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사회적 규범을 지키며 살아가도록 하고 있으며 그것을 어길 때에는 법에 따른 형벌을 받도록 되어 있다. 물론 그 제도가 지극히 보편타당하고 설득적이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이름 지어진 종교적 병역거부자들, 그들의 이름 앞에 ‘양심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전에 어째서 그들과 같은 이들이 생겨나게 됐고 해결 방안은 없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정한 나이의 건강한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는 징병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너무도 당연한 제도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을 위의 종교적인 이유 등을 들어 거부하게 된다면 그들은 사회의 범법자로 낙인찍히게 되고 평생 붉은 줄이 그어진 채 살아가게 된다. 이는 단순히 이들,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징병제의 그늘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실제적인 예로 얼마 전에 있었던 군가산제논란과 같은 문제를 들 수 있다. 군대를 갔다 온 이들은 국가기관에서 실시하는 시험에서 가산점을 얻게 되는 이 제도는 병역의 의무를 갖고 있지 않은 여성들이나 장애인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제도이다. 징병제라는 군사제도가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쳐 자신의 관점을 들어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을 만들어내고 비병역자는 불리한 사회생활을 하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다. 병역거부자들이 받게 되는 고통, 군가산제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 제도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이미 독일, 대만 등 많은 나라에서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 봉사제가 마련돼 있다. 대체 봉사제도는 현역 복무를 대신해 쓰레기 수거, 소방, 경찰 업무 등 공익적인 일을 맡아 하는 것이다. 이는 양심상의 이유를 들어 병역을 거부하는 소수의 이들에게 병역 대신 국가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준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대체 봉사제도의 도입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조차 된 적 없으며 그나마 인터넷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병역거부 관련과 대체봉사제 마련에 관한 토론 등에 관해서도 반사회적인 범죄로 확대해석해 수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를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을 막는 일이며 우리사회가 아직도 냉전 속에 놓여있는 병영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러한 사회의 권위적 행동에 반기를 들며 사회제도로 인해 피해 받고 있는 소수를 위한 빠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제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효순 기자 without55@orgi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