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독서의 달 캠페인’을 맞아 지난주 열린 사회ㆍ경영대 도서바자회는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 아쉬움을 남겼다. 사회대와 경영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바자회는 학생들이 중고서적을 위탁하면 정가의 40%에 팔아 그 돈을 위탁 학생에 돌려주는 헌책 판매 대행 행사였다. 그런데 천고마비의 계절에 배움의 전당인 캠퍼스내에서 한림인들간에 진행된 이 서적 바자회에서 안 팔리고 쌓여 있는 책들이 주최측의 기대보다 훨씬 많았단다. 위탁된 책 자체도 163권으로 그리 많지 않았지만 판매량도 겨우 절반을 넘겼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행사 자체의 홍보 부족 탓도 있겠다. 그렇지만 바자회에 안 팔리고 쌓인 책들은 ‘학우가 읽은 책을 사서 또는 빌려서 읽고, 자신의 책을 다시 헐값에 학우에 건네거나 빌려 주는 책 돌려읽기의 문화’가 우리 캠퍼스에서 기대만큼 활성화 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책 문화’의 미숙함은 한걸음 더 나아가 한림인들의 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의 수준을 시사한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게 한다. 

  물론, 요즘처럼 ‘스펙’,‘경쟁’이라는 단어들이 대학생의 일상을 지배하는 시절에 ‘책’은 ‘한가함’,‘여유’와 같은 단어들을 연상시키는 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책읽기가 사치로까지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특히, 이 천고마비의 계절에는 책을 가까이 하며 살자.

  프랑스의 전쟁영웅 나폴레옹은 52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일생 동안 8,000여권의 책을 읽은 인물이다. 전쟁터에서 말안장에 걸터앉은 채 자주 책을 읽었다는 일화는 특히 유명하다.

  빌 클린턴 전 미대통령은 10일간 휴가 기간 중 대개 1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클린턴이 휴가기간 중 읽는 책이 무엇이냐’는 곧 바로 해외토픽으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서는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의 순위를 좌지우지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공통점은 독서광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가 역사책에서, 신문에서 흔히 접하는, 바쁘게 살았을 것 같은 유명 인사들의 성공비결에는 책읽기가 공통분모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역사책의 한 장과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성공적인 삶을 구가한 이면에 일상의 책 읽기가 큰 동력원이 됐을 것이라는 것은 가설을 떠나 현실이다.

  유명 영화감독들도 책 읽기를 통해 탄탄한 영화 제작을 위한 ‘밑천’을 긁어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그랬고 ‘다이하드’,‘클리프 행어’의 레니 할린 감독 역시 좋은 사례다.

  책읽기를 통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보다 직접적인 사례도 있다. 14세에 임신, 20대에 마약을 접하며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할 수도 있었던 오프라 윈프리. 그녀는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흑인 여성의 삶을 다룬 한 소설을 읽은 뒤 ‘돈오돈수(頓悟頓修: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더 이상 미혹한 마음의 처지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불교 이론)’상태에서 해탈을 하듯 일순간에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 미국 토크쇼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전회장 빌 게이츠는 “내가 살던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나를 만들었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의석상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소자본으로 출발,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일구어낸 그가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의지와, 아이디어와, 삶의 철학들이 어린 시절부터 길러 온 독서의 습관을 통해 형성되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미국 초기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 행위의 99%가 습관에서 나온다”고 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책읽기를 습관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