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서 한글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가장 큰 행운이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글 또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어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채택한 9번째 국제 공개어다. 사용인구도 7천739만 명으로 세계 13위에 이른다. 지난 2009년 정부 발표에 따르면 54개 나라 642개 대학에서 한국어 관련 학과나 강좌를 개설해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한글 사랑은 갈수록 퇴색하고 있는 느낌이다. 국제화 시대인 지금 영어교육에 대해선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면서, 국어교육은 초등학교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한다고 해서 올바른 국어사용능력이 있지 않은데 말이다. 요즘 대학생들의 최고 화두는 토익, 토플 등의 영어 성적이다. 몇몇 대학은 토익 점수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으면 졸업을 유예시키기도 한다. 물론 한국어능력시험이 자격시험으로 치러지고 있지만, 이는 필요한 사람들의 영향권에서만 머무른다. 자격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토익식 국어 공부가 만연한 현실에서 우선 학내 국어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한 번쯤 짚어볼 시점이다. 본교에서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고와 표현’ 필수 교양 수업이 우리말 강좌의 전부다. 그밖에 기껏 해봐야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 한국어’ 정도다. 우리글을 배우는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에게도 한국어 강좌는 말 그대로 ‘전공 수업’일 뿐이다. 그나마 기초교육대에서 학생들의 글쓰기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로 ‘우리글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 학생이 적어 수업의 연장 선상에서 상담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반대로 본교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영어 토익 시험을 무료로 시행한다. 비싼 사설 토익 응시료를 대학에서 대납해주면서까지 응시자의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본교 학생이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됐다. 우리말로 대화한다는 것은 서로 간의 ‘소통’을 넘어서서 개인의 사고방식과 논리체계까지 좌우한다. 현재 대학에서의 우리말 교육이 효과를 거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올바른 국어 능력을 위한 기초 교육이 영어에 비해 너무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1991년 이후 여느 10월 달력을 보면 이제는 국경일이 아닌 검은 글씨로 적혀있는 한글날이다. 공휴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멀어진 지 오래다. 매년 한글날이면,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는 자신들의 영어 로고를 한글로 바꿔 메인에 띄우는 행사를 벌인다. 인터넷 방송국에서는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는 ‘우리말 방송’을 진행한다. 지난 1976년부터 문교부 국어심의회에서는 ‘국어를 바르고 순하게 만드는 운동’이 시작돼 37년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를 비롯한 각 대학 언론기관이 올바른 한글 사용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지면에서 가급적 영어, 한자를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독자들에게 다채로운 캠페인을 통해 한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러한 크고 작은 운동들이 정말 단순성 행사를 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미국 유수 언어학자들은 “한글은 세계의 알파벳”이라고 말한다. 이토록 영어 못지않게 한글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대학생들이 취업 문턱 앞에서는 자기소개서와 논술을 맞이한다. 한국어 구사능력이 고등학교 입시교육에서 제대로 되지 못한다면 대학 교육에서라도 제대로 된 말하기, 읽기, 쓰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자 한글이 가진 우리의 특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