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한 들불제 Turn it up!'
 
지난주 학보 1면에 크게 실린 기사의 제목이었다. 과연 지난 한 주는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 했다. 공연 동아리들은 연습이다, 리허설이다하며 분주했다. 동아리연합회를 포함한 총학생회는 각종 부스와 축제준비에 바빴다. 각각의 학과들도 주점 등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노력의 결과일까. 첫날은 호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축제를 즐겼다. 캠퍼스 이곳저곳이 떠들썩했고 부스나 공연장을 찾는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초청 연예인이 등장할 때 쯤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뜨겁던 첫날에 비해 둘째 날에는 참여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전날 밤을 즐겼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공연을 준비한 사람들의 힘을 뺄 정도로 축제 참가자는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원인은 여느 축제와 다를 바 없었다. 바로 둘째 날은 연예인 초청이 없이 동아리들의 공연이 주를 이뤘다는 것. 금요일인 만큼 학교를 떠나 집으로 가는 학생들이 많았겠지만, 그들을 붙잡을 연예인이 없었다는 게 큰 이유였다.
 
언제부터인가 초청 연예인은 축제의 주인공 돼버렸다. 축제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연예인에게 모아지고 막대한 비용이 연예인 초청에 쓰인다.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 역시 ‘이번 축제엔 어떤 연예인이 오는가’이다. 축제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보면 어김없이 연예인들이 등장하고 등장하는 연예인의 인지도에 따라 축제의 성패가 달린 그런 시대가 돼버렸다. 대학생들의 축제에 연예인이 주인공이라니.
 
언제나 나오는 비판이지만 언론이나 기성세대들은 대학생들의 축제문화가 전형적인 ‘소비자의 태도’라고 지적한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소비자가 되는 것.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는다. 그 일에 참여하기보다는 한발 멀찌감치 떨어져서 방관하며 즐긴다. 축제 개최 측이 연예인을 부르고 주점을 열면 그곳에 가서 마음껏 소비하고는 훌쩍 떠나버린다. 전형적인 ‘소비자’의 모습이다. 직접 참가하기보다는 오로지 ‘즐길’거리를 찾아 모여든다. 요즘 대학축제가 주점과 연예인 초청에 광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사실 취업과 스펙을 외쳐가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재의 대학생들에게 ‘소비자의 태도를 버리고 축제의 주인공이 되라’는 것도 어려운 주문이다. 힘겹게 살다가 하루 정도 축제를 즐기며 소비하는 것이 현재 대학생들이 축제를 즐기는 방식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의 분위기도 변하는데 대학생들의 축제를 즐기는 행태만 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축제가 끝났다. 여느 때와 같이 연예인이 초청됐고 주점이 열렸다. 학생들은 똑같이 축제를 잠시 즐기고는 훌쩍 떠나버렸고 늘 나오던 문제점은 또다시 제기됐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들의 축제 모습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본다. 과연 두 개의 태도 중 무엇이 옳은 것일까. 언론이나 기성세대들이 지적하는 소비자로서의 태도와 현재 대학생에겐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인 주인공으로서의 태도, 분명 정답은 이 둘 사이의 어디쯤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