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타임지가 선정한 그 해의 최고 발명품은 무엇이었을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발명품이라면 흔히 컴퓨터, 텔레비전 등과 같이 형체가 있는 실물을 떠올릴 것이지만 이 해의 베스트 발명품은 ‘23andMe’라고 불리는 일종의 DNA 테스트 서비스 시스템이었다. 이는 개인의 세포 안에 존재하는 염색체상의 가족력 정보를 확인해서 개인의 다양한 질환 민감성, 예를 들면 ‘당신은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몇 %입니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상품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의 다양한 질환이나 표현형질에는 유전요인이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방암이나 제2형 당뇨병과 같은 복합질환은 가족력이 질환의 발병에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어 이들 질환에 미치는 유전요인의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키, 체질량지수(BMI), 자폐증 등은 소위 가족력(전체 표현형에 미치는 요인 중 유전요인의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흡연, 고혈압이나 지방량은 약 50~80%의 유전, 결혼에 대한 선호도, 자살, 종교관 등도 미약하나마 가족력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앞서 언급한 ‘23andMe’와 같은 가족력정보 분석을 통한 개인별 맞춤 건강 예측 서비스가 가능하리라는 것을 우리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각 질환이나 표현형질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우리 세포 내 유전정보가 더 많이 발굴된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재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이와 같은 DTC 방식의 서비스가 보다 확장 발전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국내에서도 건강을 다루고 있는 임상 현장과 국민 보건 정책 부서 등에서도 인식되고 있어 ‘국민건강 관리서비스’ 구축에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각 개인의 다양한 질환 민감성을 개인의 가족력 정보를 이용하여 예측하고 이로부터 질환 예방을 위한 수단을 개인별로 맞춤화하여 강구하게 한다는 것이 이 건강관리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단순한 수명 연장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넘어 건강 수명의 연장을 통한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히 연결될 수 있기도 하다.
곧 사람 한 명의 염색체 전체의 염기서열을 판독하는데 1000불 (한화 약 100만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한다. 보통 어떤 기술(technology)의 개발을 통한 사회적 시스템의 이노베이션이 그 기술로 이루어내는 상품의 가격이 약 100만원 전후로 결정될 때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하는데 (예를 들자면 컴퓨터나 스마트 폰 등), 또 다른 형태의 건강정보상품을 통한 이노베이션이 우리의 가까운 미래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몸 안에 내재된 건강 정보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앱 서비스를 이용해서 우리 손에서 검색해 볼 날이 머지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치기 어린 상상도 마구 해봄 직하다. 물론 이를 위해 주민 번호나 개인 전화번호 등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대명제에 대한 대중의 동의를 담보로 해야 되겠지만 말이다.
/ 조윤신(바이오메디컬ㆍ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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