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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잭 스패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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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름, 예능 프로 ‘무한도전’에서 ‘태리비안의 해적’이란 특집을 방영한 바 있다. ‘잭스패로우’ 대신 ‘재석패로우’, 악명 높은 ‘데비 존스’ 대신 ‘대두 존스’가 출연하는, 한마디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패러디한 특집이었다. 이 특집의 구성은 단조로웠다. 그저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문어 풍선 밑에 있는 보물 상자를 찾아내는 것.
다른 특집과 비교해 볼 때 구성면에선 별 다를 것 없었던 태리비안의 해적. 하지만 방송 이후, 각 언론에선 무한도전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감동은 글자 ‘태’에 있었다. 태리비안의 태는 기름 유출로 고생을 겪고 있는 태안의 앞 글자를 따왔다. 그렇다면 재미는? 데비 존스의 문어 수염 대신 문어발을 코밑에 붙였던 대두 존스와, 매력적이면서 야비한 잭스패로우 대신 겁 많고 말 많은 재석패로우에 있었다. 자칫, 감동만 있고 재미는 없었을 수도 있던 무한도전의 특집을 패러디가 살렸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이 없었다면 예능 ‘태리비안의 해적’은 그저 태안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남았을 지도 모른다. 또한 캐리비안의 해적이 흥행에 실패한 졸작이었다면, 태리비안의 해적은 애초에 전파를 타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지난 19일,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해왔던 캐리비안의 해적 속편, ‘낯선 조류’가 개봉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됐던 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2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개봉일 하루 동안 전국 824개 상영관에서 18만9백72명이 관람, 박스오피스 1위를 장악했다. 점유율 역시 60.7%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여행에서 잭 스패로우는 영원한 젊음을 주는 샘을 찾아 키를 잡는다. 아니, 사실 ‘떠나게된다’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처음엔 단지 자신의 배 블랙펄호를 되찾기 위해서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악명 높은 해적 검은 수염의 배에 잡혀 들어가 젊음의 샘이 있는 곳까지 등 떠밀리게 된다. 그 와중에 무슨 연유에선지 해적이 아닌 해군이 돼있던 바르보사와 마주치고 한 때 사랑했던 여 해적 안젤리카와 재회한다.
낯선 조류는 스토리면에선 전작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 ‘블랙펄의 저주’에서 ‘세상의 끝’까지 영화의 주제는 세 편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런 류의 시리즈물은 시리즈가 끝날 때마다, 늘 차기작의 스토리빈곤에 대한 불안에 맞닥뜨린다. 하지만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영화 ‘낯선 조류’는 캐리비안의 해적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더군다나 단순히 내러티브 구조를 제외해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면에서 발전한 속편이라 할 수 있다.
잭 스패로우는 한눈에 봐도 눈에 띄게 늙어 버렸지만 특유의 야비함과 깐죽거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1편에 출연했던 바르보사(제프리 러쉬) 역시, 다리 한쪽을 잃은 만큼 전작에 비해 훨씬 해적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적이면서 동시에 적이 아닌,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다 이 둘의 콤비 플레이는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의 빈자리를 메우기에 충분했다. 카메라 워킹 또한 훨씬 역동적이다. 그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선 코믹스러운 액션이 주를 이뤄왔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낯선 조류에서 조니 뎁은 교활하고 악랄한 한편으로 야비하기까지 한, 말 그대로 해적다운 액션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올 여름을 강타할 블록버스터급 영화’ 이 말 만큼 이 영화를 더 잘 수식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스토리가 부진하면 어떠랴. 이 영화에는 스토리의 부재를 무마시키는 캐릭터가 있다. 제임스 본드시리즈를 두고 모든 관객이 전적으로 그 영화의 내러티브에 몰두하진 않는다.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 역시 마찬가지다. 뚜렷한 의미 없는 그저 그런 여행을 매 시리즈마다 반복한다고 해서 잭 스패로우가 싫어지진 않는다. 제임스 본드와는 대조적인 어눌하고 교활한 캐릭터 잭 스패로우. 시리즈를 거듭하면 할수록 야비해지는 캐릭터. 그런데 묘하게 매력적이다. 그저 잭 스패로우가 화면 내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기만 해도 낯선 조류는 재미있는 영화다. 무한도전식으로 이 영화를 표현한다면? 캐릭터 정말 잘 잡았다.
/ 유명재(언론․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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