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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간의 자유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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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14  21: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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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인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는 14살의 알렉스가 주인공이자 화자로 등장한다. 그는 동무들과 함께 밤을 낮 삼아 돌아다니며 성폭력(강간), 마약, 폭행, 강도질 등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던 어느 날, 동무들의 계략에 의해 부유해 보이는 한 집을 턴다. 그리고 집 주인 할머니와의 실랑이 끝에 조각상으로 할머니의 머리를 내려쳐 죽이게 된다. 이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된 알렉스는 ‘루도비코 요법’이라는 새로운 범죄자 교화 방법 실험에 참여해 좀 더 빨리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루도비코 요법은 조건반사 원리에 바탕을 둔 세뇌 훈련으로, 약물을 투여한 뒤 자신이 저질렀던 범죄와 같은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을 볼 수밖에 없게 만들어 그 장면들을 볼 때마다 속이 메스꺼운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나쁜 생각을 할 때도 속이 메스꺼워 나쁜 생각을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루도비코 요법에 성공한 알렉스는 자유는 찾았지만 모든 감정을 고통으로 느끼게 되고, 고통 받지 않기 위해 억지로 착한 척을 하게 되며 끝이 난다.

이 책은 인간의 선택과 자유의지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들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신은 선 그 자체와 선을 선택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시는 걸까? 어떤 의미에서는 악을 선택하는 사람이 강요된 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부분이 그러하다. 선을 선택하는 것은 루도비코 요법을 받은 알렉스가 자신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선을 선택하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며 폭력적이고 불쾌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으나 위의 부분을 읽으며 이 책이 심오하고 철학적인 내용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또한 수동적인 기계처럼 변한 주인공이 곧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개인의 선택과 자유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선택과 의지가 사라진 인간은 태엽 감긴 오렌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인간은 선이든 악이든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책의 중반부로 넘어가면 알렉스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마치 연극의 주인공처럼 루도비코 요법에 성공해 변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이기적인 선택의 방법인 ‘선(善)으로 위장한 모습’을 말이다. 알렉스는 이러한 상황에 분노하며 “내가 무슨 태엽달린 오렌지란 말이야?”라고 외친다. 알렉스의 이 외침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알렉스의 선택이 선이든 악이든 모두 알렉스 개인의 자유 의지인데, 이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알렉스가 인간적으로 불쌍하게 느껴져서다. 뿐만 아니라 과연 정부가 알렉스의 행동과 생각, 감정마저 지배하고 억제하려는 이 시도가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동화 같은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1부까지만 하더라도 14살에 불과한 미성년자 알렉스의 거칠고 극단적인 모습은 불쾌감을 줬다.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이 밤마다 바에서는 마약을 하고, 개방된 성문화 속에서 성폭력을 일삼고, 폭행과 강도질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모습만 주로 비쳤기 때문이다. 또한 ‘주둥이’, ‘허섭스레기’ 등 당시 10대들이 주로 쓰던 저속한 은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어두운 밤 문화가 배경이 된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폭력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회조차 폭력을 통해 주인공을 교화하는 모습은 ‘시계태엽 오렌지’가 주인공임이 느껴지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태엽에 감긴 듯이 정부에 의해 조종당하여 거짓 선을 추구하는 알렉스의 모습, 자신이 ‘시계태엽 오렌지’임을 깨닫고 절규하는 모습 등에서 인간 알렉스에 대한 동정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작품 안에 담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책 속의 국가의 폭력이 만연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의 모습 속에서, 범죄자였던 알렉스가 동정할 수밖에 없는 희생자가 되는 모순적인 상황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혹은 이미 발생하고 있는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당시(1940~60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점이 스토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주인공이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해주는 방식도 아주 탁월했다. 사건의 묘사 또한 더 친절하게 이뤄졌고, 화자의 심리 변화를 직접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석이 문제인지, 작품이 원래 그렇게 쓰인 것인지 ‘하날님’, ‘기차게’ 등 요새는 자주 쓰이지 않는 단어나 어투가 많아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또 영어 문장을 영어의 어순에 따라 그대로 번역한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띄어서, 원작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면서 우리말의 어순에 맞게 번역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이러한 점들이 단점으로 작용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주인공의 기괴한 모습을 더 잘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또한 클래식을 적절한 시점에 등장시킨 점도 신선했다. 작품에 더욱 몰입하기 위해 책에 언급된 클래식을 들으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유명한 영미문학으로 꼽히며 영화로도 제작되어 유명세를 탔다고 하니 영화를 통해 작품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배진영(정치행정ㆍ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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