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감독의 ‘축구와 나의 인생’ 특강(특강)이 지난 4일 고령사회연구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홍 감독은 학생들에게 축구를 통해 배웠던 것과 느꼈던 것을 위주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됐을 때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며 “이전에는 부모님의 반대로축구팀에 입단하지 못하고 1년간 축구를 쉰 적도 있다”고 그 당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 이후로 축구를 정식으로 배울 수 있게 되자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며 미소를 띠었다. 그 당시 연습하기 좋은 여건은 아니었지만 “쉬는 날도 연습에만 매진했다”며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향한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중학생이 되자 초등학교와 달리 축구를 할 때 체력, 체격, 힘을 우선으로 여겨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중학
교 축구선수로 발탁됐던 그였지만 정작 작은 체구와 약한 힘 때문에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첫 경기에서 제외됐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때 여태까지 자신이 누구보다 축구를 잘한다고 자부했던 자신감이 무너졌다고 한다. 이후에도 그의 수난은 계속됐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축구연습을 하다 상대편 선수에게 밀려 쇄골이 부러져 등교를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어느 날은 담임선생님이 부모님을 찾아와 축구를 그만두게 하도록 권했단다.이를 들은 홍 감독은 오기가 생겨 상위권이었던 공부까지 소홀히 하며 축구연습에 더욱 몰두한 한편, 언제 축구팀에서 제외될지 몰라 근심에 빠졌다고 한다. 때마침 전 감독과 달리 기술을 우선시하는 감독이 새로 부임돼 연습이 전보다 수월해졌다고 했다.

고등학교까지 축구선수로 생활한 그는 대학생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처음으로 수비수를 맡게 됐는데, 대학교 3학년 때 감독이 포지션을 바꿔보라고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예나 지금이나 수비수하면 공도 못 차고 체격도 좋지 않은 선수라는 선입견이 있어 홍 감독은 제안이 달갑진 않았지만 이는 지금의 그를 만들어준 결정적사건이다. 이어 4학년이 됐을 때 그의 인생에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국가대표 감독으로부터 발탁돼 이태리월드컵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선수들이라 적응하지 못했지만 축구경기장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해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태리 월드컵을 마친 후 2002 월드컵에 출전하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월드컵 이후 K 리그에 출전하면 매번 만석인 것이 좋았던 한편,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이 그에겐 부담이었단다. 게다가 축구선수치고 나이가 많아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피로해 이를 계기로 은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외국어’라고 판단한 그는 축구선수 계약 2년 동안 미국의 축구팀 LA 갤럭시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 경험을 통해 목표한대로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한국인 코치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항상 무엇을 준비해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지 궁리했다”며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준비된 자세를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살면서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오지만 이를 살리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는 자신의 몫임을 강조했다. 특강을 들은 최창진(경영ㆍ2년) 씨는 “저명인사로서 말하는 뻔 한 특강이 아니어서좋았다”며 “홍 감독이 생각하는 기회를 말한 부분이 와 닿았다”고 호평을남겼다.

한편, 이번 특강은 전 강원도지사인김진선(법행정) 객원교수의 주관으로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듣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를 접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슬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