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일본인의 생활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정치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 마찬가지로 ‘국가 대 국가’라는 공적인 시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생활문화의 실상은 매우 지역적이고 사적인 측면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회를 즐겨먹는다”라거나, “일본인은 12월 31일에 해넘기기(送年을 기념하는 의미의) 소바를 먹는다”라는 등 ‘일본은 어떻다’라고 나름대로 단정 지어 쉽게 다른 나라의 문화 전반에 대하여 일반화하여 말하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일본문화를 획일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언급하게 되면 일본문화 전체를 보다 다양하게 보는 시각을 차단하게 된다는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더 흥미롭게 일본문화를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는 일본문화’라는 단조로운 시각에 멈춰버리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이제 우리가 일본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획일적 인식 혹은 이미지와 생활문화 현실의 괴리에 대하여 몇 가지 언급하고, 타문화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의 의의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하자.

이 사진은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디인지 쉽게 알아 볼 것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쉽게 접하는 패스트푸드 점인 맥도널드 간판이다. 이 간판에서 씌어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이 맥도널드를 가타가나로 ‘마크도나르도’(マクドナルド)라고 쓰고 읽는다. 그런데 나는 약 7년간 일본 도쿄에서 유학생활을 했고 수 없이 많은 약속을 저 마크도나르도에서 했었지만 일본인 친구들과의 약속에서는 거의 마크도나르도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과의 대화에서는 항상 줄여서 ‘마크’(マク)에서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살던 도쿄 쪽에서는 그게 매우 자연스러운 표현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TV를 보다 보니 오사카 사람들은  ‘마크도나르도’를 ‘마크도’(マクド)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오사카 쪽에서는 ‘마크도(マクド)’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좀 더 궁금해져 오사카와 도쿄 사이에 있는 나고야에서는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보았다니 나고야 쪽에서는 ‘마크’와 ‘마크도’를 혼용한다는 것이다. 즉 ‘마크도나르도’의 실상은 언어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쿄는 ‘마크’권이고, 오사카는 ‘마크도’권, 나고야는 ‘마크+마크도’권이라는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마크도나르도’는 어디까지나 일본어 간판으로서만 존재할 뿐, 상당수 일본인들은 줄임말을 사용하면서 그것도 지역적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실상인 것이다. 일본 맥도날드 창업자인 후지다덴(藤田田)이 오사카 출신으로 처음에  McDonald's 의 일본식 발음을 정확한 미국 발음인 <マク-ダーナルズ>가 아니라 오사카식 억양에 맞추어 마크도/나르도(マクド/ナルド)로 설정한 것부터 이러한 지역성을 형성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섬나라 일본’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다. 2009년 12월 20일자 요미우리 신문에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12월 31일, 새해를 맞이하며 먹는 생선은?”이다. 쌀문화권의 특징은 설날에 떡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모두 설날에 떡국을 먹는다. 또한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섣달그믐날에 생선을 먹는다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생활문화의 실상은 과연 그러할까?
  
이 기사는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른바 섣달 그믐날에 먹는 생선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소개한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에 최초의 투고자는 일본 나가노현, 시즈오카현 등이 있는 주부지방(中部地方) 출신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먹는 생선(새해맞이 생선)은 연어’이다, 부친은 오사카 등이 있는 간사이지방(関西地方) 출신으로 친가에서는 방어를 먹는다, 그런데 도쿄출신의 남편은 ‘도쿄에는(섣달 그믐날에 생선을 먹는 픙습이) 없다’고 하고 니가타 현에 있는 남편의 친척도 섣달 그믐날에 생선을 먹는 풍습은 금시초문이라고 까지 한다, 고 하면서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는 해맞이 생선의 관습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하여 투고자의 남편과 마찬가지로 도쿄, 요코하마, 사이타마 등의 간토지방(関東地方)에서는 (그런 풍습이 있는지) 모른다는 답변이 잇달아 들어왔다. 방어를 먹는다는 간사이에서도 모른다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다. 한편 ‘알고 있다’, ‘반드시 먹는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눈에 띄는 것은 동일본과 서일본의 경계지역으로 일컬어지는 나가노 현에서 온 투고인데 북부는 연어, 남부는 방어를 먹는 가정이 많은듯하다는 점이다. 나아가 정어리(산인), 가자미(산리쿠), 홍살치(이와테), 도루묵(니가타), 대구(아오모리) 등이 거론되어 다양한 생선이 쓰이고 있는 것을 각 지역 주민들의 댓글로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미루어보면 ‘해맞이 생선’이라는 일본의 생활문화가 결코 모든 일본인이 공유하는 풍습이 아니며, 실제로 먹는 지방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생선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 역시 마크도나르도와 마찬가지로 도쿄권의 간토지방은 ‘새해맞이 생선’이라는 풍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된다. 따라서 만약 ‘일본에는 새해맞이 생선의 풍습이 있다.’라고 말한다면 일본 속의 한 지역 문화를 일본이라는 국가문화로 확대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섬나라’ 일본 속의 간토지방에서 의례식(儀禮食)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은 무엇일까? 가령 일본에서 입춘 전날을 말하는 세쓰분(節分)에 먹는 음식에 관해서 살펴보면, 에도시대의 기록에는 막말(幕末)의 다이묘(大名) 집의 식단에 대합이 들어간 장국, 소바, 후쿠차(福茶)와 함께 보리밥을 먹었다는 것이 전해진다. 또 에도시대의 다른 기록에는 세쓰분에 토란, 무, 우엉, 구운두부, 두부가 들어간 된장국, 연어 자반 등의 요리를 술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음식들은 밭농사 작물이라는 점이 특징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간토지방은 해맞이 생선과 같은 풍습과는 무관한 밭농사를 기반으로 문화적 역사를 축적해 왔음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일본 면류 음식을 대표하는 소바 역시 이 간토지방의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간토지역을 중심으로 국물보다 면발 자체의 맛을 중시한 일본 고유의 자루소바 문화가 만들어져 왔던 것이다.
  
한편 오사카와 교토 등의 간사이지방에서는 이 날을 세쓰분 정어리(鰯の節分)라고 해서 세쓰분의 저녁 식사에 보리밥과 소금에 절인 정어리를 반드시 먹었다. 일반 서민만이 아니라 교토의 조정(公家)에서도 점심에는 보리밥과 정어리로 이날을 기념하는 상(祝膳)을 차렸다고 한다. 그래서 간사이지방을 중심으로 서일본에서는 지금도 정어리를 먹는 세쓰분의 의례식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마크도나르도’라든지 ‘섬나라 일본’ 등은 일본을 단일한 사회문화로 표현하는 상징화된 용어다. 그러나 일본 생활문화의 현실은 이러한 상징화된 용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특징들을 내재하고 있다.
‘마크도나르도’ 속의 ‘마크’와 ‘마크도’, ‘섬나라 일본’ 속의 ‘밭’과 ‘산’과 ‘소바’를 함께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다면 우리에게 일본은 보다 새롭고 풍부한 생활세계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일본의 생활과 문화를 공부하는 것의 의의는 “한국에서 보는 일본”이라는 획일적인 이미지의 일본에서 “일본 속의 일본”이라는 다양한 이미지의 일본으로의 전환에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조규헌(일본학연구소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