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구와 캠퍼스를 걷던 A씨는 자신을 우리 대학 교직원이라 칭하며 ‘좋은 말을 해 줄테니 듣고 가라’는 사람과 마주쳤다. 거절하기 어려웠던 A씨는 붙잡히다시피 종교에 관한 동영상을 억지로 볼 수밖에 없었다. 강의 시간에 늦은 A씨는 가겠다고 했지만, 억지로 붙잡고 놔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수업에 늦게 됐다.

#2. 우리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B씨. B씨는 주말에 자취방에서 쉬던 중 초인종이 눌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줬다. 한 여자가 자신을 우리 대학 심리학과 학생이라고 밝힌 뒤 B씨에게 ‘학생 인상이 너무 좋다’며 ‘학생의 조상이 은덕을 많이 쌓아서 하는 일마다 다 잘 될 것이다’라고 설득하는 등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며 돈을 낼 것을 강요했다.

#3. 수업을 기다리던 C씨는 강의실에 들어온 일행에게 갑작스럽게 설문조사를 제안 받았다. 간단한 설문조사라고 생각한 C씨는 의심 없이 설문지를 작성했다. 며칠 후 C씨는 휴대전화로 ‘설문 결과 당신은 우리 종교를 믿어야 한다. 제사에 필요한 기부금을 내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단ㆍ사이비 종교 단체들의 캠퍼스 내 전도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학생들이 불만을 호소하는 등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캠퍼스 내에서 전도하고 있는 사이비 종교로는 신천지, 하나님의 교회, 여호와의 증인, 대순진리교 등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전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우리 대학 교직원, 또는 학생이라고 하며 접근한다. 학생이라고 하는 경우 ‘모임을 갖자’고 말한다. 처음에는 스터디 모임으로 가장해 만나지만, 그 뒤 목적을 바꾸고 전도활동을 벌인다. 대표적으로 미술ㆍ심리치료, 설문조사, 성격검사, 취미 동아리, 스터디 등 경로도 다양하다.

  이들은 학과 전공 클럽에서도 활개를 친다. 언론정보학부 언론 전공인 ‘언론독서토론1,2’싸이월드 클럽 게시판에는 신천지가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도글을 올린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시하고 넘어가는 편이지만, 전공 모임에서까지 전도를 해 불쾌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언론독서토론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싸이월드 클럽은 수강생들이 서평을 올리고 교수님이 평가를 해 주시는 곳”이라며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임에 사이비 종교 전도글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수업에 가는 학생들을 강제로 잡아 세운 뒤 전단지를 나눠주며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거나,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동영상을 한 번만 보고 가라고 종용한다. 학생이 ‘믿지 않는다’, ‘바쁘다’고 거절하려 하면 ‘천국 가려면 꼭 봐야 한다’고 강요한다. 고도의 전도활동을 하는 경우, 우리 대학 교직원을 사칭하거나 대학 주변에 자취하는 학생들에게 찾아가기도 한다. 특히 단체를 사칭해 설문조사를 하며 접근하는 경우, 설문지에 기록된 연락처를 통해 집요하게 연락을 시도한다. 대학생들에게 시급이 높고 일하기 쉬운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자연스럽게 포교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을 상대로 한 전도활동은 비단 우리 대학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종교 전도를 거부하는 ‘전도 퇴치카드’가 등장했다. 이는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Free Thinkers)가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것으로, 캠퍼스에서 전도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전도 거부 의사를 간단히 밝힐 목적으로 제작됐다. 카드 앞면에는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으며, 이어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다. 우리는 다른 이의 믿음을 비난할 생각이 없으니 당신도 우리를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글과 함께 동아리 로고가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저와 얘기하고 싶다면, 이 책들을 읽는 것이 곧 저와 얘기를 나누는 것’이라는 문장 아래에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신은 위대하지 않다’등의 무신론 서적이 소개돼 있다.

  프리싱커스는 지난해 카이스트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 성균관대, 포스텍 등 많은 대학에서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대 프리싱커스 회장 양호민(23ㆍ원자핵공학과) 씨는 지난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내에 기독교 동아리만 20여 개에 달하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막무가내 식으로 전도하는 이들에게 평소 반감이 상당히 컸다”며 모임 결성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 모임은 최근 ‘악마의 조종을 받지 말라’는 항의 전화와 동아리 홍보 대자보 훼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