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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치즈 - 유럽 문명의 생명줄“빵과 치즈가 없었다면 현대 유럽 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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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03  2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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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상 한 개, 잼이 들어 있는 빵 한 개, 둥근 빵 한 개, 치즈 두 가지, 햄 세 가지, 버터 한 개, 오렌지주스 한 잔, 채소 및 과일 약간, 카푸치노 한 잔. 오늘 아침 내가 호텔 식당에서 먹은 식사 메뉴다. 나는 지난 90일 동안의 유럽 여행에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빵과 치즈를 먹었다. 종류는 다르지만, 빵과 치즈가 식사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이 두 가지 식품은 육류 식품과 더불어 유럽인에게는 필수 식단이다.

유럽인들은 왜 빵과 치즈를 먹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들의 식재료가 밀농사와 목축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들의 식재료는 밀로 만드는 빵, 우유로 만든 유제품, 고기로 만든 육류 제품이 기본을 이루고, 여기에 감자 등 채소와 과일이 추가된다. 빵 종류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다양하고 많다. 우리가 맛본 빵보다는 아직 맛보지 못한 빵이 훨씬 더 많다.

우유로 만드는 유제품은 버터와 치즈, 요구르트가 대표적이다. 이 사람들은 우유나 버터 등 다른 유제품은 걸러도 치즈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건 내가 이번 여행 중에도 경험했다. 그만큼 중요한 핵심 식품이다. 치즈 종류도 빵 종류만큼 다양하고 많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가축마다 다르고 제조 방법과 저장 방법에 따라 다르다. 유럽의 대표적인 낙농 국가인 네덜란드의 알크마르(Alkmaar)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치즈시장에 가면 지금도 수백 년 동안 내려오는 전통적인 치즈 거래를 볼 수 있다.

빵과 치즈의 특징은 저장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즉 오랫동안 저장하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장기 저장성이 유럽 문명을 바꾸어 놓는 한 계기가 됐다. 음식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으면 장기 이동이 가능하다. 장기 이동이 가능하면 원거리 원정이 가능해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인류 역사상 대제국을 건설한 국가는 모두 유목민족이다.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로마, 당나라, 원나라, 청나라, 오스만투르크 등이 모두 유목민족이 건설한 제국이다. 몽골 민족이 중동과 동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유목 민족의 음식인 난(밀가루로 만든 음식)과 우유, 치즈, 훈제 고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국 역대 왕조 중에서 제국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영토를 확장했던 당나라, 원나라, 청나라도 모두 북방 유목 민족이 건설한 왕조들이다.

벼농사를 주로 하는 농경민족은 대제국을 건설한 전례가 없다. 벼농사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 양자강 이남의 농경민족들은 한 번도 제국을 건설한 적이 없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 중에 ‘대아시아공영권’이라는 명분으로 아시아 일원에 대제국을 건설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유목 민족은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데 반해 농경민족은 왜 그게 어려울까? 농경민족은 물을 필요로 하는 벼농사를 기반으로 사회가 구성되고, 음식을 저장해서 이동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농경민족은 자기가 농사를 짓는 현재의 지역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벼는 재배하려면 일정한 면적의 논과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농경민족은 주식품인 쌀을 논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가 힘든 것이다. 반면에 밀이나 보리를 재배하는 유목민족은 이동이 자유롭다. 밀이나 보리는 관개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물이 거의 필요 없어 아무리 척박한 곳에 씨를 뿌려도 잘 자란다. 이 점이 밀로 만드는 빵이나 난 등 밀가루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이동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또 유목민족은 가축을 기르며 생활하기 때문에 가축에서 나오는 우유, 고기를 이용해 버터, 치즈, 요구르트, 칼피스 등 각종 유제품과 햄, 소시지 등 훈제 고기를 만들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현재의 선진 유럽 문명은 빵과 치즈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빵과 치즈와 같은 저장과 이동이 쉬운 음식이 그만큼 큰 기여를 했다는 뜻이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를 통해 오리엔트와 교역하던 유럽 국가들은 14, 15세기부터 오스만투르크의 등장으로 기존 교역로가 막히자 새로운 교역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선두로 해로를 찾기 시작했고, 콜럼버스와 마젤란과 같은 탐험가들의 노력 덕분에 아메리카와 인도,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식민지를 개척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 네덜란드와 영국이 그 바턴을 이어 받았다. 이 항해 과정에서 그들을 먹여 살린 것은 빵과 치즈였다. 물론 햄과 소시지 등 말린 고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싱싱한 채소를 먹지 못해 발생한 괴혈병은 곧 원인을 밝혀내 극복할 수 있었다.

자기 나라보다 수십 배 혹은 수백 배에 달하는 식민지에서 유럽 국가들은 막대한 금과 은, 향료, 목재, 노예 등 막대한 부를 자국으로 실어 날랐고, 이 재산으로 베니스, 리스본, 세비야, 암스테르담, 파리, 런던, 베를린 등 유럽의 대도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또한, 이런 부를 기본 자산으로 활용해 산업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다. 18세기부터 시작한 산업혁명의 성공으로 봉건 국가에서 근대 국가로 변신할 수 있었고, 거기에서 다시 현대 선진 사회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런 근거로 현대 유럽 문명 건설의 일등 공로자가 빵과 치즈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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