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문학부에서는 사학과 선배님들과 함께 3월28일부터 31일까지 2001학년도 춘계답사를 다녀왔다. 중부, 경남, 전남 지방으로 나눠져서 갔는데, 나는 그중 중부지방에 속해 있었다. 친한 친구들과 좋으신 선배님,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 가슴은 떠나기 전부터 기대로 한없이 부풀어 있었다.

  첫째 날, 우리는 법천사지, 거돈사지, 중원 고구려비, 중원탑 평리7층석탑, 그리고 탄금대를 다녀왔다. 특히 법천사지에서 본 지광국사 현묘탑비는 그 크기와 웅장함에 정말 감탄했다. 글씨하나, 모양하나에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을 유물을 처음 접해보는 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예정엔 없었지만 중원 탑평리 7층석탑을 보러간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마지막으로 간 탄금대도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운치 있고 멋있었다.

  둘째 날, 이날이 제일 힘들었던 날로 기억한다. 그 날 미륵사지, 빈신사지, 문경새재, 봉암사, 초간정, 용문사, 윤필암을 보았는데, 특히 문경새재와 윤필암 갈 때가 많이 힘들었다. 아침에 문경새재의 긴 거리를 횡단하는데 힘을 탕진한 우리에게 오후의 윤필암은 정말 올라가기 힘든 곳이었다. 덕분에 시간이 늦어져 김룡사 답사는 다음날로 미루고, 예정했던 대승사도 그 앞의 윤필암에 간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고생한 덕분에 그 날은 취침시간에 자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셋째 날, 우리는 전날 가지 못했었던 김룡사를 시작하여, 공갈못, 남장사, 전사벌 왕릉, 죽장리 5층 석탑, 도리사, 선산 낙산리 3층 석탑,  모례정 등을 둘러보았다. 이날은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는 날이다. 김룡사 에서 뵌 스님, 난 지금도 그 스님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런 분을 만날 수 있었다는 건 이번 답사뿐만이 아니라 내 생애 전체를 볼 때도 나에게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많은 곳을 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히려 기억이 생생하다. 김룡사를 비롯해서 남장사, 쌍둥이처럼 닮아있던 낙산리 3층석탑과 죽장리 5층석탑, 그리고 도리사 등 어느 것 하나 잊어버리기 싫은 기억들뿐이다.

  마지막날,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부석사로 출발했다. 그곳에서 본 무량수전 또한 날 감동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특이한 형식의 석등이나 소조여래좌상 등은 정말 신기하고 오묘했다. 우리는 그 뒤에 소수서원, 금성단, 순흥 읍내리 벽화고분, 단양적성비, 의림지, 제천 장락리 7층보전석탑, 베론성지 등을 둘러보았다. 그중 나는 단양적성비에 특히 애착이 간다. 내가 발표를 한 이유도 있겠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단양적성비가 정말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소수서원의 숙수사지 당간지주나, 정말 거대한 크기의 제천 장락리 7층 보전석탑 등도 모두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들이다.

  지난 답사 4일간의 일정을 통틀어서 소감을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음식’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가는 곳, 들르는 곳마다 진수성찬에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나오는 음식들을 보며 나는 죄송스럽게 밥을 한 공기만 먹을 수는 없었다. 힘들게 걷고 난 후에 먹는 비빔밥이나 갈비탕의 맛이란…. 생각하면 지금도 군침이 넘어간다.

  이번 답사를 통해서 내가 얻은 경험들과 지혜들은 앞으로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상당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이런 경험이 몇 번 더 있겠지만 이번만큼만 하겠는가? 이렇게 좋으신 선생님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나의 동기들과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갖겠는가? 아니, 다시 가질 수나 있을까? 솔직히 답사 떠나기 전에는 이번 답사의 모든 내용을 다 배우고 가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더욱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좋으신 분들을 만났다는 것으로 위안을 하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 우리를 많이 챙겨주신 선배님들, 답사기간 동안 잘 따라와 준 동기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시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시느라 고생하신 답사부 선배님들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박 4일 동안 내가 느끼고 보고 배운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오늘도 편안한 마음으로 하룻밤 꿈을 통해 지난 3박 4일을 만나러 간다.

/ 원경식(인문·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