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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듣는 음악] 향수(鄕愁), 음악의 향수(香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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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난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음악을 들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새벽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흘러나오는 멜로디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더 좋은 표현이 있으면 쓰겠지만 마땅한 표현이 없기에 부족하지만 아름다웠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정말이지 충격이었고 나는 그냥 길가에 차를 세우고 멍하니 음악을 끝까지 듣고 있었다. 새벽의 적막감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멜로디였고 단순하지만 음 하나하나가 애절함을 말해주는 듯했다. 음악이 끝나고 라디오 DJ가 “지금 들으신 곳은 드보르작의 현악 4중주 ‘아메리카’의 2악장 이었습니다”라고 말했고 나는 레코드 점이 문을 열기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했다면 당장 찾아서 다시 들었을 텐데… CD를 구입해서 다시 그 멜로디를 듣는 순간 나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고 정말 기뻤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며 드보르작의 현악4중주 ‘아메리카’의 2악장을 듣고 있다. 이 곡은 체코의 위대한 작곡가 드보르작이 미국의 뉴욕 국립음악원에 있을 때 작곡한 곡이다. ‘아메리카’라는 부제에서 암시되듯, 드보르작의 현악 4중주 ‘아메리카’는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음악과 흑인 영가에 강한 영향을 받았으나,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드보르작 자신이 명명한 것은 아니다. 그가 자필 악보의 표지에 ‘아메리카에서 작곡한 두 번째 작품’, ‘현악 4중주 F장조’라고 쓴 것을 보고 후세 사람들이 ‘아메리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제와는 별도로 이 작품에는 ‘흑인’을 가리키는 ‘니거’(Nigger)라는 별명이 붙어있는데, 그것은 이 작품에 5음 음계를 기초로 한 흑인영가 풍의 멜로디가 많아 이국적이면서도 민요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드보르작은 듣는 이의 가슴에 스며드는 수많은 명작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은 그가 미국에 체류할 때 작곡된 것이 많다. 그의 대표적이 곡인 ‘신세계 교향곡’과 ‘첼로 협주곡’도 이때 작곡된 것이다. 특히 ‘신세계 교향곡’은 현악 4중주 ‘아메리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기도 하며 드보르작의 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기도 하다. 드보르작은 보헤미아의 오랜 전통 위에 근대적인 음악을 구축한 같은 나라의 작곡가 스메타나가 창시한 국민음악을 더욱 확대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드보르작은 빈, 러시아,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쳤지만 그의 빛나는 음악적 성과는 미국에서 이뤄졌다. 드보르작이 뉴욕 국립음악원 초대 원장으로 있을 때 그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 한켠에 항상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보헤미아 이주민이 모여 사는 곳을 자주 방문해 고향 사람들과 교류하며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곤 했고 그 지방에 거주하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민속 음악과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의 영가에 깊은 감명을 받아 교향곡을 만들었는데 이 교향곡이 바로 ‘신세계 교향곡’인 것이다. 흑인 영가나 인디언 민요가 그대로 곡에 이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큰 자극이 됐음은 분명하고 그 자신의 말로는 ‘민요의 정신’에 입각해 썼다고 할 정도였다. 이 곡은 그의 9개의 교향곡 중 마지막 작품으로, 출판사 측의 실수로 오랫동안 ‘제5번’으로 불려 왔지만 현재는 정확하게 ‘제9번’으로 정정됐으며 1893년에 뉴욕 카네기홀에서 초연됐다. ‘신세계 교향곡’은 신대륙 미국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지만 사실은 드넓은 자연과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음악으로, 이주민들로 구성돼있는 미국의 청중들은 이 교향곡을 감상하며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는 향수에 젖어들곤 한다. 특히 이 교향곡은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4악장보다는 2악장이 더욱 유명한데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애끓는 그리움을 불러내어 눈물짓게 만든다. 현악 4중주 ‘아메리카’와 ‘신세계 교향곡’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정치적 이념을 표현한 곡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향수에 젖는 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그린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어떤 음악이 충격으로 다가와 그 음악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감성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주어진 삶에 변하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는 음악이 있다는 것! 참으로 멋지지 아니한가!
/ 박병훈(기초교육대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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