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책’이란 단어는 ‘한가함’, ‘여유’와 같은 단어들을 연상시킨다. 그러다 보니 ‘양극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 한국인에게 사치로까지 여겨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심지어 한창 배우고 ‘연마’하는 장소인 캠퍼스 안에서도 ‘취업준비에, 과제 작업에 언제 책을 읽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흔한 조언에 의지해서라도 책을 가까이하자고 제안한다. 새 학기에 정말로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책 안에서 찾아보자는 이야기다. 이는 또한 그 새로 변화된 첫 모습이 책 넘기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그 자체가 되게 하자는 의미다.  
 
프랑스의 전쟁영웅 나폴레옹은 52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평생 8천여 권의 책을 읽은 인물이다. 전쟁터에서 말안장에 걸터앉은 채 자주 책을 읽었다는 일화는 특히 유명하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10일간 휴가 기간 중 대개 10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클린턴이 휴가기간 중 읽는 책이 무엇이냐’는 곧바로 해외토픽으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의 순위를 좌지우지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공통점은 독서광이라는 점이다. 물론, 우리도 리더(reader)의 시간에 집착했던 리더(leader)가 있다. 6년간의 감옥생활에서처럼 책 읽을 시간이 없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던 김대중 대통령이 그 경우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신문에서 흔히 접하는,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을 것 같은 유명 인사들의 성공비결에는 책 읽기가 공통분모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역사책의 한 장과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성공적인 삶을 구가한 이면에 일상의 책 읽기가 큰 동력원이 됐으리라는 것은 가설을 떠나 현실이다. 유명 영화감독들도 책 읽기를 통해 탄탄한 영화 제작을 위한 ‘밑천’을 긁어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그랬고 ‘다이하드’, ‘클리프 행어’의 레니 할린 감독 역시 좋은 사례다.
 
책 읽기를 통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보다 직접적인 사례도 있다. 14세에 임신, 20대에 마약을 하며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할 수도 있었던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그녀는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흑인 여성의 삶을 다룬 한 소설을 읽은 뒤 ‘돈오돈수(頓悟頓修: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더 이상 미혹한 마음의 처지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불교 이론)’의 해탈을 했다. 일순간에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 미국 토크쇼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前) 회장 빌 게이츠는 “내가 살던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나를 만들었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의석상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소자본으로 출발,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일구어낸 그가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의지, 아이디어와 삶의 철학들이 어린 시절부터 길러 온 독서의 습관을 통해 형성되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런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책 읽기의 교훈과 사랑을 감안해 이제 새 학기에는 서점과 도서관의 책들을 우리의 휴식 공간에 초대하자. 

/ 주영기(언론ㆍ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