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도(의료경영 4년) 씨

학기마다 선발하는 버디는 본교 재학생이 유학생에게 우리 대학은 물론,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공항에서 유학생을 맞이하는 것부터 외국인 등록증 발급, 한국 통장 개설 및 핸드폰 개통 등 다양한 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는 인터내셔널 데이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에 유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5기로 참가해 지금까지 버디 활동을 하는 장수 버디 백종도(의료경영ㆍ4년) 씨. 지난 15일 백 씨를 만나 버디에 대한 에피소드와 새싹 버디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백 씨는 입학 후 통학으로 등하교하던 탓에 과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찰나에 학교 홈페이지에서 그가 발견한 공지가 바로 버디다. 그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이 흔한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곧장 지원했다. “그때만 해도 영어 실력이 형편없었는데 친화력이 좋은 것을 장점 삼아 도전했다”며 “자기소개를 마치고 마지막에 한국어로 낭만 고양이를 불렀는데 그 자신감 때문인지 버디로 선발됐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벌써 6학기째 버디에 참여하고 있는 백 씨. 그가 처음 만난 외국인 유학생은 바로 몽골에서 온 러시아인 ‘리카’였다. 그때만 해도 외국어가 서투르고 처음 해보는 일이라 그런지 리카를 만나면 실없이 웃는 것이 전부였다. 그럴 때면 리카는 가끔씩 한국어로 그에게 다가와 줬고 그녀를 돕는 것이 임무였던 그는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한 학기가 훌쩍 지나고 군대까지 다녀온 그는 몽골로 교환학생을 가게 됐는데, 백 씨와 그녀의 인연은 그곳에서도 계속됐다. 그가 유학 간 대학교는 리카가 한국으로 유학 오기 전에 다니던 학교로, 그곳에서 둘은 우연히 재회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자신을 도와준 백 씨에게 늘 고마웠던 그녀는 반대로 그의 버디가 돼줬다. 주위에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점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백 씨가 물건을 살 때면 먼저 나서서 흥정까지 도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백 씨는 “그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인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친구가 리카였다면 반대로 제일 난감하게 했던 친구는 누구였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맡았던 한 몽골인 유학생 이야기를 꺼냈다. 유학 비자를 받아 타국으로 온 유학생에게는 돈을 버는 행위가 금지된다. 그런데 그 학생이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출입국 사무소에 구속된 것. 백 씨는 그 학생이 공부를 목적으로 유학 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성적 증명서를 떼고 교수 인증을 위해 교수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등 발품을 파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이어 “HID에서 기숙한 홍콩 여학생에게 생일선물로 향수를 줬는데 프로포즈로 오해한 적이 있다”며 선물에 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만난 유학생만 해도 몽골, 중국, 프랑스, 필리핀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매번 출신지와 취향에 따라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이는 물론이고 더치페이가 활성화된 그들에게 밥 한 번 대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술자리에 불러도 내빼기 일쑤라 함께 어울리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술 게임을 가르쳐주면 즐거워하고 나중엔 오히려 “막걸리 마시러 가자”고 선뜻 제의까지 했단다. 그는 이처럼 한국 문화에 낯설어하던 유학생들이 한국인처럼 행동하고 “덕분에 한국에 와서 잘 지내다 간다”며 작별인사를 하는 친구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매년 만남부터 작별까지 절차와 프로그램을 밟아 지겨울 법도 한데 계속해 버디에 지원하는 이유가 있을까. 이에 백 씨는 평상시에도 계속 외국어를 사용하고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문화를 익히고 생각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 버디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영어를 못해도 적극적이고 자신감과 책임감 있는 것이 버디의 요구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원해보고 싶긴 하지만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버디는 오로지 면접으로만 선발하니까 두려워 말고 도전해보라”며 조언했다. 또한, 요즘 지원하는 학생 중에는 마술과 텀블링을 하는 학생도 있다고 농담 섞인 말을 덧붙였다.

원래 외국인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항상 신선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탓일까. 졸업 후엔 해외 무역, 의료 박람회 등 국제교류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백 씨. 그는 “버디를 하는 동안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 하고 싶은 일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버디는 유학생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하고 뭐든 더 해주려 노력하는 ‘짝사랑’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 한림학보는 버디로 가득 채운 그의 대학생활 속에서 가꿔온 소중한 백 씨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