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뉴스 > 문화 |
|
[춘천 속의 맛집] 마음마저 시원해지는 곳 ‘사또 설렁탕 해장국’ |
|
2011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술 소비량은 평균 소주 69병, 맥주 86병, 막걸리 24병으로 1인당 179병을 소비한다고 한다. 경제가 하락해도 술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직장인과 대학생이 술자리를 자주 가진다고 하는데, 술을 먹는 대표적인 이유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고 한다. 술에 의지해 스트레스를 풀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경사스러운 특별한 날에도 우리는 술을 마시곤 한다. 그만큼 술 문화가 대중의 일상적인 생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음주 뒤, 혹은 얼큰함을 원할 때 꼭 찾게 되는 오늘의 음식하면 누구나 알 것이다. 어떻게 보면 관습적인 음식문화라고 할 수도 있다. 오늘의 맛집은 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해장국. 그중에서도 북어국과 스테미너의 최고봉인 설렁탕 그리고 우리 고유의 음식인 비빔밥을 소개하려 한다. 이 맛집의 이름은 바로 ‘사또 설렁탕 해장국’
- 소박함의 멋 -
많은 사람의 추천으로 팔호광장 교차로에서 남춘천역 방향 인근에 있는 ‘사또 설렁탕 해장국’을 방문했다.
이곳은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영업을 하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가게 안이 가득 찼다. 수많은 사람이 대기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반 식당의 경우, 사람이 많으면 발걸음을 돌리는 일도 있지만, 이곳에선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무작정 기다리는 사람들뿐. 특히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가게가 가득 찼는데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숟가락을 놓지 않았다.
가게의 외부와 내부를 봐도 얼마나 오래된 해장국집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외부는 정말 꾸밈없이 소박했다. 내부는 굉장히 토속적이고 재밌는 문구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가 있었는데 ‘간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드십시오.’라는 문구였다.
아마 많은 사람이 간에게 사과를 했을 것이다. 대기표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정말 앙증맞은 작은 주걱의 대기표였다. 특이한 점은 모두가 아는 해장국집에는 술을 판매한다. 하지만 이곳은 술을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 오로지 ‘국민의, 해장국에 의한, 간을 위한’ 곳이다. 그동안 우리가 찾아다닌 맛집의 공통점은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역시나 이곳의 메뉴도 북어국, 설렁탕, 비빔밥이 전부다.
- 사랑받는 당연한 이유 -
우리는 이곳의 세 가지 메뉴를 모두 주문했다. 그러자 밑반찬으로 깍두기와 볶음김치, 강된장, 콩나물국, 새우젓이 나왔다. 볶음김치는 상당히 새콤했는데 그 이유는 이곳의 비빔밥에 비벼 먹기 위해 제공되는 것이다. 새우젓은 걸쭉했는데, 그 맛은 짜지 않고 달콤해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을 정도다. 깍두기와 강된장의 맛이 으뜸이었는데 깍두기는 밥 도둑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메인메뉴가 나오기 전에 깍두기를 먹어치워 끊임없이 리필을 했다. 강된장은 매콤했는데 된장의 역한 향이 없어서 깔끔했고 춘장이 들어갔는지 ‘사천짜장’ 맛과 흡사했다. 하지만 콩나물국은 라면이 생각날 정도로 라면 스프와 비슷한 맛이나 아쉬웠다.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북어국과 설렁탕, 비빔밥이 나왔다. 세 가지 모두 뚝배기에 나왔는데 보글보글,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에 귀가 즐거웠다. 먼저 이곳의 인기메뉴인 북어국을 먹었다. 북어국의 효능은 숙취와 감기에 아주 좋고, 여성들의 다이어트에도 최고라고 한다. 첫맛은 북어의 진한 맛과 향이 느껴졌고 끝 맛은 콩나물 자체의 시원한 맛이 났다. 전날 술을 먹은 것도 아닌데 가슴이 뻥하고 뚫리더니 식은땀이 났다.
순간 아버지가 과음하신 다음 날 해장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선지나 고기를 넣지 않고 오직 북어와 콩나물로 맛을 낸다는 것이 이곳의 비결이라고 한다. 콩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할 것 같을 만큼 콩나물이 많이 들어있다. 또한, 사장님께서 콩나물을 직접 키워 손님상에 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아삭하고 시원한 맛을 주는 대신 살짝 질긴 감이 있어 치아가 좋지 않은 어르신들이 먹기엔 힘드실 것 같다.
또 다른 메뉴인 설렁탕은 사골을 24시간 연탄으로 우려낸다고 한다. 그래서 걸쭉하고 매우 진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맑고, 깔끔했다. 걸쭉하고 국물이 진한 설렁탕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설렁탕에 고기가 많이 들어있는데 이 고기를 새우젓에 찍어 먹는 것이 바로 별미 중의 별미. 깔끔한 사골 국물과 시원한 파, 담백한 고기의 세 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비빔밥을 맛봤다. 처음에 비빔밥이 나왔을 때 정말 맛없어 보였다. 그 이유는 비빔밥 하면 새빨간 고추장이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맛있어 보이는 역할을 한몫하는데 고추장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리 비벼도 정말 이렇게 싱거워 보이는 비빔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맛을 보면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새콤한 김치가 고추장의 역할까지 충분히 해낸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아주 맛있었다. 오히려 고추장이 없어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또 밑에 깔린 누룽지는 참기름과 조화를 이뤄 굉장히 고소했다. 개인적으로 북어국, 설렁탕보다 비빔밥이 맛있었다.
이 세 가지 음식을 다 먹어보니 왜 이곳이 오랫동안 춘천시민의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랑받는 음식점은 맛이 전부가 아니다. 친절한 서비스가 없다면 그곳은 맛집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의 서비스는 정말 감동 그 자체. 손님이 가게를 꽉 채우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와중에도 이곳 사장님과 아주머니들은 항상 밝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해 주셔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
| <저작권자 © 한림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