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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추천장학금, 주먹구구여서는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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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학업에 집중할 수 없는 대학생들이 많다. 방학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학기 중에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대학의 학생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학교 앞 주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은 우리 대학 학생들이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논란 이후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통해 대학생들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려 한 일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을 받아도 등록금 일부와 생활비 부담은 여전하다. 또한 국가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없는 학생들도 결코 집안 형편이 넉넉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고 졸업과 동시에 빚더미에 올라앉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인 현실이다. 따라서 장학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한림추천장학금’으로 3천3백여 명의 학생에게 총 11억 원 정도를 지원한다는 소식은 가뭄의 단비라고 할 수 있다. 비록 1인당 지급액이 수십만 원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마음 편히 책 한권도 살 수 없는 학생들에게 적은 돈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한림추천장학금’은 수혜자의 경제적 상황, 즉 장학금의 필요 정도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업성취도도 감안한다고 하니 면학 분위기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장학금은 어려운 가정 형편을 고려한 경제적 지원의 의미도 있지만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기도 하다. 물론 학생들이 장학금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한림추천장학금’은 국가장학금이 소홀이 해 온 ‘보상’의 측면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림추천장학금’의 지급대상과 지급액이 매년 변경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절감한, 그리고 집행되지 못한 잔여 예산을 합쳐 장학금을 마련했기 때문에, 달리 말하면 안정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이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장학금 규모가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학교 측의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장학금을 늘린다면 당장 학생들의 생활고를 완화시켜 줄 수 있고 학업에 열중할 동기부여도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봐서 전체적인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학교가 쓸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는 조건에서 장학금의 증액은 다른 분야의 예산 감소를 의미하고, 이는 교육여건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학교 예산에서 장학금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일종의 불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때 가장 요구되는 것이 바로 비전과 리더십, 구성원들의 합의다. 상당수 학생들에게는 보편적인 교육환경의 개선보다는 장학금 증액이 더 절실할 수 있다. 학교가 아무리 좋은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교환학생의 기회를 제공한다 해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일매일, 또 주말마다 학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장학금을 최우선적으로 예산에 반영할 수도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구성원들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설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올해는 재원이 마련됐으니 장학금을 주고, 내년에는 없으니 못준다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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