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학생생활관은 의무교육 프로그램(RC 프로그램)의 저조한 참여율로 인해 상점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제도가 학생들의 생활관 입사에 발목을 잡았다. 상점을 채우지 못한 학생은 사유서를 작성하고 입사해야 해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이에 본지는 생활관 입사에 대해 사생과 생활관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학생생활관(이하 생활관)측이 이번 학기 생활관 입사부터 상점 제도를 입사 필수조건으로 적용해 생활관을 이용하려는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생활관 측은 지난 6월, 생활관 홈페이지에 ‘의무교육 프로그램 상점 5점을 취득하지 못한 학생은 입사가 제한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또 의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을 시에는 사생준수내규 제11조 3호 사항을 적용해 벌점 10점을 부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생활관을 이용하려던 학생들은 의무교육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부족했고, 수업 시간과 겹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무교육 프로그램을 강제로 실시한 생활관에 대해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결국 일부 학생들은 생활관 이용을 포기하고 자취방을 구해 나가기도 했다. 생활관을 이용하다 자취방을 구했다는 신지은(언론정보ㆍ1년) 씨는 “기숙사 상점제도에 염증을 느껴 자취를 결정했다”며 “상점으로 입사제한을 두는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기숙사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후 추가 입사 신청이 이뤄진 지난 7월 말, 생활관측은 추가 입사생 모집 공고에서 신청 대상에 ‘직전사생 중 의무교육프로그램 상점 미취득 유예 사생에 한해 지난 학기에 채우지 못한 상점을 2학기에 채우겠다고 서약하는 경우 입사를 허가한다’고 밝혔다. 서약서는 ‘본인은 학생생활관 2013학년도 1학기 입사생활에서 의무교육 프로그램 상점 5점 중 몇 점의 상점이 부족하여 다음 학기 입사 제한에 해당되나, 2학기 입사제한을 유예하여 주시면 1학기에 부족한 상점을 2013년 10월 30일까지 신청 또는 추가 취득하고 2학기 기본 의무교육 프로그램 상점 5점을 포함하여 총 몇 점의 상점을 2013학년도 2학기에 취득하겠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사생준수내규 제11조(벌점) 및 제13조(징계) 적용 등 어떠한 조치에도 이의가 없음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학생 본인과 보호자의 서명을 날인해야 했다. 또한 이 서약서를 정해진 날짜까지 우편으로 발송해야 해 학생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는 꼴이 됐다.

  이 서약서에 대해 생활관 김지일(기초교육대학) 관장은 “서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문장이 부드럽지 못해 다소 강압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서약서 대신 상점이 부족해 입사가 제한되는 학생들에게 미리 통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전적으로 학생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생활관이 의무교육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활관 이용에 발을 묶어놓고 있는 셈이다. 의무교육 프로그램의 처음 취지는 어디로 사라지고, 이제는 학생들의 상점 취득과 입사 제한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학기에 생활관을 사용했지만 상점을 채우지 못해 서약서를 쓰고 입사했다는 김은주(언론ㆍ2년) 씨는 “처음에는 통학과 자취를 고려해봤지만 통학하기엔 너무 멀고 자취는 비용과 계약기간 문제가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서약서를 제출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원래 2학기 사생 모집은 1학기부터 살던 사생을 우선적으로 뽑았는데, 상점 때문에 뒤로 밀려나게 됐다”며 “1학기에 생활관을 쓰지 않은 학생들은 상점이 없어도 생활관에 합격시켜 준 것은 불공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생활관 측은 상점제도가 학생들을 얽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무교육 프로그램은 본래 학생들의 적응력 향상과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인성, 사회적 함양을 길러주기 위해 기획됐다. 김 관장은 “의무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단체 활동 증진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겠지만, 생활관에서 나와 자율적으로 모여서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활관 측은 지난 3년 동안 의무교육 프로그램을 자율적 참여제로 실시하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지만, 저조한 참여율과 일부 학생들의 프로그램 불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던 학생들 때문에 행사 준비를 다 해 놓았는데, 정작 행사에 참여한 학생은 신청자의 절반도 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며 “이러한 문제 때문에 상점제도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관장은 “학생들의 자유도 좋지만 학교의 생존 또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며 “의무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지 못한다면 타 대학과의 경쟁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타 대학에 비교해 우리 대학의 의무교육 프로그램 학생 자체 참여율은 한 학기에 450여 명 정도로 상당히 미미했지만, 기숙사 상점 제도를 도입해 지난 학기에만 2000여 명의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