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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위에 뜬 반달, 남이섬을 가다.
장선호 기자  |  rsefaq3133@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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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10  19: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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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하면 남이섬, 남이섬 하면 춘천을 떠올릴 만큼 남이섬은 춘천의 최고관광지라 할 수 있다. 북한강 위에 반달 모양으로 떠 있는 남이섬은 1944년 청평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섬으로 배를 타거나 짚 와이어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 강변가요제와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학교에서 차를 타고 출발한 지 20여 분 만에 남이섬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비명이 들렸다. 그 비명의 근원지는 바로 번지점프. 55M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찔하다 못해 보는 사람조차 겁이 날 정도다. 주차를 하고 선착장으로 향하자 복잡한 주차 공간, 수많은 인파에 정신이 없었다. 곧바로 배를 타고 10여 분 뒤 남이섬에 도착했다.

  남이섬은 조선 세조 때 병조판서를 지내다 역적으로 몰려 요절한 ‘남이(南怡)장군’을 따 지은 이름으로 남이장군이 유배를 당해 기거했던 곳이자 묘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묘는 상징적인 허묘라고 한다. 남이장군은 17세에 무과에 장원급제를 하고 이시애의 반란을 평정하며 27세에 병조판서가 된다. 이런 연유로 주위에서 질투와 시기를 많이 받게 되고, 왕가의 외척이라는 이유로 친인척 비리와 역모에 연루되고, 유자광의 모함으로 28세에 처형을 당하게 된다. 남이장군이 천지를 바라보며 복받치는 가슴으로 지었다는 한시가 유명한데 묘 앞에는 이 한시가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다.


백두산석마도진(白頭山石磨刀盡)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닳게 하고,
두만강수음마무(頭滿江水飮馬無)
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없애도,
남아이십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
나이 스무 살에 나라를 평정치 못하면,
후세수칭대장부(後世誰稱大丈夫)
후세에 그 누가 대장부라 일컫겠는가.



  남이장군의 묘를 지나 조금만 걷다 보면 ‘중앙잣나무 길’이 나온다. 남이섬에는 다양한 나무가 매우 많은데 이미 고인이 된 수재 민병도 선생이 1965년 모래뿐인 남이섬을 매입해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남이섬은 관광지로서의 출발을 하게 되었고, 나무들이 섬 전체를 메우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태어나서 처음 본 잣나무는 생각보다 얇고 높게 뻗어있었다. 잣나무 길을 가로질러 섬의 동쪽으로 걸으면 ‘첫 키스 다리’가 나온다. 다리 양옆에는 소주병을 눌러서 만든 기둥들을 세워놨는데 그래서 ‘참이슬 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첫 키스와 소주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꽤 잘 어울렸다. 다리를 지나자 겨울연가의 주인공인 배용준과 최지우가 첫 키스 장면을 촬영했던 장소가 나온다. 그곳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던지 2002년에 방영돼 올해로 10년이 된 겨울연가의 인기가 아직도 식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강변을 따라 뻗어 있는 자작나무 길과 갈대 숲길을 걸으면 ‘헛다리’가 나온다. ‘헛다리’는 헛다리를 짚으면 안 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울퉁불퉁한 헛다리를 조심스레 밟으며 북한강의 풍경을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졌다. 다리를 가로질러 중앙광장의 ‘송파은행나무 길’에 다다랐다. 나뭇가지에는 은행 나뭇잎이 다 떨어져 앙상했지만, 바닥에는 황금색의 자수를 놓은 듯 깔려있는 은행잎이 환상적이다. 또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도 은행나무 길의 아름다움을 더해줬다.

  송파은행나무 길 바로 옆에는 남이섬의 최고인기 코스인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봄과 여름처럼 푸른 잎도 없고 가을에 아름답게 물든 단풍도 없지만 넓게 펼쳐있는 굵고 높은 메타세쿼이아의 모습은 장관 중에서도 장관이었다. 그러나 많은 관광객들이 남이섬을 방문해서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힘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사람이 별로 없는 길의 끝자락에서 사진 한 장을 겨우 찍었던 기억이 난다. 또 메타세쿼이아 길의 분위기에 심취하고 싶었지만, 너무 어수선해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이섬에는 자연경관 이외에도 곳곳에 만들어 놓은 연못과 각종 조형품들이 섬의 분위기를 한층 멋들어지게 한몫하는데 그중에서도 유니세프와 연계해 운행하는 미니 열차가 인상 깊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법한 미니 열차가 섬 가운데에서 운행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귀엽기도 했지만, 운행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기부한다니 이보다 좋은 관광 상품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섬에 타조와 토끼, 오리 등 수 많은 동물이 있는데 타조를 제외한 동물들은 섬 전체에 풀어서 키운다. 길 한복판에 오리가 뒤뚱뒤뚱 걸어 다니고, 토끼가 풀을 뜯어 먹다가 사람들을 발견하곤 재빠르게 사라지는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남이섬은 연인들의 빠질 수 없는 데이트코스이기도 하다. 이곳저곳에서 커플자전거를 타며 낭만에 빠져있는 커플들을 보니 부럽기도 했지만 구불구불하고 비포장인 섬 길에서의 커플자전거는 곧 후회할 선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커플자전거를 탄 커플들은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고소하기도 했다.

  어느덧 남이섬의 구경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 짚 와이어를 타고 강을 가로질러 섬으로 오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찔해 보이기도 하고 추워 보이기도 했지만, 짚 와이어를 탄 사람들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즐거워 보였다. 배를 타고 섬과 멀어지자 아쉬움이 많아서인지 시선이 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섬에 무엇인가 놓고 배를 탄 기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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