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앙 동아리인 춤바람에 든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으로 대학 동아리 문화에 말을 들여놨을 때 내가 절실히 느낀 건 연습장소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한 대학의 공연 동아리로서 연습할 장소가 없다는 건 동아리 존속을 위태롭게 할 만큼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좁고 미끄러운 동아리 방에서, 게다가 뉴스위크란 다른 동아리와 함께 쓰는 상황에서 연습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동아리 사람들은 중강당과 학생회관 1층 사이의 유리를 거울삼아 연습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해가 지고 나서야 불빛에 모습이 비춰 보이기 때문에 그 나마 할 수 있는 연습시간도 제한되어 있다. 모두다 동아리 활동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속한 학과나 강의에 대한 일 때문에 밤에만 모여 연습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동아리가 그곳에서 연습하는 것을 반기는 사람들은 그리 없을 것이다. 동아리 사람들이 연습하고 있는 동안에 다른 사람들이 오가기도 불편할 뿐 아니라 음악을 크게 틀어놓기에 다른 동아리에게 폐가 되어, 모두 창문을 닫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동아리들도 우리에게 시끄럽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도 연습할 장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공감하고 이해해주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나마 요즘은 상황이 조금은 나아진 편이다. 체육학과 무용실을 월요일과 수요일에 6시에서 8시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만족스러울 만큼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일주일에 4시간 연습을 해선 절대로 공연 동아리에게 있어서, 공연을 할 수 없다. 보통 ‘대충 맞는구나’ 하고 보는 사람들이 느끼기 위해선 거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땀과 노력을 함께 하면서 지내야한다.

  다른 동아리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동아리도 이번 학기에 01학번 신입생들을 뽑았다. 우리 학번 동기들이 신입생들에게 제일 부끄러워하는 것은 부족한 실력이 아니라 함께 땀을 흘리며 같은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번은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내 윗 학번 동아리 창단 멤버 선배들과 우리 학번 동아리 친구들이 연습하는 곳이 바뀌지 않았는데 과연 몇 학번까지, 아니 아예 우리 동아리 고유의 장소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과장된 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꼭 그렇지도 않은 얘기라 생각한다. 이건 공부하라고 해 놓고는 ‘책상과 의자’가 없는 격과 같다고 생각한다. ‘책상과 의자’가 없어도 공부는 할 수 있다. 앉아서 하던지 누워서 하던지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가장 능률적이고 보다 좋은 성과를 위해서는 ‘책상과 의자’가 필수적이다. 공연을 주로 하는 우리 동아리에 있어서 연습 장소는 바로 ‘책상과 의자’ 같은 격인 셈이다.

  우리는 서로가 바라고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그 점만으로도 기뻐하며 땀과 상처를 몸에 지니며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우리들의 기쁨을 지켜보는 이들과 함께 하고 나누기 위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고, 연습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 서동헌(언론정보학부·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