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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에서 가을을 떠나 보내다.
장선호 기자  |  rsefaq3133@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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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10  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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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알리는 매서운 바람이 몸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11월, 추운 날씨 때문인지 온종일 집과 학교를 제외하면 아무 곳에도 가고 싶지 않다. 귤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일상이 제법 괜찮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방콕’ 생활은 금방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날씨와 어울리는 춘천의 명소가 있으니 그곳은 바로 청평사.

청평사로 향하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춘천 명동에서 11번, 12번, 150번 버스를 타면 종점인 소양강댐에 갈 수 있다. 소양강댐에 도착하면 선착장이 있는데 청평사로 향하는 유람선을 타면 청평사에 금방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댐으로 가는 길에는 소양강 처녀상도 볼 수 있고, 소양강댐 주변의 먹자골목도 볼 수 있다. 그렇게 30분 정도 창가 밖의 풍경들을 감상하면서 가다 보니 소양강댐에 도착했다. 탁 트인 소양호의 경치와 분위기를 느끼고 카메라에 몇 장의 사진을 담으며 걷다 보니 어느덧 선착장에 다다랐다. 선착장에 도착해 청평사로 향하는 유람선표를 끊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유람선에 탑승했다.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며 유람선을 타고 싶었지만 여기저기서 출발하는 유람선과 함께 환호하는 사람들, 막걸리를 따라 마시며 신이 난 사람들이 있어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긴 힘들었지만 나름 정겨운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빠른 속도의 유람선과 차가운 바람까지 불어 몸으로 느끼는 추위는 코끝까지 붉게 만들었다. 하지만 바다만큼 아름다운 소양호의 모습을 보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15분 정도 지났을까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했다. 큰길을 따라 청평사 방향으로 올라갔다. 청평사로 가는 길은 등산로와 비슷한데 자연경관이 굉장히 수려하다.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걸을 때의 기분은 상쾌하면서도 일상에 지친 정신을 맑게 정화해주는 것 같았다. 또 많은 관광객이 청평사로 향했는데 모두 경치에 취했는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또 혼자 청평사를 온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무슨 생각과 느낌으로 청평사를 향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청평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청평사는 오봉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데 고려 광종 24년(973년)에 창건됐으며 조선 명종 때 보우선사가 중건, 대사찰이 되었다. 청평사는 한국전쟁 때 거의 소실 됐는데 1970년대에 전각들을 짓고 보수를 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청평사는 당나라의 평양공주를 사랑한 청년이 뱀으로 환생한 뒤 청평사에서 뱀이 해탈한 내용의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청평사에는 이때 세운 공주탑과 공주가 목욕한 공주탕, 공주가 하룻밤을 보낸 공주굴, 뱀이 윤회를 벗어난 회전문이 실존한다. 그 밖에도 거북이 모양의 거북바위와 구송폭포도 볼 수 있다. 구송폭포는 주변에 소나무 아홉 그루가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춘천 삼악산의 등선폭포, 남산면의 구곡폭포와 함께 춘천의 3대 폭포로 꼽힌다. 규모가 작은 폭포인데도 주변의 소나무와 조화를 이뤄 꽤 볼만하다.

그동안 다녀온 사찰의 경우는 규모가 크고 세련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청평사는 소박한 느낌이 강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련된 느낌의 사찰보단 아담하고 꾸밈없는 청평사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청평사의 대문인 회전문은 보물 제164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불교의 경전을 두었던 윤장대를 돌린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명칭이라고 한다. 투박하면서도 오래된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전문을 지나 법당과 청평사의 곳곳을 둘러보니 금방이라도 잠들 수 있을 만큼 몸과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졌다. 또 색깔별로 아기자기하게 정렬된 많은 사람의 소원이 적힌 연등을 구경하다 보니 내 소원도 연등에 적고 싶었다. 하지만 신년처럼 특별한 날에만 연등에 소원을 적는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청평사의 구경을 끝마쳤다. 청평사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굉장히 작은 규모의 사찰이기 때문에 주변에 볼거리는 다양하지만 정작 사찰 안에는 볼거리가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양강댐에서부터 청평사를 향해 가는 길의 뛰어난 자연과 볼거리들이 그 아쉬운 자리를 채워주니 크게 아쉬울 정도는 아니다. 

모든 구경을 마치고 다시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올라올 때 보지 못한 영지와 진락공 이자현의 부도 등 놓치면 아쉬울 법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자연에 취해 정작 구경해야 할 것들을 구경하지 못했나 보다. 뒤늦게라도 빠짐없이 구경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많이 걷기도 걸었고 쉴 틈 없이 이곳저곳 구경을 한 탓에 허기지고 온몸이 지치긴 했지만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선착장에 도착해 유람선을 타고 다시 소양강댐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이 청평사의 여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출발과는 다르게 유람선 안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의 소양호의 모습은 출발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소양강댐에 도착해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카메라에 담은 청평사의 사진을 보며 여행의 아쉬움을 달랬다. 또, 다가오는 겨울의 청평사 모습을 그려봤다. 아마도 지금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빨리 겨울이 오고,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는 청평사 입장권을 버리지 못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1박 2일 여행만큼이나 알찬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굉장히 뿌듯하다. 혼자 가는 것도 분위기 있고 외롭지 않지만, 다음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또는 보고 싶은 친구와 함께 겨울의 청평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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