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일상 속 이리저리 핑계를 내던 당신. 춘천 마임 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가. 춘천인이라면 마임 축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난 8일간 열린 2012 춘천 마임축제는 그 어느 때보다 규모나 행사 면에서 지지 않았다. 23회 째를 맞이하는 춘천 마임축제는 영국런던마임축제, 프랑스미모스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다. 국내에서도 공연예술축제로써 인정받아 문화관광부 최우수 축제에 6년 연속 선정됐다. 물론 과거 1999년부터 2006년도까지 8년 연속 문화관광부선정 우수 문화 관광 축제이기도 했다.
  
마임은 ‘우주여행 중 블랙홀에 휘말려 지구에 떨어진 깨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축제를 구성했다. 행사 첫 날 아!水라장을 시작으로 여러 극장 공연과 미친 금요일, 도깨비 난장까지 화신과 수신의 싸움이 쉴 틈 없이 진행된다.
  
이번 축제에는 국내외 9백여 명의 아티스트와 1백 명의 작가, 1천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장소도 예년보다 더 넓어져 자유회관, 춘천MBC, 소양강댐, 춘천 중앙로 등 춘천시 전역에서 축제가 이뤄졌다. 또 국외 11개국 13개 극단이 참가하는 등 세계 3대 마임축제로 한걸음 나아갔다.

일상에서의 해방구 도깨비난장

춘천마임축제에서 ‘도깨비난장’을 빼놓는다면 그건 마임축제라고 말할 수 없다.
  
마임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 ‘도깨비난장’은 지난 1998년부터 15년간 매년 수만 명이 찾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깨비난장’은 도깨비와 난장. 즉, 도깨비(마임공연)와 공연을 즐기는 관람객들이 서로 뒤엉켜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6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5시까지 밤새도록 수변공원과 어린이회관 일대에서 열린 도깨비난장은 국내외 총 50여 개의 팀이 참가해 그 화려한 무대를 장식했다. 많은 팀이 참가하는 만큼 다양하고 새로운 마임공연이 펼쳐졌다. 또 도깨비난장이 진행되는 수변공원과 어린이회관 일대는 화려한 소품, 세트장을 시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어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도깨비난장은 ‘낮 도깨비난장’과 ‘밤 도깨비난장’으로 구분되는데, 티켓을 한 장만 구입해도 낮, 밤으로 관람할 수 있어 마임과 사람, 사람과 마임이 소통할 기회를 제공했다. 가격은 성인 2만 원이며 초, 중, 고등학생은 1만 5천 원, 미취학아동은 무료이다.
  
특히 올해에는 ‘도깨비난장’의 명칭을 ‘지랄 토요일’로 변경하려 했으나, 지랄이란 단어가 비속어로 가족단위 관람객에게는 선입견과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판단, 기존 ‘도깨비난장’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화려해지고 15년이라는 역사와 인기를 말해주는 ‘도깨비난장’을 기억해 평생에 한 번은 구경해보도록 하자.

눈과 귀로 마음에 전해지는 마임

올해 마임축제에서는 ‘1등급 고기’, ‘인사이드 & 아우라’(In side & Aura), ‘장난감연구실’이 문화예술회관과 몸짓극장, 춘천교대에서 극장공연으로 펼쳐졌다. 특히 이번 공연 중 ‘1등급 고기’와 ‘인 사이드 & 아우라’는 19세 미만 관람불가로 성인들을 위한 수준 높은 마임공연 팀이 초청됐다.
  
마임축제의 개막작인 스페인의 ‘낫쏘몬테로 댄스’(Natxo Montero Danza)팀의 ‘1등급 고기’를 관람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춘천문화예술회관으로 모였다. ‘1등급 고기’는 두 개의 몸이 만나고 떨어지며 일어나는 관계를 마찰음을 통해 다룬 작품으로 2009년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제22회 안무경연대회에서 2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연을 본 관람객들은 대사 없이 몸의 마찰소리로만 내용이 전달되는 것에 크게 매료됐다.
  
캐나다의 '스테파니 글래디스제우스키’팀의 ‘인사이드 & 아우라’는 새로운 미디어 아트로 각광받고 있는 ‘프로젝션 맴핑’(고정된 건물이나 사물에 영상을 입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응용해 사람의 몸에 영상을 입히는 충격적인 시도를 한 작품으로 몸과 영상의 경계를 허물어 많은 관람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또 ‘삼각김밥’팀의 ‘장난감연구실’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합작으로 마임, 서커스, 마술 그리고 아크로바틱과 훈훈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꾸며져 많은 어린이들과 동심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내년에도 새롭고 다양한 마임축제의 극장공연을 기대해본다.


춘천마임축제의 꽃 ‘미친금요일’ 

미치고 싶은 이들이여! 춘천으로 오라!
  
지난 25일 오후 10시부터 26일 오전 5시까지 밤새도록 수변공원과 자유회관 일대에서 열린 미친 금요일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아티스트들과 미친 듯이 놀고 싶은 예술 마니아들이 밤새 어우러져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미친금요일은 단편영화, 퍼포먼스, 크로스오버 음악, 설치 미술 등이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미친금요일’이라는 난장 안에서 진행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가위치기’, ‘굿’, ‘파티 퍼포먼스’, ‘몽키땐쓰’ 등의 공연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마임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자들은 관객들과 대화하고, 떡이나 과일 등을 관객들에게 던지는 등의 퍼포먼스로 관객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미친금요일’은 춘천마임축제에서 열리는 난장 중 가장 큰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 19세 미만 입장 불가로, 입장 기준에서부터 공연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난장 곳곳에서는 막걸리를 나눠주고, 공연자들은 자신의 정신세계를 거침없이 몸으로 보여준다. 이름 그대로 정말 ‘미친’ 금요일인 셈이다.
  
"아...말로 표현하기 진짜 힘들다.."라고 느낄 만큼 인상 깊은 밤이었다. 젊음을 불태우고 싶다면 미친금요일을 오라!

도심 한복판에 물 폭탄 아!水라장

춘천마임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아수라장’은 말 그대로 축제의 아수라장이었다.
  
춘천시의 심장인 중앙로에서 경쾌한 북소리가 들리고 우비를 입은 시민이 곳곳에서 모인다. 춘천마임축제는 해마다 5월 말 아수라장을 개막 난장으로 축제가 시작된다. 6년 전 춘천마임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돼 5년 연속 국가 예산을 지원받고 시작된 행사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열린 이 행사는 춘천 도심 한복판에 물폭탄이 터진 듯 뜨거운 햇살 아래 여러 퍼포먼스와 함께 진행됐다. 국내 3팀, 외국 3팀 총 6팀의 공연이 거리 곳곳에서 펼쳐졌고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많은 참가자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인간 분수, 비눗방울 쇼를 시작으로 불을 상징하는 파이어 핑거쇼와 거대한 불덩어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두 차례 나눠 진행되는 물난리 속에 참가자 모두 물을 퍼붓는 등 축제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도심 속에 소외된 사람들을 상징해 풍자하는 ‘로빈슨 크루섬’ 거리극은 관객들로 하여금 현 사회 문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듯한 축제 속에도 아수라장은 춘천마임축제의 3대 난장답게 커다란 스토리를 지니고 있었다. 춘천마임축제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물의 도시 춘천을 지키는 수신과 그를 질투하는 화신의 싸움이다. 그 중 수신과 화신이 정면 대결하는 곳이 바로 아수라장이다.
  
한편, 춘천의 중심에서 펼쳐지는 물 장관 앞에서는 남녀노소 모두 아이가 돼버린 듯했다. 특히 올해 아수라장은 브라운 5번가에서 진행되던 예년과 달리 중앙로 차도를 통째로 막아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