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농구를 좋아하는 A군은 어두운 조명에도 아랑곳 없이 담헌관 뒤의 야외 농구장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학생들이 놀라울 뿐이다. 해는 져서 이미 어두운데도 주변의 가로등 불빛 몇 개에 의지해 농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자칫하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위험 천만한 상황. 농구장 옆에서는 야간 조명탑이 버젓이 설치돼 있지만, 밤에 제대로 불이 들어오는 경우를 목격한 일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들리는 말에 의하며 전기 값을 아끼려고 학교 측에서 가급적 조명탑을 사용하지 않는다는데, 그렇다면 더 많은 전기 값이 들 것 같은 대운동장은 밤에도 왜 그리 밝은지 궁금할 뿐이다

지난 2일 저녁 8시 일송기념도서관 앞에 있는 다용도체육장에서 많은 학생이 스탠드가 켜지지 않아 가로등 불빛으로 위험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  / 강훈 기자

면적당 운동하는 사람 수를 비교해보면 가장 활용도가 높은 곳은 농구장일 텐데, 오히려 드넓은 운동장의 20여명을 위해 조명탑을 밝히는 일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A군이다. 그러고 보니, 특별한 대회라도 있는 날이면 농구장의 전기 조명을 켜달라고 전기실에 부탁하는 일도 번거롭기만 하다.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농구장에 설치돼 있는 조명탑도 왜 애원하듯 켜달라고 해야 할까?’ 한때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간 적도 있는 A군은 미국 대학에서 재학할 당시, 야외 농구장의 조명탑에서 받은 인상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냥 버튼을 누르면 10분 정도 조명탑의 불이 들어오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물론, 시합을 하던 도중에 불이 꺼지기 시작하면 다시 가서 조명탑 밑에 설치된 점등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고요. 왜 우리 학교는 그런 식으로 학생들을 위해 배려하지 못하는 걸까요?”

장면 #2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K군은 다산관 뒤의 잔디밭에 들어가 야구를 할 때마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 온갖 쇠막대기와 밧줄로 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학교 측이 방해 공작을 펼친 까닭에 운동이 금지된 잔디밭 안에서 눈치 보며 야구하는 심경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공을 주고받다가 인근 도로나 통행로까지 공이 굴러가기라도 하며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은 이미 낯설지가 않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야구 연습을 위해 멀쩡하게 잘 쓰던 대운동장이 축구장 전용으로 개조되면서 더 이상 마음 놓고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한림대에서 사라졌던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축구와 함께 가장 활성화 돼 있던 한림대 야구 동아리 및 야구 시합은 교직원과 학생들의 눈총 속에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 K군은 잔디가 잘 정착되지도 않는 테니스장 옆 공터를 바라보며 차라리 야구장으로 바뀌었으면 어떨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장면 #3
P양은 배드민턴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상당한 다이어트 효과를 보는데다 부상의 염려마저도 별로 없는 완벽한 스포츠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는 마땅히 배드민턴을 즐길 장소가 없어 땅거미가 깔릴 무렵이면 한림대의 주차장이나 차도로 나와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즐기곤 한다. 물론, 주변에 폐를 끼칠까 봐 가급적 소리는 내지 않은 채 배드민턴 삼매경에 빠져보려 하지만 차라도 지나갈라치면 한 켠으로 비켜섰다가 다시 배드민턴을 쳐야 하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니 P양 역시, 일본에 연수를 다녀오며 받은 충격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동네 스포츠 센터에 테니스를 신청하러 갔을 때 건물 안팎 어디에도 실내 코트가 없어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상에 올라가보라는 직원의 말에 따라 스포츠 센터 옥상에 올라가서는 테니스 코트 4개와 연습장 1개를 발견하며 적지 않게 놀라고 말았다. 비싼 땅값에 송곳 하나 꽂을 틈 없는 도쿄의 좁은 공간을 일본인들은 그렇게 건물 옥상까지 활용하며 극대화해 사용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정주 프로그램도 좋고, 학생들의 전원 수용이 가능한 기숙사 신축도 좋다지만 조금 더 세심한 배려로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받아들여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운동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면 오지 말라 해도 캠퍼스에 찾아오련만, 오히려 운동 하지 말라며 자괴감만 부추기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서 주워 듣고 경험한 사례로 몇 자 적어봤다.

/ 심훈(언론정보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