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리(이하 이) 기자 :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보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의견이 총원 520명 중 151명을 차지한다. 학생들이 학보를 보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김번(이하 김) 교수 : 학보 구독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학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낮은 구독률이 의미하는 바는 ‘한림학보가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이는 한림학보만의 위기가 아니라고 본다. 최근 인문학, 대학의 위기라는 말처럼 이 또한 여러 위기에 처한 사회적 현상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현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전환이 없다면 위기를 돌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심훈(이하 심) 교수 : 학보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림학보를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학생’은 30%, ‘매주 보는 학생’은 12% 정도다. 결국 6천 명을 대상으로 하면 6백 명 정도만 매주 신문을 본다는 이야기다.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통로에 신문을 배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조차도 신문을 잡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구독률이 30%정도 된다는 다른 대학에 비하면 한림학보의 구독률은 실질적으로 10%다. 이는 ‘종이신문의 위기’라는 시대적인 문제를 떠나 학보가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조차 외면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찬준(이하 박) 팀장 : 첫 번째는 ‘매체의 발달’을 꼽을 수 있다. 종이 매체 보다는 손에 쥐고 다니는 모바일 시스템이 워낙 구축이 잘 됐기 때문에 그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 학보 기사 구성 자체가 결국은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성화하는데도 학생들이 잘 안보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독자에게 다가가는 기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사가 필요하다. 

이병일(이하 총) 학생회장 : 학보 기사 내용이 학생들에게 흥미가 없기 때문에 보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학생회장을 하면서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많이 하고 대학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을 해봤다. 현재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학내 복지문제와 취업이다. 학생들이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을 기사에서 다룬다면 학보를 읽는 학생들의 수도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영롱(이하 국) 방송국장 :　학생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선 학내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생각된다. 학보 자체가 아니라 학교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학보를 보지 않고, 학내 방송에도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독률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외면한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문제만은 아니다. 우선 학생들의 신경을 끌만한 콘텐츠를 다룬다면 관심도 높아질 거라 생각된다. 

이 : 대체로 학보에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 적다는 의견을 내주셨다. 그렇다면 학보사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김 : 최근 한림학보에서 다룬 기획을 살펴봤다. ‘프리라이더 조별 모임’에 대한 기사를 기획 조사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이 학내 홈페이지 등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보위주의 기사들로 채워졌다. 또 기사내용에 있는 취재원의 의견도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들을법한 얘기들이다. 별로 와 닿지 않는 의견들이 기사의 몇몇 꼭지를 채우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학생들의 관심이나 호응을 얻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기획보도 역시 어떤 포인트를 잡아서 나가려는 쇄신된 방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학보사가 처한 물적 조건이나 인적 구성이 열악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실험정신을 발휘하고 날카로운 비판정신을 지녀야 할 필요성은 있다. 가령 지난달 ‘4.19 사건’이 지나갔는데 그 주에 학보에서는 이를 관심 있는 사안으로 다뤘는지 궁금하다. ‘4.19 사건’이 우리 대학 사회에 갖는 의미가 결코 적지 않은 사건인데도 역사속의 하루처럼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게 아쉽다. 신문사가 신문을 만드는 데 있어 역사의식, 사회의식을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심 : 학생들이 학업에 쫓기는 와중에 탄탄한 신문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 자리에 오기 전 서울에 있는 몇 개 대학의 신문을 찾아봤다. 이번 주 서울대 학보의 일면 톱기사는 ‘늘어나는 외국인 교수 그리고 준비 안 된 대학’이다. 여러분들이 유학생으로 한림대에 왔다면 지도교수도 없고, 밥은 어떻게 먹는지, 말은 안 통하는데 조모임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것들이 어떻게 보면 좋은 기사 거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단기간 내에 기사의 질을 높이려면 잘 나가는 사람의 글을 베껴야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소설가들도 창작가로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다른 소설가의 잘된 글을 베끼는 일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여러 가지 여건상 기획보도를 하기 힘들다면 서울에 잘 만드는 대학신문을 매주 보기만 해도 학생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 심 교수님의 말이 취업 측면에서도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미리 학보에 실린 기사내용을 접하고 면접장에 갔을 때 실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것들이기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의 경우도 학보를 볼 때 취업면과 오피니언 면을 가장 먼저 본다. 이번 주는 누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난 호 1면 톱기사 ‘셔틀버스 추가 운행’은 사실 짧은 기사로 다루고 넘어가도 되지 않았나 싶다. 학생들은 ‘셔틀버스가 늘었네’하고 제목만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획기사가 없기 때문에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것이겠지만, 자칫 학생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는 기사다. 그만큼 가장 먼저 신문의 1면을 보고 비춰지는 한림학보의 모습이 중요하다고 본다. 

총 : 보도 면을 보면 한 기사에 많은 내용을 다룬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콘텐츠 역시 부족하다고 느낀다. 일간지를 보더라도 정치, 사회, 경제면 외에도 TV편성표, 만화 등 독자가 꼭 챙겨보는 코너가 하나씩은 있는데 학보에는 ‘꼭 이것만은 챙겨봐야겠다’ 할 만한 부분이 없다. 

국 : 개인적으로 정보성 기사를 아무리 써봤자 읽히지 않는다면 신문을 발행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배포대에 놓여 있는 학보를 보면 1면의 톱기사가 가장 먼저 보인다. 그런데 지금까지 봤던 톱기사의 내용은 학교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들로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관심이 없는 것들이다. 이런 문제가 학생들이 학보를 가져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학보는 학생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사안을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학생들이 기대하는 기사를 발굴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탐사보도, 학생들이 공감하는 기사를 써야한다. 

이 : 비판할 때는 과감하게, 가볍기보다는 심층 보도가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기자이기 전에 학생신분으로서 취재원의 협조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심 : 학생기자가 갖는 취재상의 어려움에 관해 얘기하자면 어떤 언론 기관도 해당 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울 만큼의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 꼭 소스(source)를 필요로 하고 학교 측에 데이터를 얻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령 ‘대학생은 이기적으로 취업과 복지에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이웃주민들은 왜 권리를 침해받는지’와 같은 문제에 정형화 된 데이터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이런 부분은 상대방(취재원)을 이해하면 되는데 왜 꼭 학교 측의 인터뷰를 따서 딱딱하고 재미없는 기사만 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기획능력이 없어도 일주일간 사람들을 만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면 학생들도 고개를 돌리지 않을까?  

김 : 올해 총장배 체육대회 취소 조치는 학내 학업분위기 조성을 위해 내려진 결정 같다. 지난 호 사설 ‘대학생활에서 공부가 갖는 의미’에서 보듯, 학생들이 가져야 할 공부의 의미를 재조명 하고 이에 확실한 문제제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공대 앞을 지나가다 잔디밭에서 피구를 하는 학생들을 봤다. 캠퍼스에서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리는 게 얼마만인지 모처럼 너무 반가웠다. 이런 것이 살아있는 대학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넓게 봐야 한다는 것을 학보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심 : (총장기 체육대회 폐지에 관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들어보면 더 중요하고 자세하게 다룰 수 있지 않나 싶다. 학생들이 학보를 찾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기보다 ‘왜 찾지 않을까’하는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학보사는 어떻게 보면 투쟁에 있어서 전위대가 돼야 한다. 빨간 깃발을 흔들며 앞에 나가, 뒤따라오는 구성원들에게 힘을 주고 선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보면 기자들이 공분에 뒤쳐져 앞에 가고 있는 학생들의 뒤에서 혼자 깃발을 흔들고 있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던 국토대장정을 없애버렸는데 노동현장에서 계속된 불만이 나오는 시점에 학보사가 이러한 비정규직의 애환을 잘 담고 있는지 의문이다. 

박 : 논쟁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논쟁을 제기하고 그에 관한 관심을 집중시켜 학생들의 찬반 이야기가 오간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 정규 코너, 기사 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 : 내용이 너무 취업, 복지 쪽으로 방향이 쏠린 것 같다. 학생들의 관심이 모두 이곳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사실 학생들이 진정으로 듣고 싶어 하는 목소리가 아닌 뻔한 얘기다.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사안을 폭넓고 식상하지 않은 내용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 교수의 목소리를 담을 필요는 있지만 ‘한림원’ 같은 정규 코너도 매주 고정으로 실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심 : 사람의 복지는 먹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그만큼 먹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학생들이 식단표를 자주 본다면 한 학기 내내 식당 위주로 취재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일 인기 있는 학식 메뉴와 인기 없는 메뉴를 가지고 인터뷰를 할 수 있다. 꼭 누군가를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어렵게 의견을 들으며 데이터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을 꼬집어주는 것이 진정한 기사 중 하나라고 본다. 우선적으로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 학보의 좋은 점과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국 : 본래 언론은 방송매체가 힘이 있는 법인데 우리 대학에서는 학보만큼 강력한 곳이 없다. 일단 배포대가 어디에나 있지 않나. 지원금을 받는 만큼 노력해야한다. 

심 : 인쇄매체는 구독률이 비교적 낮지만, 상징적 의미는 강하다. 가령 1면 톱기사로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기사만 써도 학교는 들썩거린다. 너무 거창하게 학교를 뒤엎을 생각을 할 필요는 없이 ‘하나만 찌른다’ 생각하고 계속 파야한다. 문제의식이 있는 내용을 2, 3주가 됐더라도 계속 다룬다면 해결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학내에서 가장 안전한 직책은 학생이고 그 다음이 교수, 직원이다. 그런데 직원한테 가서 한마디 해달라고 해서 되겠는가.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을 많이 써야한다. 80년대 이후로 학생들이 어떠한 기사를 쓴다고 해서 제적당한 사례는 본적 없다.

 이 : 구독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박 : 학보사 기자들이 월요일에 단 30분이라도 모여 학생들 손에 직접 신문을 쥐어줄 필요가 있다. 일단 손에 신문을 쥐어주면 그래도 한 번은 본다. 

심 : 예전에는 월요일 아침 여덟시 반만 되면 학보사 기자들이 밖으로 나와 직접 신문을 나눠줬다. 학생들이 신문을 받으면 일단 한번은 보게 되는데 한림학보는 이런 적극적인 마케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편집국 안에만 안주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아침에 기숙사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손에 신문을 쥐어주는 모습이 필요하다. ‘악플’보다 ‘무플’이 무서운 것처럼 학생들이 한림학보에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김 : 무관심은 매우 고약하다. 과거 한림학보 주간 교수로 재직할 당시 1면 톱에 보도된 기사 때문에 총장에게 지적받은 적이 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까 총장이 학보의 기사를 보고 반응을 했다는 게 고마웠다. 우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고, 많은 사람들이 학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 학보사 인력부족 문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현 상황에서 주간지, 8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김 :　양적인 면은 얘기하기 힘들 것 같다. 지면을 어떤 기사로 꾸밀까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면수를 늘리고 줄이는 양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학보에서 문제의식을 담을 지면이 부족하다면 면의 분량을 늘려야겠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면 늘릴 필요가 없다. 

심 : 4면 체제로 가는 것도 좋다. 한 면에는 공지사항 같은 보도성 기사를 다루고 그 외의 기사는 두세 명이 한 팀이 되어 다른 부분에 투자해보는 것은 어떤가. 쉽고 재밌게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4면으로 줄인다면 오히려 ‘왜 4면으로 바뀌었을까?’하면서 관심을 갖지 않을까. 헉헉거리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박 : 현 상황을 볼 때 8면을 하기에는 다들 벅차 보인다. 기사를 기획하고 몇 주에 걸쳐 준비하면서 더 내실 있게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 기사는 그냥 잠깐 잠깐 나열식이라고 생각된다.

이 : 마지막으로 한림학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마디씩 말해 달라. 

김 : 4.19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한림학보에서 조명됐으면 한다. 한림대와 한림학보의 역사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들이 표면으로 드러날 필요는 없지만 역사적 의식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있어 문면에 기자의 의식이 배어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가령 총장배가 취소됐다는 기사의 취재도 축제가 취소된 것 등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뒤진다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겠지만 학보사 기자들이 30년 한림학보의 역사를 틈틈이 들여다보며 기사를 작성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길 바란다. 

심 : 학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자면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4.19가 무엇인지’를 설문조사를 해서 90%의 학생이 모른다고 했을 때 현실 조명을 하고 기사에서 간단하게 한 줄만 풀이를 해 줘도 학생들이 많이 배울 것이다. 꼭 의식주, 복지, 취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학생으로서 고등학생 때 꿈꿨던 대학이라는 지성의 상징, 높은 학문의 세계에 대해 고민하며 간간히 실어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지금 학생들 모두가 학점 얻기 쉬운 수업을 듣거나 돈 벌면서 이기적으로 앞가림을 하는 와중에 대학신문사인 학보사에서 일해주고 있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고 고맙다. 비록 학보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는 했으나 여러분은 이 시대의 마지막 지성인이다. 

박 : 창간 3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점에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여건은 뒷전’이고 ‘의지가 먼저’라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 ‘내 의지를 얼마나 키워갈 수 있느냐’를 실현해 갈 수 있는 여러분들이 개별적으로 의지를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잘 헤쳐갈 수 있을 것이다. 

총 : 한림학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학보가 앞으로 학생들이 바라는 기사를 써서 한림대학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랑받는 언론이 되길 바란다. 

국 : 취업, 공부, 취재하랴 바쁠 텐데 학보사에 들어와 기자로 활동한다는 것은 각자 어떤 사명감을 갖고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사명감을 끝까지 갖고 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일 해준다면 좋겠다.
 
이 : 구독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박 : 학보사 기자들이 월요일에 단 30분이라도 모여 학생들 손에 직접 신문을 쥐어줄 필요가 있다. 일단 손에 신문을 쥐어주면 그래도 한 번은 본다. 

심 :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월요일 아침 여덟시 반만 되면 학보사 기자들이 밖으로 나와 직접 신문을 나눠줬다. 학생들이 신문을 받으면 일단 한번은 보게 되는데 한림학보는 이런 적극적인 마케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편집국 안에만 안주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아침에 기숙사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손에 신문을 쥐어주는 모습이 필요하다. 당장 구독률을 높이기 힘들다면 인위적으로라도 높이면 좋겠다. ‘악플’보다 ‘무플’이 무서운 것처럼 학생들이 한림학보에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김 : 무관심이 매우 고약하다는 맞는 말이다. 과거 한림학보 주간 교수로 재직할 당시 1면 톱에 보도된 기사 때문에 총장에게 지적받은 적이 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까 총장이 학보의 기사를 보고 반응을 했다는 게 고마웠다. 우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고, 많은 사람들이 학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 학보사 인력부족 문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현 상황에서 주간지, 8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김 :양적인 면은 얘기하기 힘들 것 같다. 지면을 어떤 기사로 꾸밀까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면수를 늘리고 줄이는 양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학보에서 문제의식을 담을 지면이 부족하다면 면의 분량을 늘려야겠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면 늘릴 필요가 없다. 

심 : 4면 체제로 가는 것도 좋다. 한 면에는 공지사항 같은 보도성 기사를 다루고 나머지 하나는 스트레이트 기사, 그 외의 기사는 두세 명이 한 팀이 되어 다른 부분에 투자해보는 것은 어떤가. 쉽고 재밌게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4면으로 줄인다면 오히려 ‘왜 4면으로 바뀌었을까?’하면서 관심을 갖지 않을까. 헉헉거리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박 : 현 상황을 볼 때 8면을 하기에는 다들 벅찰 수 있다. 기사를 기획하고 몇 주에 걸쳐 준비하면서 더 내실 있게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 기사는 그냥 잠깐 잠깐 나열식이라고 생각된다. 

심 : 1면체제도 괜찮다. 재미있는 기사만 있다면 면은 중요하지 않다. 제대로 된 기사 거리가 있으면 충분한 시간 동안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현재의 두 배 정도 되는 학생들이 학보를 찾을 것이고 구독률도 점차 올라갈 것이다.

어느덧 한림학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이에 한림학보는 ‘한림학보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한림학보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봤다. 지난 7일 연암관 세미나실에서 한림학보 이루리 기자가 김번(영어영문) 교수, 심훈(언론정보) 교수, 취업지원센터 박찬준 팀장, 총학생회장 이병일(경제ㆍ4년), 한림방송국장 김영롱(언론ㆍ4년) 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영어영문학과 김번 교수 : “과감한 실험정신, 날카로운 비판정신 지녀야”

언론정보학부 심훈 교수 : “학보는 투쟁에 있어 ‘전위대’가 돼야”

취업지원센터 박찬준 팀장 : “학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사 필요”

총학생회 이병일 회장 : “매주 독자가 챙겨보고 싶은 코너 마련돼야”

한림방송국 김영롱 국장 : “낮은 구독률은 학내 구성원들의 학교에 대한 무관심 때문” 

이루리(이하 이) 기자 :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보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의견이 총원 520명 중 151명을 차지한다. 학생들이 학보를 보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김번(이하 김) 교수 : 학보 구독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학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낮은 구독률이 의미하는 바는 ‘한림학보가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이는 한림학보만의 위기가 아니라고 본다. 최근 인문학, 대학의 위기라는 말처럼 이 또한 여러 위기에 처한 사회적 현상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현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전환이 없다면 위기를 돌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심훈(이하 심) 교수 : 학보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림학보를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학생’은 30%, ‘매주 보는 학생’은 12% 정도다. 결국 6천 명을 대상으로 하면 6백 명 정도만 매주 신문을 본다는 이야기다.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통로에 신문을 배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조차도 신문을 잡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구독률이 30%정도 된다는 다른 대학에 비하면 한림학보의 구독률은 실질적으로 10%다. 이는 ‘종이신문의 위기’라는 시대적인 문제를 떠나 학보가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조차 외면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찬준(이하 박) 팀장 : 첫 번째는 ‘매체의 발달’을 꼽을 수 있다. 종이 매체 보다는 손에 쥐고 다니는 모바일 시스템이 워낙 구축이 잘 됐기 때문에 그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 학보 기사 구성 자체가 결국은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성화하는데도 학생들이 잘 안보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독자에게 다가가는 기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사가 필요하다. 

이병일(이하 총) 학생회장 : 학보 기사 내용이 학생들에게 흥미가 없기 때문에 보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학생회장을 하면서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많이 하고 대학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을 해봤다. 현재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학내 복지문제와 취업이다. 학생들이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을 기사에서 다룬다면 학보를 읽는 학생들의 수도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영롱(이하 국) 방송국장 :　학생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선 학내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생각된다. 학보 자체가 아니라 학교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학보를 보지 않고, 학내 방송에도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독률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외면한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문제만은 아니다. 우선 학생들의 신경을 끌만한 콘텐츠를 다룬다면 관심도 높아질 거라 생각된다. 

이 : 대체로 학보에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 적다는 의견을 내주셨다. 그렇다면 학보사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김 : 최근 한림학보에서 다룬 기획을 살펴봤다. ‘프리라이더 조별 모임’에 대한 기사를 기획 조사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이 학내 홈페이지 등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보위주의 기사들로 채워졌다. 또 기사내용에 있는 취재원의 의견도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들을법한 얘기들이다. 별로 와 닿지 않는 의견들이 기사의 몇몇 꼭지를 채우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학생들의 관심이나 호응을 얻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기획보도 역시 어떤 포인트를 잡아서 나가려는 쇄신된 방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학보사가 처한 물적 조건이나 인적 구성이 열악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실험정신을 발휘하고 날카로운 비판정신을 지녀야 할 필요성은 있다. 가령 지난달 ‘4.19 사건’이 지나갔는데 그 주에 학보에서는 이를 관심 있는 사안으로 다뤘는지 궁금하다. ‘4.19 사건’이 우리 대학 사회에 갖는 의미가 결코 적지 않은 사건인데도 역사속의 하루처럼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게 아쉽다. 신문사가 신문을 만드는 데 있어 역사의식, 사회의식을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심 : 학생들이 학업에 쫓기는 와중에 탄탄한 신문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 자리에 오기 전 서울에 있는 몇 개 대학의 신문을 찾아봤다. 이번 주 서울대 학보의 일면 톱기사는 ‘늘어나는 외국인 교수 그리고 준비 안 된 대학’이다. 여러분들이 유학생으로 한림대에 왔다면 지도교수도 없고, 밥은 어떻게 먹는지, 말은 안 통하는데 조모임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것들이 어떻게 보면 좋은 기사 거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단기간 내에 기사의 질을 높이려면 잘 나가는 사람의 글을 베껴야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소설가들도 창작가로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다른 소설가의 잘된 글을 베끼는 일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여러 가지 여건상 기획보도를 하기 힘들다면 서울에 잘 만드는 대학신문을 매주 보기만 해도 학생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 심 교수님의 말이 취업 측면에서도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미리 학보에 실린 기사내용을 접하고 면접장에 갔을 때 실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것들이기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의 경우도 학보를 볼 때 취업면과 오피니언 면을 가장 먼저 본다. 이번 주는 누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난 호 1면 톱기사 ‘셔틀버스 추가 운행’은 사실 짧은 기사로 다루고 넘어가도 되지 않았나 싶다. 학생들은 ‘셔틀버스가 늘었네’하고 제목만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획기사가 없기 때문에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것이겠지만, 자칫 학생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는 기사다. 그만큼 가장 먼저 신문의 1면을 보고 비춰지는 한림학보의 모습이 중요하다고 본다. 

총 : 보도 면을 보면 한 기사에 많은 내용을 다룬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콘텐츠 역시 부족하다고 느낀다. 일간지를 보더라도 정치, 사회, 경제면 외에도 TV편성표, 만화 등 독자가 꼭 챙겨보는 코너가 하나씩은 있는데 학보에는 ‘꼭 이것만은 챙겨봐야겠다’ 할 만한 부분이 없다. 

국 : 개인적으로 정보성 기사를 아무리 써봤자 읽히지 않는다면 신문을 발행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배포대에 놓여 있는 학보를 보면 1면의 톱기사가 가장 먼저 보인다. 그런데 지금까지 봤던 톱기사의 내용은 학교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들로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관심이 없는 것들이다. 이런 문제가 학생들이 학보를 가져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학보는 학생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사안을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학생들이 기대하는 기사를 발굴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탐사보도, 학생들이 공감하는 기사를 써야한다. 

이 : 비판할 때는 과감하게, 가볍기보다는 심층 보도가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기자이기 전에 학생신분으로서 취재원의 협조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심 : 학생기자가 갖는 취재상의 어려움에 관해 얘기하자면 어떤 언론 기관도 해당 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울 만큼의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 꼭 소스(source)를 필요로 하고 학교 측에 데이터를 얻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령 ‘대학생은 이기적으로 취업과 복지에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이웃주민들은 왜 권리를 침해받는지’와 같은 문제에 정형화 된 데이터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이런 부분은 상대방(취재원)을 이해하면 되는데 왜 꼭 학교 측의 인터뷰를 따서 딱딱하고 재미없는 기사만 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기획능력이 없어도 일주일간 사람들을 만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면 학생들도 고개를 돌리지 않을까?  

김 : 올해 총장배 체육대회 취소 조치는 학내 학업분위기 조성을 위해 내려진 결정 같다. 지난 호 사설 ‘대학생활에서 공부가 갖는 의미’에서 보듯, 학생들이 가져야 할 공부의 의미를 재조명 하고 이에 확실한 문제제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공대 앞을 지나가다 잔디밭에서 피구를 하는 학생들을 봤다. 캠퍼스에서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리는 게 얼마만인지 모처럼 너무 반가웠다. 이런 것이 살아있는 대학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넓게 봐야 한다는 것을 학보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심 : (총장기 체육대회 폐지에 관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들어보면 더 중요하고 자세하게 다룰 수 있지 않나 싶다. 학생들이 학보를 찾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기보다 ‘왜 찾지 않을까’하는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학보사는 어떻게 보면 투쟁에 있어서 전위대가 돼야 한다. 빨간 깃발을 흔들며 앞에 나가, 뒤따라오는 구성원들에게 힘을 주고 선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보면 기자들이 공분에 뒤쳐져 앞에 가고 있는 학생들의 뒤에서 혼자 깃발을 흔들고 있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던 국토대장정을 없애버렸는데 노동현장에서 계속된 불만이 나오는 시점에 학보사가 이러한 비정규직의 애환을 잘 담고 있는지 의문이다. 

박 : 논쟁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논쟁을 제기하고 그에 관한 관심을 집중시켜 학생들의 찬반 이야기가 오간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 정규 코너, 기사 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 : 내용이 너무 취업, 복지 쪽으로 방향이 쏠린 것 같다. 학생들의 관심이 모두 이곳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사실 학생들이 진정으로 듣고 싶어 하는 목소리가 아닌 뻔한 얘기다.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사안을 폭넓고 식상하지 않은 내용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 교수의 목소리를 담을 필요는 있지만 ‘한림원’ 같은 정규 코너도 매주 고정으로 실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심 : 사람의 복지는 먹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그만큼 먹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학생들이 식단표를 자주 본다면 한 학기 내내 식당 위주로 취재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일 인기 있는 학식 메뉴와 인기 없는 메뉴를 가지고 인터뷰를 할 수 있다. 꼭 누군가를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어렵게 의견을 들으며 데이터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을 꼬집어주는 것이 진정한 기사 중 하나라고 본다. 우선적으로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 학보의 좋은 점과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국 : 본래 언론은 방송매체가 힘이 있는 법인데 우리 대학에서는 학보만큼 강력한 곳이 없다. 일단 배포대가 어디에나 있지 않나. 지원금을 받는 만큼 노력해야한다. 

심 : 인쇄매체는 구독률이 비교적 낮지만, 상징적 의미는 강하다. 가령 1면 톱기사로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기사만 써도 학교는 들썩거린다. 너무 거창하게 학교를 뒤엎을 생각을 할 필요는 없이 ‘하나만 찌른다’ 생각하고 계속 파야한다. 문제의식이 있는 내용을 2, 3주가 됐더라도 계속 다룬다면 해결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학내에서 가장 안전한 직책은 학생이고 그 다음이 교수, 직원이다. 그런데 직원한테 가서 한마디 해달라고 해서 되겠는가.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을 많이 써야한다. 80년대 이후로 학생들이 어떠한 기사를 쓴다고 해서 제적당한 사례는 본적 없다.  

이 : 구독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박 : 학보사 기자들이 월요일에 단 30분이라도 모여 학생들 손에 직접 신문을 쥐어줄 필요가 있다. 일단 손에 신문을 쥐어주면 그래도 한 번은 본다. 

심 : 예전에는 월요일 아침 여덟시 반만 되면 학보사 기자들이 밖으로 나와 직접 신문을 나눠줬다. 학생들이 신문을 받으면 일단 한번은 보게 되는데 한림학보는 이런 적극적인 마케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편집국 안에만 안주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아침에 기숙사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손에 신문을 쥐어주는 모습이 필요하다. ‘악플’보다 ‘무플’이 무서운 것처럼 학생들이 한림학보에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김 : 무관심은 매우 고약하다. 과거 한림학보 주간 교수로 재직할 당시 1면 톱에 보도된 기사 때문에 총장에게 지적받은 적이 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까 총장이 학보의 기사를 보고 반응을 했다는 게 고마웠다. 우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고, 많은 사람들이 학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 학보사 인력부족 문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현 상황에서 주간지, 8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김 :　양적인 면은 얘기하기 힘들 것 같다. 지면을 어떤 기사로 꾸밀까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면수를 늘리고 줄이는 양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학보에서 문제의식을 담을 지면이 부족하다면 면의 분량을 늘려야겠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면 늘릴 필요가 없다. 

심 : 4면 체제로 가는 것도 좋다. 한 면에는 공지사항 같은 보도성 기사를 다루고 그 외의 기사는 두세 명이 한 팀이 되어 다른 부분에 투자해보는 것은 어떤가. 쉽고 재밌게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4면으로 줄인다면 오히려 ‘왜 4면으로 바뀌었을까?’하면서 관심을 갖지 않을까. 헉헉거리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박 : 현 상황을 볼 때 8면을 하기에는 다들 벅차 보인다. 기사를 기획하고 몇 주에 걸쳐 준비하면서 더 내실 있게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 기사는 그냥 잠깐 잠깐 나열식이라고 생각된다. 

이 : 마지막으로 한림학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마디씩 말해 달라. 

김 : 4.19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한림학보에서 조명됐으면 한다. 한림대와 한림학보의 역사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들이 표면으로 드러날 필요는 없지만 역사적 의식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있어 문면에 기자의 의식이 배어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가령 총장배가 취소됐다는 기사의 취재도 축제가 취소된 것 등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뒤진다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겠지만 학보사 기자들이 30년 한림학보의 역사를 틈틈이 들여다보며 기사를 작성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길 바란다. 

심 : 학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자면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4.19가 무엇인지’를 설문조사를 해서 90%의 학생이 모른다고 했을 때 현실 조명을 하고 기사에서 간단하게 한 줄만 풀이를 해 줘도 학생들이 많이 배울 것이다. 꼭 의식주, 복지, 취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학생으로서 고등학생 때 꿈꿨던 대학이라는 지성의 상징, 높은 학문의 세계에 대해 고민하며 간간히 실어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지금 학생들 모두가 학점 얻기 쉬운 수업을 듣거나 돈 벌면서 이기적으로 앞가림을 하는 와중에 대학신문사인 학보사에서 일해주고 있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고 고맙다. 비록 학보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는 했으나 여러분은 이 시대의 마지막 지성인이다. 

박 : 창간 3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점에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여건은 뒷전’이고 ‘의지가 먼저’라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 ‘내 의지를 얼마나 키워갈 수 있느냐’를 실현해 갈 수 있는 여러분들이 개별적으로 의지를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잘 헤쳐갈 수 있을 것이다. 

총 : 한림학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학보가 앞으로 학생들이 바라는 기사를 써서 한림대학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랑받는 언론이 되길 바란다. 

국 : 취업, 공부, 취재하랴 바쁠 텐데 학보사에 들어와 기자로 활동한다는 것은 각자 어떤 사명감을 갖고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사명감을 끝까지 갖고 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일 해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