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인 18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는 동해상을 지나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구름 많은 날씨가 이어진단다. 이 때문에, 이번 한가위에는 강원 대부분 지역에서 구름 사이로 보름달을 보게 될 것 같다.

  이 추석 일기예보는 민족 으뜸 명절을 맞는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 ‘구름 속’에 얼굴을 내밀 ‘보름달’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봄, 여름에 흘린 땀의 결실을 수확하고, 이를 그득한 마음으로 나누고 싶은 우리 사회 전체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긴 얼굴 아니겠는가.

  사실, 추석을 앞둔 나라 곳곳이 어수선하다. 일개 정보기관이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여론 조작을 하는 작태가 검찰 수사를 통해 일부 밝혀지자 시민 3만명 (경찰 추산 3000명)이 13일 서울광장에 모여 ‘범국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민사회의 정신적 양식인 민주주의의 어그러진 모습을 바로잡자는 염원이 한데 모인 것이다. 같은 날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을 수사했던 검찰의 총수가 법무부 장관에 의해 ‘감찰’ 대상이 되면서 자진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이 비교적 최신 뉴스에 해당하는 국정원 사태라면, 79~80년, 국민의 동의 없이 무력을 앞세워 정권을 찬탈했던 전두환씨의 최근 소식은 역사의 ‘어수선한 흐름’을 느끼게 한다. 97년 무기징역 선고를 받으며 국민에 환원키로 했던 추징금중 남은 1672억원을, 16년을 버티고 버티다 마침내 납부하기로 했다는 소식 말이다. 이자는 계산도 않고, 그 긴 시간의 화폐가치 변동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니 구겨지고 접힌 역사의 한 페이지가 반듯이 펴지지 않은 채 책장을 넘기는 듯한 어수선함을 남기는 대목이다.

  나라 소식 뿐 아니라 명절을 앞둔 도내 표정도 수확의 기대감만으로 그득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도내 농가의 소득이 2년 내리 감소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농가의 연평균 소득이 3069만원으로 전년보다 217만원 감소했단다. 2011년에도 전년보다 220만원이 줄었었다. 이 때문에 2010년 전국 3위까지 올랐던 도내 농가소득이 지난해에는 5위로 떨어졌다. 사료비가 배로 뛰면서 도내 농가의 35%를 차지하는 축산농가의 경영이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자연재해와 농가의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도 그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 마음 곳곳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소식들이 많지만 우리 한림 가족에 반가운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대학이 영국 대학 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실시한 '2013 세계대학평가'에서 개교 이래 최초로 도내 대학 중 유일하게 세계 651-700위권에 진입해 글로벌대학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포만감과 함께 지향해야 할 곳에 대한 방향감각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며 덕담을 나누고 결실을 나눌 시간이지만 한림인에게 반가운 이런 드문 낭보를 빼고는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 여물지 못한 알곡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 강한 형국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수확이 모자라도 한가위 달은 언제나 둥글기만 하다. 또한, 그 둥근달의 온전함은 봄, 여름에 흘린 땀의 대가임을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이 있었다. 보름달이 언제나 둥글듯이 그 믿음 또한 온전하게 보존해가야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한가위에는 우리 사회에, 그리고 한림인 각자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은 날”의 모습을 보름달처럼 마음속에 담아 보자. 연휴 지나고 땀 흘릴 시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