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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스팔트 위의 꽃, 드리프트 레이서 소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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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피아니스트, 과학자, 경찰 등 우리 대학 학생들의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을까? 여기 모토 스포츠 선수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희망했던 학생이 있다. 바로 소준호(생명과학ㆍ4년) 씨가 그 주인공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커브에서 뒷바퀴를 급정지시켜 기술 드리프트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드리프트 레이서 소 씨를 만나봤다.
■ 꿈과 시련 그리고 극복
소 씨는 “유치원에 다니던 어린 시절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자신보다 어린 외국 아이들이 오토바이 레이스 하는 모습을 본 것이 신기하고 충격이었다”고 했다. 이것이 그가 모토 스포츠 선수를 꿈꾸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자기만의 오토바이를 구입해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운전 연습을 했다. 그러던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오른손 인대와 손가락, 손바닥이 모두 절단되는 아픔을 겪는다.
사고 후 그는 오른손 지체 장애 4급 판정을 받았고 1년 6개월간 입원하게 된다. 오토바이 운전을 할 때 오른손은 브레이크와 핸들, 악셀러레이터를 조종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사고 당시 그는 “오토바이 레이스는 물론 인생까지 모두 증발해버린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술 후 사물을 가볍게 쥐거나 밀고 당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카레이싱에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운전이라는 점에서 공통으로 섬세함이 요구되지만, 오토바이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게 된 그는 젓가락질 익히기와 재활치료를 하며 회복에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감각을 잃은 오른손으로 빠르게 핸들 돌리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손에 감각이 거의 없어 수동으로 기어를 변경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행히 오토바이를 오래 타본 경험 덕에 차량이 움직일 때의 무게감과 이동, 코너를 돌 때 악셀과 브레이킹 컨트롤을 빨리 배울 수 있었다.
■ 눈부신 성적과 소소한 희망
한 때 모든 것을 포기했던 소 씨. 그러나 지금은 카레이스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2006년, 동호회를 통해 카레이싱을 취미 삼아 경험하게 된 것을 계기로 2007년 대학입학과 함께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다. 이후 2008년 넥센 타이어 TDR-TT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3회, 3위를 3회 입상하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또한 시합에 튜닝한 차가 줄을 선 가운데서 디젤 1500cc 엔진과 동력 전달부분을 개조하지 않은 차량 최초로 태백 코스 1분 10초(당시 최고 기록)를 달성했다. 다음 해에도 한국타이어 DDGT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 3위 1회 등 화려한 결과를 이뤄낸다.
그런 그에게 자그마한 소원이 있다면 모교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중부대학교를 비롯해 자동차나 기계공학과가 있는 일부 대학교는 학생끼리 꾸린 레이싱 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단다. 그는 “과의 특성과 레이싱이 맞지 않아 타 대학처럼 운영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차에 우리 대학 로고를 붙이고 경기에 출전하면 한층 더 자부심을 느낄 것 같다”며 이야기했다. 또한 “주말에는 경기장(써킷) 대여료가 비싸, 비용 지불에 부담을 느껴 보통 평일에 연습한다”고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수업에 빠지게 되면 공결처리가 어려워 학점을 걱정하기도 했다. 평일에 연습하는 날이 잦다 보니, 한 번은 시합을 마치고 급하게 경기복을 입고 수업에 바로 들어간 적도 있단다.
■ 카레이싱을 향한 열정
“카레이싱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죠” 그러나 선수 활동을 하면서 또 한 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바로 온로드(포장된 도로) 경기의 규정이 없어진 것. 원래 온로드의 규정은 튜닝 되지 않은 차만 출전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규정이 없어지면서 튜닝한 차가 경기에 나서기 시작하게 됐다. 이에 그는 “그렇게 돈으로 모든 것을 승부하는 경기에 합류하고 싶지 않았다”며 “더 이상 카레이스를 하는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찰나에 눈에 띤 차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제네시스 쿠페’다. 일반 차량이 앞바퀴의 힘으로 움직인다면 이 차는 뒷바퀴가 밀어주는 힘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드리프트 경기에서는 많은 연기를 피워내며 아찔한 각도로 멋있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이러한 규칙이 “빙판 위에서 더 멋진 연기를 뽐내야 하는 피겨와 비슷하다”며 “드리프트를 아스팔트 위에 꽃, 피켜 스케이팅”으로 비유했다.
이후 드리프트 레이스로 종목을 바 구불구불한 코스에서 더 경기에서 마력이 높은 차가 유리하기 마련이지만 보통 카레이서의 경주용 차가 400~600 마력을 방출하는 데 반해 소 씨의 차는 260마력이 한계다. 그러나 그는 이런 한계점에도 비가 오는 미끄러운 날이면 희망을 갖게 된다. 이날은 마력이 높은 다른 선수의 차와 비교했을 때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비오는 날 경기에서 그는 혼자 힘으로 스폰서를 얻는 것에 성공하게 됐다. 이러한 결과를 얻기까지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그의 승부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소 씨는 “매 경기 출전할 때마다 상대방을 제치고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며 경기 전에는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라도 출발선 상에 섰을 때는 선의의 경쟁상대로만 여긴다고 한다.
드리프트 레이스를 이끌어가는 대표 선수 중 한 명인 소 씨. 그러나 그에 따르면 현재 국내 모토 스포츠 분야는 인지도를 비롯한 다방면에서 열악한 상황이며 레이서라는 직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단다. 그가 드라이버로서 원하는 꿈이 있다면 “직업이든 취미든 상관없이 드라이버로서의 열정과 역량만 있다면 누구나 드리프트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만드는 것”이란다. 그리고 “생계에 위협받지 않는 드리프트 레이서의 위치를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꿈”이라고 결의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포기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고 말하는 소 씨.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하면 무조건 이뤄진다고 생각하며 자랐고 또 그리 실천했다. 한 때 오토바이 사고로 꿈을 포기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곳에서 정상을 향하고 있는 그. 그는 “누구나 다 간절히 바라고 이를 위해 노력하면 공부, 취업 모두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뿌연 연기를 날리며 화려하게 질주하는 드리프트 레이스. 비록 한때 좌절 속에 살았던 그였지만, 현재 카레이서로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소 씨.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도 모토 스포츠가 더욱 활성화돼 그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그의 질주에 방애물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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