같아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 김아름(심리·3년)
중앙 동아리 영상틀 17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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