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간고사가 끝났다. 한림대학교 학생들이라면 상대평가라는 프로크라스테스 침대에 맞추기 위해 머리를 잡아당기고 발을 잘라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전국 대학교 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신문들을 보면 2012년 전국 대학생들의 평균 학점은 B 이상이었으며 국공립대와 서울 소재 대학이 더욱 심한 학점 인플레이션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학점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는 재정지원대학을 선정할 때 B 학점 이상 비율이 낮은 대학일수록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과도한 학점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국⋅공립 대학과 서울 및 수도권 대학들은 개선의 여지가 거의 없음에도 전면적인 상대평가를 받아야 하는 한림대학생들은 또 다른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학점 인플레이션이 왜 문제가 되고 교육부는 왜 상대평가를 통해 이를 시정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러한 평가와 줄 세우기는 어쩌면 과거 미국 GM의 번영을 이끌었던 잭 웰치의 영향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가 강조한 경영 원칙 중 몇 가지는 10여 년 전 당시 사회에서 거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예를 들어보면 그는 매년 기업 구성원들을 점검하고 체크하며 하위 10% 직원을 내 보냈다. 또한, 성과 우수 스타 직원을 포상하며 직원들을 내부 경쟁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된 GM은 비록 단기간 성공하였는지는 몰라도 내부 소통 부재, 단순한 평가 지수 높이기에만 매몰 된 이기적인 구성원들 간의 경쟁으로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파산의 위기를 겪게 된다. 이에 대해 스탠퍼드 경영대 경영이론의 대가인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의 2007년 인터뷰 내용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해고와 비용절감이 경영자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경영 관행, 혹은 잭 웰치의 강제배분평가방식(forced ranking system 직원을 상중하로 평가해 하위 10%를 내보내는 방식)에 대해 이것이 효율적이었다는 어떠한 근거데이터도 찾아낼 수 없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실제로 꾸준한 성공을 거둔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성공 기업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성공 열쇠가 있으며 그것은 바로 ‘인간중심전략(human-centered strategy)’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하버드 경영대학의 최고봉이라고 일컬어졌던 하워드 스티븐슨(Howard H. Stevenson)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 ‘사람들은 흔히 조직의 성공이 몇몇 뛰어난 스타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근거 없는 생각을 갖고 있지.’ 이런 현상은 조직의 책임자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경험만이 의미 있고 다른 사람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때 주로 발생한다고 했다. ‘사실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여러 사람의 능력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거든 그러니 소수의 스타 직원이 아닌 대다수 직원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개인을 생각하지 않는 전체와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개인을 생각해 봐 암담하지 않나?’ ”

  우리가 그렇게 우상화 하는 미국의 하버드와 스탠포드 경영대의 최고봉에 서 있는 두 사람은 행복한 직장,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제프리 페퍼 교수가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비판하는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외주 운영되는 학교 식당은 학생들과 교직원이 기피하는 맛없는 식당으로 변하고, 일종의 강제배분평가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 전면적 상대평가는 학생들 간의 과도한 경쟁을 만들어 서로 필기 내용을 빌려 볼 수도 없는 삭막한 학교를 만들어버렸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이제 기말고사가 남았다. 끝없는 경쟁이 우리를 기다린다. 난 꿈을 꾸어 본다. 비록 수많은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이지만,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말이다. 언젠가는 한림대학 학생들이 학점 때문에 경쟁으로 내몰리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한림대학 식당이 전국에서 가장 맛있고 행복한 식당으로 평가를 받을 날이 오리라고. 한림대학이 가장 행복하고 안전한 생활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성장하는 멋진 학교가 되리라고. 만약 이것이 장자의 호접지몽 이라면 차라리 그 꿈속에서 살고 싶다. 사람다운 너무나 사람다운 삶을 꿈꾸는 것이 단지 꿈일 뿐이라면 지금 이 현실은 무엇일까? 

양태근 (중국⋅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