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일 ‘개혁 실종 규탄 3·1 시국대회’가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부패방지법 시민연대」, 「올바른 국가 인권기구」, 「실천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주최로 서울역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국대회에서는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등 여러단위의 노동조합과 전국학생협의회, 전국학생연대회의, 학생행동연대, 21C진보학생연합 등의 학생단위가 참여한 가운데 국가보안법철폐를 포함한 노동부분, 환경부분, 교육부분, 언론부분까지 이르는 많은 분야에 대한 발언이 있었다.

  민주언론실천연대의 성유보 이사장은 “지난 20일 인천 부평역은 계엄사태를 방불케 할 정도였지만 언론은 그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한국의 족벌, 재벌언론은 자신들의 이익대변에 급급해 민중, 농민, 노동자들의 삶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유언비어적인 언론의 태도에 맞서 국민들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박거용 교수는 “교육대통령이라고 외쳤던 처음의 모습과는 달리 3년이 지난 현실은 교수와 학생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철학에 있어서도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학교는 정권의 이익 창출을 위한 텃밭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교육부문의 재정을 GNP 대비에 따라 6%를 약속했으나 현재 4.1%에 머무르고 있어 사교육비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박교수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관해 “언론과 정치인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이 사유재산침해, 급진적인 발언이라 말하며 개정을 미루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한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활동차장은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해 “얼마전 정부는 시화호 담수화 계획을 전면 백지화시켰다”며 “1조원이라는 국민의 혈세로 진행됐던 시화호 담수화 계획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고 발언했다. 이어서 “이제 정부는 다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세계5대 갯벌’이라는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이 보존가치가 높은 것이고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전국 갯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어민들의 생계와도 직결되는 일”이라며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줘야 할 많은 바다생물들의 ‘생태보고’도 잃게 되는 심각한 일”이라는 언급과 함께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한편 여러 단위의 발언에 이어 학생단위와 노동단체들은 결의문 낭독을 마친 후 가두행진을 벌이며 서울역 광장에서 신촌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오후 3시경 신촌 로타리에 미리 배치돼 있던 전경들과 학생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골목에서 배치됐던 전경들과의 몸싸움 상황에서 순식간에 학생 대오와 노동자 대오가 흩어졌으며, 미리 준비했던 화염병도 소용없을 정도로 전경들의 강경진압은 계속됐다.

  이어 모든 학생단위들은 독자적으로 ‘폭력 진압 경찰’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연세대 정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전경들을 향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4시40분 경부터 시작된 투석전은 6시경에 종료됐으며 이날 집회 현장에서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부상을 입었다. 18명의 학생들이 서대문 세브란스병원에, 4명의 학생들이 서부 세브란스 병원에, 12명의 부상자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는 등 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가두시위를 포함한 전경들과의 대치는 3월7일 인천 부평 대우자동차 투쟁에 대한 노동자들의 강고한 결의의 자리였으며 노동자와 학생 간의 연대고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김대중 정권의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한 진정한 개혁을 바라는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의지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하다.

/ 김진희 기자 81pinklad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