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 속에 나타난 한림은 어떤 모습일까? 창간 500호를 맞아 학보 속의 한림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대학생활의 꽃 축제

우리 대학 축제는 1984년 5월 개교 1주년을 맞아 ‘비봉축전’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다. 80년대 비봉축전은 학술, 예술 및 전시회, 여학생부 주최 행사, 민속행사 및 초청공연, 특별행사 및 체육행사 등으로 구성했다. 비봉축전 1회 학술행사에서는 영문학과 교수의 ‘영어 왜 안들리나 왜 말 못하나’, 사학과 교수의 ‘인도를 다녀와서’, 사회사업학과(현 사회복지학과)교수의 ‘노인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는데 많은 학생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예술 및 전시회 행사로는 여학생부의 꽃꽂이, 한빛사진회의 사진, 골프반의 골프장비 등 다양한 전시회를 진행했다. 민속행사 및 초청공연에서는 전통 다도법 강좌, 윷놀이, 널뛰기, 씨름, 닭몰기, 돼지 꼬리에 리본달기 등 다양한 민속경기와 연극인을 초대해 판토마임을 여는 등 지금의 시끌벅적한 축제와는 사뭇 달랐다. 체육행사는 지금의 체육대회와 비슷하게 진행됐다. 다만 현재는 총학생회 주최로 체육대회가 열리지만 그 때 당시에는 체육써클(현 동아리)이 축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의 경기를 이끌었다. 또 리듬체조반이 리듬체조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3회 비봉축전은 학교당국의 예산지출 거부로 무산됐으며 4회에서는 닭몰기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예산부족으로 콜라마시기 대회가 열렸다. 콜라마시기 대회에서는 355ml 4명을 45초에 마신 경영학과 학생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에는 오픈하우스, 가요제, 보물찾기 등 새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6회에는 오월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진행했다. 이때 농활 자금 조달을 위해 차양모, 티셔츠, 손수건 등 기념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90년대 축제는 봄축제인 비봉축전과 가을축제인 들불제로 한 해에 두 번 진행됐다. 비봉축전은 대동제라는 이름으로 열리기도 했는데 학교 측에서 수업을 강행하는 바람에 참여가 부족해 대동이 아닌 소동제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1992년 들불제는 단과대학 선거와 같은 시기에 열려 의견충돌이 있었고 홍보부족과 행사 일정이 지켜지지 않아 일부 행사가 무산되는 물의를 빚기도 했다. 1998년에는 지난 학기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인해 주점이 사라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2000년부터 초대가수 공연이 활성화 됐고 이는 곧 축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2003년 The Breeze와 델리스파이스를 비롯해 2006년에는 휘성, 박경림, 체리필터가 2007년 JK 김동욱과 YB, 2008년 김장훈, 렉시, 다이나믹듀오, 슈프림 등이 2009년 하우스룰즈, 2010년 에프터스쿨, 정인, 싸이가 우리 대학을 찾았다. 2000년대 축제는 초대가수 공연 시간에만 학생들이 붐비는 현상을 보였다.

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과 같은 축제의 모습을 보이게 됐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과 주점에 항상 사람이 붐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회 선거 투표율

총학생회는 1985년 5월 21일 직접선거를 통해 처음 구성됐다. 1983년 한림학보 창간호에 따르면 1982년도부터 1984년 3년간은 1,2학년의 각 과의 과대표와 부대표가 참석해 간접선거 방식으로 학도호국단을 선출했다. 학도호국단은 학생층의 유기적 조직으로 민족의식과 애국심을 함양하고 국가에 헌신ㆍ봉사하게 할 목적으로 조직했던 학생 단체다. 우리 대학은 1985년 총학생회를 결성해 민주화 기반을 마련했지만 협의된 학생회칙이 학생들이 수용할지 여부와 이 회칙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는 해결되지 않았다. 처음 시작된 학생회인 만큼 모든 학생이 자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회칙을 완벽하게 만들기란 참으로 어려웠으리라 짐작된다.

첫 총학생회 선출은 직접선거로 진행됐으며 투표율은 88.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3년간 80%대를 기록하던 투표율은 87년 70%대로 하락했다. 투표율은 경선이었던 1989년 80%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1992년부터 3년간 경선을 통한 선출임에도 불구하고 70%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1995년 57%의 투표율로 급격한 하락세 보였다. 1995년 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학연과 지연이 아닌 정책 중심의 선거를 위해 기호제를 폐지하고 유세 횟수를 축소하는 등 여러 변화를 시도했지만 효과는 극히 저조했다. 1995년 이후 우리 대학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고 있다.

■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시위

우리 대학 내에 경찰이 자리 잡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총학생회장이 경찰에 구속되고 학생들이 연행되는 사건이 허다했다.

1985년 있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 추모제가 끝난 후 120여명의 학생이 교정에서 시위를 벌이다 교문 밖으로 진출해 경찰과 1시간동안 대치했다. 같은 해 학교 당국이 비봉축전에 대한 예산지출을 거부했다. 이에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이틀간 시위를 벌이는 한편 학생대표 선거 직선제를 도입해 총학생회를 구성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1987년에는 4.19 관련 추모식 거행 후 반정부구호를 내걸고 학원자율화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선두대열을 이끌던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4명의 학생회 임원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80년대 당시 총학생회는 반정부적 성격이 강해 시위가 잦았고 연행, 구속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 한림의 상징 다비드 상 그리고 정문

1987년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모사한 다비드 상이 씨알의 터(현재 성호관 앞 봉황터)에 세워졌다. 1987년 7월 8일 발행된 32호에 따르면 이 조각물의 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거액이라고 밝혀졌다. 이에 학생들은 단지 형식치례에 불과하다며 이 금액으로 학생복지를 위해 사용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2005년까지 19년간 봉황터에 자리잡아 본교의 상징으로 굳혀졌던 다비드 상이 풍화로 인해 붕괴될 위험에 처해 폐기됐다. 그러다 2004년 2월부터 이탈리아 현지에서 새로 제작됐다. 새롭게 태어난 조각상은 1억 7천만 원이며 우수로 인한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조각상은 도서관 처마 밑에 자리하게 됐다.

캠퍼스에 건물이 많이 들어서 학교의 규모가 넓어지는 등 외양이 변화함에 따라 본교를 상징할 만한 크기와 외형을 갖춘 정문이 필요했다. 그 결과 2004년 일송기념도서관 앞에 5개의 긴 기둥과 원형 지붕 3개로 이뤄진 새 정문이 활짝 열렸다. 정문은 이상우 제4대 총장이 직접 도안한 것으로 20미터 5개의 기둥은 우리 대학 설립자 일송 윤덕선 선생의 선업을 의미하며 기둥의 높이는 개교 2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3개의 원형 지붕은 붉은 대리석으로 적송을 상징하며 5개 기둥을 따라 선을 그리면 봉의산의 모양과 조화를 이룬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 한림에서 결혼식을 올리다

98호(1992년 9월 18일)에 게재된 1992년 교내에서 처음 결혼한 캠퍼스 커플이 있어 화제가 됐다. 이들은 둘 다 체육학과로 캠퍼스에서 만나 커플로 발전했기에 캠퍼스에서 결혼하고 싶었다고 한다. 식은 씨알의 터에서 거행됐다. 이곳에는 나무가 많아 객석을 60여개 밖에 마련하지 못해 후배들이 의자, 식장 장식 및 피로연회 음식 나르기 등 행사에 도움을 줬다.

■ 15여 년 전 변경된 학사제도가 지금까지

118호(1993년 12월)를 보면 94년부터 우리 대학의 복수전공제가 실시됐음을 알 수 있다. 처음 복수전공 가능 학과는 영어영문, 경영, 전자계산학과였고 점차 범위가 확대됐다. 이때 성적을 집중적으로 향상하고자 최저 이수학점이 기존의 18학점에서 15학점으로 변경됐다. 또 강의를 수강하다가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지 않아 이수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철회할 수 있도록 철회제도가 도입됐다. 변경된 학사제도는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다.

과목별 성적평균이 심한 격차를 나타내자 교무팀에서는 1994년부터 인원비율로 성적을 평가하는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했다. 당시 A는 전체 수강인원의 10~20%, B와 C가 30~40%, D,F가 10~20%의 비율을 적용했다. 이러한 상대평가는 성적의 고른 분포 형성에 기여했다.

오늘날과 같은 온라인 강의평가는 아니었지만 설문지 형식으로 오프라인 강의평가가 진행되기도 했다. 강의평가로 교수는 평가 결과에 따라 강의 내용을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 1994년 교내 첫 랜선 설치

137호(1995년 4월 18일) 1994년 겨울방학 우리 대학에서는 랜 공사를 시작해 1995년 4월 마무리됐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때 당시 개인용 컴퓨터에 랜카드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인터넷 사용에 서툰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사용방법을 아는 학생도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학생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대수가 부족했다. 개인용 노트북을 한 대씩 가지고 있고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 시대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 문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