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 임에도 학생들이 임의로 가져다 놓은 재털이가 금연안내문과 대조를 이룬다.

기숙사 비상계단 통로에 붙여놓은 '금연구역' 안내문을 학생들이 담배 불로 훼손시켜 놨다.

학생들이 자주 왕래하는 시회대 입구에서 학생들이 모여 담배를 펴 비흡여자에게 피해를 준다.

율곡관 옆 흡연장소가 입구와 너무 가까워 강의를 들으러 가거나 끝나고 나온 비흡연자 학생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캠퍼스 내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 대학 건물 출입구는 흡연구역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흡연이 일상화 된 곳이다. 지난 몇 년간 흡연자들 사이에 담배 피우는 장소로 굳어진 이곳은 실 외이기는 하지만 출입구이기 때문에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간접흡연을 피해갈 수 없는 실정이다.

약 2천 명이 거주하고 있는 기숙사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구 기숙사에는 모두 흡연실이 건물 내에 마련돼 있어 흡연을 둘러싼 갈등이 생길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올해 완공된 신축기숙사는 사정이 다르다. 일단 신축기숙사는 금연 건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건물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문제는 신축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흡연자들이 금연건물임에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학생생활관 측은 신축기숙사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생들에게 벌점을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퇴사 조치까지 취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이러한 경고도 무시한 채 복도, 비상계단, 각 방 화장실에서 흡연을 계속하고 있다.

신축기숙사는 건물의 구조적 특성 상 복도와 비상계단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담배 냄새가 오래 남고 각 방의 화장실 환풍기는 서로 연결돼 있어 담배 냄새가 환풍기를 타고 옆방까지 금방 퍼져나간다. 이 때문에 비흡연 사생들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와 불만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자정을 넘어서게 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외부 출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실내 흡연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교내 건물 출입구흡연과 학생생활관 내 실내 흡연의 실상과 문제점, 해결 방안을 살펴보고 향후 정착돼야 할 흡연 문화를 고민해 봤다.


어딜가나 골치아픈 흡연문제

점차 금연을 늘려 그린캠퍼스로 … 학생들의 의식변화가 관건

캠퍼스 내에서의 흡연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오래된 골칫거리다. 학내 건물 중 대표적인 ‘흡연구역 출입구’는 다산관, 성호관, 퇴계관, 담헌관 입구다. 수업시간 전후 10분 동안 최소 10개피 이상의 담배가 태워진다. 다산관을 자주 드나들 수밖에 없는 이민지(언론․2년) 씨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흡연자들 때문에 아침부터 담배 연기를 맡게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갈등을 해소하고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출입구에서 일정 정도 떨어진 곳에 흡연구역을 설정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 보면, 건물 앞에는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구분 짓는 팻말은 없고 정부에서 지정한 금연건물 마크만 부착돼 있을 뿐이다. 이 때문인지 학생들은 건물 밖이라면 어디서든 흡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출입문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학생회가 나서기도 했다. 지난 학기부터 진행하고 있는 테마별 캠페인을 오는 10월부터는 금연을 주제로 한 ‘그린 캠퍼스’ 캠페인으로 전환해 시행한다. 각 건물 앞에 팻말을 세우고 스티커를 부착해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구분하고 출입구 가까이에 있는 휴지통을 출입구와 떨어진 곳으로 옮겨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총학생회장 최기수(법학․4년) 씨는 “흡연은 얼굴 붉히면서 단속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의 의식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문화가 정착된 다른 대학의 경우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돋보인다. 연세대의 경우 학생들 스스로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지정했고 목원대에서는 학생들이 흡연구역마다 ‘망가진 폐’, ‘임산부의 태아 흡연’ 등의 주제로 금연 포스터를 제작해 부착했다. 이후 흡연자는 줄어들었고 ‘그린 캠퍼스’ 실현에 밑거름이 됐다.

한편 우리 대학의 기숙사에서 흡연문제는 점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신축기숙사가 문제인데 동마다 흡연실을 만들어 놓은 구 기숙사와 달리 올해 완공된 신축 기숙사는 애초부터 금연 건물로 지정돼 실내에서는 흡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생활관 측은 신축기숙사에 한해 건물 모든 곳에서 흡연 적발 시 벌점을 부여해 해당 학생을 퇴사 시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유민(언론정보․1년) 씨는 “구기숙사에 비해 2배 이상의 돈을 내면서도 마음대로 흡연할 곳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금연건물이니 무작정 피지 말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학생들은 사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각 방 화장실은 물론 비상계단, 복도에서 흡연해 다른 사생들에게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고 있다. 자정이 넘어서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비상계단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와 옆 방 화장실 환풍구를 타고 오는 연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생들이 늘고 있다. 사생 A씨는 “환풍구를 타고 들어온 담배연기 때문에 사감에게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며 “아침에 화장실에 들어가면 뜻하지 않은 담배 연기 때문에 불쾌하다”고 했다.

실내 흡연이 고쳐지지 않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 대학 기숙사는 자정이 넘은 후에 건물 출입을 제한하는 데 흡연 구역이 없는 건물 내에서는 금연이 지켜질 리 없다. 흡연욕구를 억제하지 못한 흡연자들은 사감의 눈을 피해 실내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생생활관 측에서는 “학생들이 기숙사를 입사할 때 관내 규칙을 따르겠다는 서약서에 동의했기 때문에 건물 내 금연은 모두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생활관이 실내 흡연을 적극적으로 제재해 오지도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흡연할 수 없는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흡연자, 있으나마나 한 규정이 자정 이후 실내 흡연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금연은 사회적 추세다. 아파트 생활지들도 행여나 이웃집에 피해를 줄까봐 먼길을 마다 않고 실외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 실정이다. 학생생활관 박강종 부관장은 “금연 건물은 나라에서 정한 법에 따라 시행이 되는 것”이라며 “흡연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추세를 따라 학생들도 생각을 바꿔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을 삼가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캠퍼스 내 흡연에 대한 제재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의식 변화나 흡연구역 지정과 같은 정책이 동반되지 못하면 흡연을 둘러싼 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

/ 글ㆍ전창대 기자
  사진ㆍ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