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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디지털 데이터 그 이중성에 대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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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09  11: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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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엔 과연 ‘어떤 전개의 추리를 보여줄까’ 하고 기대하게 하는 작가다. 그는 치밀한 구성과 단순한 문장 그리고 한 번 빠지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런 작품들을 매번 쏟아낸다. 특히나 그의 작품은 제목을 보면 그 소설의 주가 되는 소재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는 『플래티나 데이터』 즉 디지털 데이터였다. 초반에는 사전 지식을 받아들이느라 좀 지루한 면이 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쉽게 읽힌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이야기 진행 능력은 역시 대단하다고 본다. 또한, 작가만의 담백한 문장력 또한 이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가 된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플래티나 데이터』는 가구라 류헤이라는 남자 주인공이 자신이 만든 데이터들에 되려 역주행당하는 내용이다. 범죄 방지를 목적으로 국민의 DNA 정보를 수집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검거율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수사의 대부분을 디지털 데이터에 의존하게 되면서 형사들의 일은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의 가구라 주임이 취급하는 DNA 수사 시스템의 검색 결과가 'NOT FOUND'로 나오면서 경찰 수사는 난항을 거듭한다. 뒤이어 시스템 개발자까지 살해당하고, 현장에 남겨진 모발을 바탕으로 해석된 놀라운 결과가 밝혀지게 되며 갈등을 야기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혼란을 지시하는 이들은 위에 자리해 있는, 다시 말해 신분이 높은 자들이다. 그러나 또 다른 주인공이라 봐도 무방할, 발로 뛰는 형사 아사마는 그들을 절대로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소설 속에서 보이는 주된 양상은 최첨단 디지털 데이터와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사건을 파고드는 일과의 경쟁이다. 어느 추리 소설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무엇보다도 제일 흥밋거리는 국가적으로 방대한 양의 DNA정보를 모았으면서도 확인할 수가 없는 범인의 정체이다.
  
소설을 읽다가 문득 궁금함이 일었다. 아무리 최첨단화된 환경이라고 해도 경찰이라면 살해당한 다테시나 남매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조사했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왜 교수의 존재는, 다테시나 남매와 가까이 있는 그의 행방은 거론되지 않는 것일까. 그러다 중반에 이르러서야 깨달았다. DNA라는 분명한 증거가 있으니 그 외의 관련된 사람들은 조사해볼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충실하게, 뛰어다니는 조사에 착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과학적인 증거라는 것이 지금 세대의 경찰들에게 강한 법집행 능력을 주는 동시에 수사의 허점을 허용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효력적인 증거도 결국 눈가리개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우리는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자들에게 얼마나 감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고 그들은 정보조차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렇다면 그들보다 권력이 없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소설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에게 조종당하고 싶지 않으면 우리가 조종하는 위치로 가야 한다고.
  
사실 아사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에 순응하려고 든다. 지금 이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까, 아니면 너 자신이 더욱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계속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에게 반발하던 아사마도 결국에는 결과에 순응하고 만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기에 위쪽 사람들과 합의를 보게 되는 것이다. 가구라도 결국에는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나 세상의 짐을 놓아버리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계속 반발하지 않고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인 아사마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비록 서로 다른 성격과 선택으로 서로의 길은 갈라지게 됐지만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어느 쪽의 선택도 감히 비판하지 못하며 충분히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이자 아쉬운 점은, 바로 가구라 류헤이라는 주인공의 이중성이다. 그의 이중성은 이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흐름이다. 가구라의 이중성 ‘또 하나의 나’는 ‘류’라고 불린다. 류는 가구라가 아버지의 자살로 생긴 이중성으로, 가구라와 교수는 심리적인 면에서 그가 상당한 충격을 받고 생긴 자아라고 본다. 류는 마지막에 가구라, 자신을 살린다. 그리고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서 나 자신의 판타지를 더 추가해보면, 만약 이 이중성이 죽은 아버지의 영혼이 가구라에게 깃든 것이라고 봤으면 더 감명 깊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연결 끈인 이중성이 너무 쉽게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테시나 남매 중 한 명인 소키와의 접촉을 위해서 만든 이중성이지만, 어쨌든 그의 의미가 마지막에 가서 흐릿해지는 것이 느껴져 아쉬웠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CCTV나 DNA 등 범인을 잡는 용도로 매우 용이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분명 칭찬을 해 줘야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파헤쳐 보면, 우리 위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역이용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기만 해도 수많은 정보 유출로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악용되어 논란이 되고 있는 등 지금도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도 이러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데이터들에 대해 깊이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다.

/ 김지연 (국어국문ㆍ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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