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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재소설 - 발바닥을 긁는 아내 ④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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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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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에 샤워를 한 후 알몸으로 주방에 갔다. 냉장고 문을 열어 물병을 꺼내 병째 물을 마셨다. 아내가 보았다면 화를 냈을 것이었다. 나는 냉장고에 물병을 집어넣고 어두운 거실을 쳐다보았다.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커튼이 바람에 한번은 불룩해지고 한번은 방충망에 들러붙어 우묵해졌다. 그 앞에서 나는 아내가 떠올랐다. 불룩해지고 우묵해지는 아내의 몸이 생각났다. 손을 대면 우묵해지고 손을 놓으면 다시 불룩해지는 아내의 몸. 갑자기 내 남성이 꿈틀거렸다. 나는 아내와 얼마동안 잠을 자지 못했는지 계산해 보았다. 정확하게 삼십 사 일째였다. 그 순간 나는 아내와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침대 가장자리 쪽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잠들어 있었다. 피곤했는지 가늘게 코를 골았다. 방안에는 전자모기향 냄새가 났다. 나는 침대 끄트머리에 다가가 코를 킁킁거렸다. 비누냄새가 났다. 삼베요가 까슬하게 살갗을 자극해 왔고 나는 아내의 발 쪽을 향해 배를 깔고 누웠다. 창 밖에서 비쳐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아내의 발 모양이 검은 윤곽으로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아내의 발에 코를 갖다대었다. 아내가 조금 몸을 비트는 듯 하더니 다시 그 자세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나는 손가락으로 아내의 발바닥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내의 발이 잠시 움츠러들었다. 나는 아내의 발바닥을 손바닥으로 감싸쥐었다. 딱딱한 굳은살의 촉감이 전달되어져 왔다. 새로 산 샌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세를 다시 바꾸어 아내 발바닥이 있는 쪽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등을 구부려 아내의 피곤했을 발바닥을 핥았다. 일어난 굳은살이 우툴두툴 혓바닥을 자극해왔다. 아내가 끄응,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아내의 발바닥을 거머쥔 채 다리를 핥아 올라갔다. 아내의 몸 냄새가 풍겨왔다. 내 숨이 거칠어졌다. 나는 조금 여유를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몸은 그런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가 다시 한번 몸을 비틀더니 천장을 바라보며 끄응, 신음 소리를 냈다. 나는 천천히 아내의 엉덩이 쪽으로 움직여 올라갔다. 아내의 푹신한 엉덩이를 손아귀에 쥐었다. 등과 가슴을 타고 전기가 흘렀고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왔다. 아내의 엉덩이가 내 손아귀에서 우묵해지고 불룩해지기 시작했다. 아내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자의 냄새가 코를 킁킁거리지 않아도 물씬 풍겨왔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채 나는 등을 보이고 누운 아내의 어깨를 만지작거렸다. 아내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내 발바닥으로 우툴두툴한 아내의 발바닥을 쓸어 올렸다. 아내가 발바닥을 치웠다. 나는 다시 아내의 발바닥에 내 발을 올려놓았다. 아내가 또 발을 치웠다. 나는 그런 행위가 재미있었다. 다시 아내의 발바닥에 내 발을 올려놓았고 아내는 또 발을 치우며 내 가슴을 밀쳤다. 즐거워진 나는 아내의 발을 두 다리로 꽉 붙들었다. 아내가 발을 빼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었다. 아내의 다리근육에 탄력이 붙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상태로 아내를 뒤에서 꽉 안았다. 아내가 몸부림을 쳤다.

- 하지 마!

그러나 그런 몸부림은 이미 내게는 견딜 수 없는 즐거움이 되어 나를 더 자극해왔다. 나는 더욱 세게 아내를 붙들었고 두 다리로 발을 꽉 조였다.

- 하지 말라니까!

나를 억세게 밀치며 소리를 지른 아내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닫혀진 방문을 쳐다보았다. 때마침 담배 생각이 났지만 그대로 배를 깔고 누운 채 방문만 지켜보고 있었다. 담배를 피기 위해 방을 옮겨가는 사이에 지나쳐야할 아내가 잠시 무섭고 낯설게 느껴질 것 같아서였다. 시계소리가 방안에 나직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어둠 사이로 희끗희끗 들이치는 빛의 움직임은 커튼의 펄럭임 때문이었다. 겨드랑이와 가랑이 사이에 맺힌 땀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하지만 쉽게 몸이 일어서 주지를 않았다.

- 나가.

아내는 불을 켰고 방문 앞에 선 채 내게 명령했다. 나는 갑작스레 들이치는 불빛에 눈을 깜박이며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 어서 나가.

아내는 한치도 움직이지 않은 채 방문 앞에 서서 최대한 냉정하고 차갑게 짧은 말을 내뱉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잠시 쳐다보았다.

- 미안해.

- 나가.

더 이상 대화는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한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발을 대면서 부끄러웠다. 알몸으로 아내 옆을 지나쳐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아내가 견고한 눈빛으로 내 알몸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부끄러웠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내 옆을 지나쳤다. 방문을 빠져나가는 순간 방문이 닫혔다. 등이 서늘했다. 맨바닥에 몸을 뉘었다. 장판의 끈적임이 등에 올라붙었다.

나는 아내가 무엇이 불만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발바닥을 쓰다듬은 것이 아내의 자존심에 손상을 입힌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리를 끌어올려 내 발바닥을 만져보았다. 열이 나고 있었다. 건조한 발바닥의 살갗이 느껴졌다. 그러나 투박하지는 않았다. 굳은살은 있었지만 아내의 발처럼 일어나 있지는 않았다. 그런 것과 같은 것이다. 다이어트를 해도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나보다 2킬로그램이 덜 빠졌던 것과 같이 매일 발바닥을 긁어대는 아내의 발이 발바닥을 긁지 않는 나의 발보다 더 투박했다. 그것이 자존심 강한 아내에게는 충분히 화가 나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손가락으로 내 남성을 만지작거렸다. 늘어진 내 남성은 끈적한 땀에 습습했다.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팬티 속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알몸인 채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 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업무량이 늘어나 있었다. 야근을 해야 했다. 이번에는 내가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는 대꾸 없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또 다시 전화를 했다.

- 오늘 비가 올 거야.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고 왔어.

- 바빠. 전화 좀 그만 해.

나는 전화를 내려놓고 잠시 치미는 답답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숨을 크게 내뱉었다. 에어컨 소리와 전화벨 소리, 컴퓨터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출입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구두의 또각거리는 소리, 전화의 상대편과 떠드는 소리, 가끔 오고가는 농담소리, 결재서류를 작성하며 볼펜을 또도독거리는 소리, 커피를 마시며 후루룩거리는 소리, 마른기침 소리, 서랍을 여닫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커피자동판매기로 향하는데 그 앞에 서 있는 두 여직원의 깔깔거림이 머리 속을 지끈거리게 했다. 나는 동전을 집어넣고 두 여직원의 몸을 훑어보았다. 살집이 있는 여직원과 보통 체형의 여직원이었다. 커피를 꺼내들고 통유리창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가며 살집이 있는 여직원의 엉덩이를 허벅지로 툭 치고 지나갔다. 마치 걸어가면서 부딪힌 듯 절묘하게 연기를 해 보였다.

- 미안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 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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